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철옹성 허문 김부겸
더민주 비주류 설움 털어
“지역주의, 진영논리 거부”
민심 위주 정치 다짐
김문수, 텃밭서 완패 굴욕
차기 대선주자 날개 꺾여

▲ 13일 실시된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 대구 수성갑 선거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범어네거리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당선 확실 소식을 듣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잠룡이 맞붙은 제20대 총선 `대구 정치 일번지` 수성갑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국회의원이 승리하며 더민주당 대선후보로 급부상한 반면 야당에 대구 정치 일번지를 빼앗긴 새누리당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대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여·야 잠룡이 맞붙으며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던 수성갑에서 더민주 김부겸 전 의원이 새누리당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압도적인 표차로 누르고 승리, 정통 야당 출신으로는 1985년 이후 31년만에 대구에서 야권 후보가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다.

이로써 더민주당 김부겸 후보는 2012년 19대 총선과 지난해 대구시장선거에서 패배한 데 이은 세 번째 도전만에 `야권 불모지`인 대구에서 당선되며, 당내 중진의원의 입지를 넘어 유력한 대권주자로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군포에서 3선을 지낸 김 전 의원은 더민주당 내에서도 영남권 출신이어서 기반이 약한 소수파인 그는 한나라당에서 처음 배지를 달았던 경력과 이념을 넘어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는 등 자신만의 정치를 펼치며 항상 당내에서 주류에 들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 2012년 4월 대구 출마 선언과 함께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히며, 고향인 대구로 내려와 19대 총선과 대구시장 선거에 이어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의 오랜 숙원인 지역주의를 넘어서며, 당내에서 자신의 정치를 펼칠 수 있게 됐다.

김 전 의원은 4년전 19대 총선에 처음으로 수성갑에 출마할 당시 명함을 건네면 눈 앞에서 명함을 찢어버리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더민주당에 대한 대구시민들의 혐오감을 그대로 몸으로 느꼈다.

그러나 대구에서 떨어지면 떠날 것이라는 지역민들의 예상과 달리 그는 총선 후에도 꾸준하게 지역민과 만나는 등 소통을 이어갔고 2014년 대구시장 선거에서도 15% 차로 패하는 등 지역 내에서 `더불어민주당` 보다는 `김부겸`이라는 인식을 지역민들에게 확실하게 심어주었고 결국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게 됐다.

이에 반해 여권 차기 주자 중 3위를 오르내리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보수의 땅에서, 그것도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낙선하며 대권 후보에서 멀어지게 됐다.

당초 김 전 지사는 새누리당 핵심 지역인 대구에서 승리한다면 TK 기반과 당 혁신위원장을 지낸 경력 등을 앞세워 차기 대선 바람몰이를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김 전 지사는 이번 총선에서 낙선의 고배를 마시며 차기 대권 계획에 심각한 차질을 빚게 됐다.

김부겸 당선자는 “지난 4년 동안 민심의 바다에서 한국 정치가 무엇을 못 보고, 무엇을 제대로 못 했는지 처절하게 깨달았다”며 “내 편과 네 편으로 나누는 정치를 넘어, 여야가 협력할 때는 협력하고 싸울 때라도 분명한 대안을 내놓고 싸우는 정치를 하겠다. 더 이상 지역주의도, 진영논리도 거부하겠다. 오직 국민만 바라보는 정치를 하겠다”며 당선 소감을 밝혔다.

/이곤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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