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립미술관 내일부터<BR>이이남 등 작가 9명 참여<BR>그림으로 재탄생한 동화<BR>포항 아동문학가 김일광<BR>동심주제 특별전 마련도
포항시립미술관(관장 김갑수)이 오는 14일부터 7월 3일까지 1,2,3,4 전시실에서 `동화와 동심`을 주제로 다양한 실험적 작품을 선보이는 특별기획전 `동화나라, Wonderland`전을 연다.
이번 전시회에는 회화, 사진, 영상, 설치, 문학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작업하는 9명의 작가(강효명, 김두진, 김일광(아동문학가), 나광호, 노동식, 배찬효, 이이남, 이재호, Dizi Riu(유대영))가 참여해 현실과 비현실, 실제와 환영, 규범과 일탈 등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의 상상력을 흥미롭게 펼쳐 보인다.
특히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동화가 예술작품의 모티브로 둔갑해 작품 속에서 어떠한 맥락과 형식으로 재해석되는지 한 눈에 볼 수 있게 한다. 또 시각화된 환상과 놀이의 세계가 어떻게 관람객으로부터 동심을 환기시키는지 알려준다.
전시는 현대미술전 외에도 동화 특별전과 체험전이 함께 구성되는데, 1층 1전시실에서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동화를 재해석한 회화, 사진, 영상 작품이 전시되며, 1층 3전시실에는 포항을 대표하는 김일광 동화작가의 특별전이 전시되고, 1층 4전시실은 동심을 주제로 회화와 설치 작품이 전시된다. 2층 2전시실에서는 OHP(Overhead Projector)를 이용해 다양한 이야기를 내포한 동화 속 이미지들을 구성하며 놀이할 수 있는 체험 공간이 마련된다.
이이남 작가는 동화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동화 `꿈꾸는 윌리`의 삽화를 미디어 작품으로 재탄생 시켰다. 꿈속에서 영화배우가 된 침팬지 윌리가 명화 속 초상화들과 함께 배치되거나 마그리트의 초현실주의 기법이 디지털 기술로 더욱 생동감 있게 표현된 환상의 이미지들이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Dizi Riu(유대영)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그 속편인`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재구성해 만든 애니메이션 영상 작품을 출품했다. 작품`날 봐요`와 `Who am I`는 전해 내려오는 전래동화나 전설 등의 이야기 구조와 인물들이 동서양을 떠나 비슷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서 착안해 서양동화를 소재로 동양화의 민화적 표현 기법과 요소들을 섞어 독특한 세계와 다소 낯선 앨리스를 표현하고 있다.
배찬효는 유학시절부터 겪은 이방인으로서의 소외감과 편견의 경험이 작업의 모티브가 된다. 서양과 동양, 남성과 여성,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 강자와 약자 등 정형화된 이분법적 권력구조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진 작품을 선보인다.
김두진은 동화, 애니메이션, 영화와 같은 대중매체 영역의 이미지를 차용해 유머러스하게 비틀어 버림으로써 원작이 가지고 있는 정형화된 의미를 해체한다.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동화나 대중매체를 통해 은연중에 우리의 머릿속에 주입된 지나친 이분법적 사고, 이상주의, 낙관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솜`이라는 특정 소재를 주로 다루며, 따뜻하고 아련한 마법과 같은 환상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노동식 작가는 동화 같은 세계나 유년시절의 추억을 되뇌게 하는 작품들 덕분에 우리 마음속에 숨겨뒀던 동심을 불러일으킨다. 전시된 작업은 작가가 어린 시절 민들레를 꺾어 불면 갓털(홀씨)이 날아가는 모습에 즐거워하며 “나도 민들레를 타고 훨훨 날아갔으면” 하고 상상했던 그대로를 시각화한 것이다.
포항의 아동문학가 김일광은 아이들에게 `진실한 삶을 통한 행복`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실제로 그가 경험하고 만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사실동화를 쓴다. 그의 동화는 아이와 노인, 다문화 가정, 동물과 같이 소외된 이들에 대한 작가의 관심과 사랑에서 시작된다. 대표작으로 손꼽히는`귀신고래`는 포항의 역사와 지역성이 잘 녹아든 장편동화로서 주인공 영일과 귀신고래의 운명적 만남과 헤어짐,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아이의 눈으로 담아내고 있다. 이 작품 역시 포항 구룡포에서 고래잡이를 하던 실존인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인간의 지나친 욕심으로 이제는 볼 수 없게 돼버린 거대한 바다생명체에 대한 애정과 진정한 어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김갑수 포항시립미술관장은 “이번 특별 기획전은 갈수록 각박해지는 세상에 사는 현대인 그리고 가족 모두를 위한 전시로서, 어린이들은 더 쉽고 친근하게 현대미술을 즐길 수 있고, 어른들에게는 작품을 통해 동화의 메시지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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