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우리나라 농촌은 `여름철 물싸움`이 연중행사였다. 벼가 한창 자라는 계절에 가뭄이 겹치면 농민들은 밤낮 없이 물꼬를 지켰고, 물싸움은 벌어지기 마련인데, 이때는 친구 친척도 없고 애 어른도 없고, 다들 눈에 불을 켜고 물전쟁을 벌였다. 그래서 “내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과 내 논 물꼬에 물 들어가는 것이 제일 보기 좋다”는 속담까지 생겼다.

지금은 그 여름철 물싸움도 보랫고개와 함께 사라졌다. 정부가 물관리에 많은 예산을 투입했다. 그러나 한국도 물부족국가다. 식수 부족, 농업·공업용수 부족은 이제 만성적이다.

물부족은 세계적 현상이다. 특히 농업국가인 중앙아시아·동남아시아 국가들이나 사막지역 중동 국가들이 겪는 물부족은 외교전으로 번진다. 강 상류 국가들이 물길을 막아버리면 하류 국가들은 `전쟁`을 벌이거나 유엔에 호소할 수밖에 없다.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아무르강에 의지하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물분쟁은 20여년 전부터 시작됐고 지금은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유엔이 개입해 중재하지 않으면 전쟁으로 번질 기세다.

아시아 농업국가들이 가뭄으로 흉년을 만나면 세계 곡물시장이 당장 영향을 받아 곡물가가 폭등한다. 식량부족 국가들은 `고난의 행군`을 겪지 않을 수 없고, 굶어죽는 인구가 급증한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니, 지구는 인구폭발을 할 것이다”란 말사스의 `인구론`은 틀렸다. `인구폭발`은커녕 인구감소가 걱정이다. 오히려 `기후변화로 인한 강우량 감소`가 불러온 물전쟁이 현실이다. 중동의 요르단강, 인도차이나반도의 메콩강, 중앙아시아의 아무다리아강 등이 말라가고 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주도 수년째 갈증을 겪고 있다. 겨울에 눈이 내리지 않아 네바다산맥에 눈이 쌓이지 않으니 호수에 눈녹은 물이 흘러들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의 중·북부 지역의 가뭄은 끔찍했다. 급기야 정부는 금강 백제보의 물을 충남 보령댐으로 흘려보내는 도수로 공사를 서둘렀다. 지난해 9월 보령댐의 저수율은 고작 20%였다. 4대강 사업을 두고 온갖 트집을 다 잡던 반정부세력의 험담도 가뭄 한 번 지나가니 잠잠해졌다. 그러나 보(洑)의 물을 댐으로 보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낡은 수도관때문에 누수되는 물도 적지 않다. 누수율 줄이기 사업이 병행돼야 한다.

경북 북부지역의 가뭄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부터 장기화 된 가뭄 때문에 올 봄에 여간 비가 내린다 해도 봄농사가 걱정이다. 지난 며칠 간 비가 내리기는 했지만, `시원한 장대비`가 아니어서 저수지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저수지 준설, 관정 개발, 수도관 교체로 누수율을 줄이는 등 다각적인 가뭄대책이 세워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