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보다 화장… 장례문화가 바뀐다
(상) 진화하는 장례문화, 뒤처진 행정

인생의 마지막 절차인 장례(葬事)문화가 급변하고 있다. 전통방식으로 이어오던 매장은 찾아보기 어렵고, 화장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매장으로 인한 국토잠식과 환경오염 등의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화장 문화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장이 늘어나면서 화장한 유골의 골분(骨粉)의 안치를 두고 부작용도 적잖이 발생한다. 골분을 지정되지 않은 산과 강, 바다 등에 뿌리는 불법행위가 만연하고, 무허가 봉안당 등 불법사업자도 난립하고 있다. 본지는 전국 장례문화를 통해 지역의 실태를 점검하고, 개선을 모색해본다.

지역유일 포항시립화장장 시설 낡아 서비스質 저하
허가된 봉안·자연장시설 모자라 무허가 운영도 만연
산·강·바다 등지 뼛가루 무단투기로 오염우려 상황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많은 이들이 죽음을 미리 준비하고, 인생의 마지막 절차인 장례계획도 스스로 정한다. 국민정서상 깊숙이 뿌리내렸던 전통 장례문화도 자연장을 일컫는 에코다잉(Eco-Dying)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기며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IT 기술만큼이나 진화하고 있다.

아직은 생소한 에코다잉이란 수목장, 해양장 등 자연장을 말하는데, 최근 자신의 장례 방법으로 국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2015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이 가장 선호하는 장례방법은 골분을 수목·화초·잔디 등의 밑이나 주변에 묻어 장사하는 방법인 `화장 후 자연장`으로 절반에 가까운 45.4%를 기록했다.

봉안당이나 봉안묘 등에 골분을 안치하는 `화장 후 봉안`은 39.8%로 뒤를 이었다. 즉, 국민의 85%가 장례방법으로 화장을 선호한다는 것. 시신이나 유골을 땅에 묻는 방식인 매장을 선호한다는 답변자는 12.6%에 불과했다.

실제로 전국 화장률은 2014년 말 기준 79.2%. 비교적 보수성향이 강한 경북지역도 전국보다는 낮은 수치지만 66.8%의 높은 비율을 보이며 증가하는 추세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자연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화장률 증가에 따른 대책이 요구되고 있으나, 포항시의 장례문화는 크게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의 유일한 화장시설인 포항시립화장장은 75년 전인 1941년 개장, 시설이 낡고 열악해 서비스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포항시립화장장은 매년 3천600여건의 화장을 치르는데 현재 지역에는 죽도성당과 원진사의 봉안당 2곳과 지난해 허가를 받은 원진사 수목장 1곳, 공원묘원 1곳 등 봉안·자연장시설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또 지역 종교시설이나 무허가 봉안·자연장시설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을 이용해 불법으로 골분을 안치하고 있어 합법적으로 운영하는 시설들이 애꿎은 피해를 입고 있다.

포항의 한 장례업계 관계자는 “포항지역의 W사, D사 등 일부 사찰이 허가를 받지 않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불법 봉안당과 수목장을 운영하고, 화장장 인근의 상가에는 불법 유해보관소를 홍보하는 글이 버젓이 붙어있다”면서 “특히, 지역의 산과 강, 바다에 골분을 뿌리는 장면도 자주 목격되고 심지어 포항시민의 식수원인 형산강에도 뿌리는 몰지각한 유족도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포항시 관계자는 “국민정서 상 종교시설의 봉안당 등 장례와 관련된 시설을 단속하거나 문제로 삼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관련 법규를 확인하고, 불법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골분을 자연에 뿌리는 행위는 인천 앞바다에서 시행되는 `해양장`과 지정된 유택동산을 제외하면 모두 불법으로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벌받는다.

또 허가받지 않고 봉안·자연장시설을 운영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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