매장보다 화장… 장례문화가 바뀐다
(하) 성숙한 시민의식이 선진 장례문화 이끈다

국민이 선호하는 장례방식이 매장에서 화장으로 변화함에 따라 자연장지(自然葬地)와 봉안당 등의 화장장례시설 확충의 중요성도 커가고 있다.

그러나 자연장지를 혐오시설로 여긴 사업예정부지 인근 주민들이 유치를 반대하는 등 님비(NIMBY)현상도 팽배하다. 분골을 자연에 뿌리고, 불법장례시설이 난립하는 등 불법장례문화가 만연한 포항지역의 장례문화가 개선되려면 성숙한 시민의식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혐오시설 아닌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사업
자연장지·봉안당 조성 확대로 미래 대비를

경북도는 지난 2013년 8월 `경상북도 장사시설 중장기계획`을 수립하고 북부 신도시, 남부권, 동해권 등 3곳에 자연장지를 특성화한 종합장사시설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포항, 경주, 김천 등 7개 시·군의 오래된 공설묘지를 재개발해 자연장지를 조성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따라 오는 6월 준공을 앞둔 안동장사문화공원은 3만1천108㎡ 부지에 사업비 256억원을 들여 화장로 5기 규모로 최신시설을 갖췄고, 도내 최대규모로 건립예정인 김천시종합장사시설도 354억원이 사업비를 들여 내년 말 준공될 예정이다.

울진군 종합장사시설도 대부분 토지보상을 마치고 2018년 말 준공을 목표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새로이 만들어지는 공설 장사시설 3곳은 모두 수목장, 잔디장, 화초장 등의 시설을 갖춘 자연장지가 조성될 예정으로, 골분을 뿌려 고인을 모시는 유택동산도 조성된다.

경북도 관계자는 “경북은 그동안 산지가 많아 묘지를 조성하기 쉬운 지형적 특성과 화장을 꺼리는 보수성향이 강해 타지역보다 자연장지나 봉안시설 등이 부족했다”면서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화장수요를 충족하고자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자연장 활성화를 위해 사립 자연장지 조성도 권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항시도 비록 장례인프라가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최근 인근 주민들의 반발로 사업이 불투명하던 지역 최초 수목장의 갈등을 적극적인 행정으로 해결하는 등 고무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포항지역 유일한 자연장지인 원진사 수목장은 포항시 남구 동해면 신정리 산 1-2번지 1천971㎡ 부지에 750기 규모로 지난해 말부터 운영 중이다. 사업 허가 당시 인근 주민들이 땅값이 떨어진다는 이유 등으로 반발했으나, 담당 공무원들이 수차례 민원인을 만나 중재한 결과다.

이강덕 포항시장도 민원인 대표와의 면담에서 “수목장사업은 정부가 적극 권장하는 사업으로 혐오시설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실제 우리 일상생활에 필요하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으나 내 지역만은 안된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고 소신을 지켰다.

일부 전문가는 선진장례문화가 정착되려면 장례인프라 구축과 더불어 시민들의 의식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전국 최초로 주민의 자진유치로 종합장사시설을 갖춘 울산은 선진 장례문화를 선도하며 전국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울산하늘공원은 최신시설을 갖춘 화장시설인 승화원, 봉안시설, 자연장지(잔디장, 수목장) 등이 갖춰져 늘어나는 화장수요에 대비하고 있다.

전웅남 동부산대학교 장례행정복지과 학과장은 “선진 장례문화가 정착하려면 고인을 잘 모시는 방법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합법적이고 정상적인 방법으로 장례를 치르고자하는 유족들의 의지가 중요하다”면서 “특히, 장례와 관련된 법이 잘 알려지지 않은 것도 큰 문제로, 장례와 관련한 불법 행위를 막으려면 정부와 지자체의 장례관련 홍보도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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