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송면 `고향토종흑돼지식육식당`

▲ 포항시 남구 대송면의 고향토종흑돼지식육식당.

김치찌개는 비교적 흔하고 평범한 음식이다. 김치만 있으면 누가 끓여도 평균 이상의 먹을 만한 맛을 낸다. 재료와 조리법이 간편해 요리하기 쉬운 것 같으면서도 깊은맛을 내기란 만만치 않다.

흔하고 평범한 음식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남구 대송면 송동리의 `고향토종흑돼지식육식당`은 포항공단 방면에서 대송면사무소를 지난 다음 삼거리에 있어 흔히 `삼거리식당`으로도 불린다. 흑돼지를 사용한 연탄양념불고기, 삼겹살·목살구이 등이 대표메뉴이지만 단골들만 아는 진짜 맛있는 요리는 따로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흑돼지김치찌개. 주로 고깃집엔 저녁손님들의 발길이 잦은 편이지만, 대낮에도 이곳을 북적이게 하는 인기메뉴이다.

이 집 흑돼지김치찌개는 된장찌개나 멸치촌국수 등 다른 식사메뉴처럼 `고기 드신 후`라는 전제조건을 요구하지 않는다. 덕분에 점심때에는 김치찌개를 주문하는 사람들로 가득 찬다. 평범한 음식을 평범하지 않게 만드는 비법을 일찍이 알아챈 이들이다.

김치찌개는 먹는 사람이야 간편하지만, 만드는 처지에서는 그리 간단한 요리가 아니다. 실제로 흑돼지김치찌개 냄비 속을 들여다보면 이 집 만의 노력이 고스란히 보인다. 먼저 육수 끓이고 김치를 썰고 채소도 씻어 채 쳐야 한다.

 

▲ 흑돼지고기와 라면사리, 각종 채소 등 재료를 푸짐히 넣어 끓인 김치찌개.
▲ 흑돼지고기와 라면사리, 각종 채소 등 재료를 푸짐히 넣어 끓인 김치찌개.

`흑돼지김치찌개`라는 이름에 맞춰 고기도 미리 듬성듬성 썰어둬야 한다. 콩나물과 두부 등 속재료들을 풍성하게 준비하다 보면 일은 배로 늘어난다. 고기와 채소 등 영양학적으로 부족함 없이 채운 다음에서야 마지막으로 라면사리를 더해 양적으로도 한 냄비 가득 메웠다.

일반적으로 김치가 주인공인 김치찌개와는 달리 이 집 김치찌개의 맛을 책임지는 일등공신은 흑돼지이다. 일명 `지레고기`를 썰어 넣는데 김천 지레면에서 키운 흑돼지를 말한다. 지리적으로 일교차가 커 육질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기결이 섬세하고 광택이 나며 비계 또한 투명하고 살이 탄탄해 고소하고 쫀득한 맛이 특징이다.

살코기와 비계가 적당히 어우러져 쫄깃하고 단단해 씹는 맛이 좋다. 찌개 속 김치와 함께 건져 걸쳐 먹으면 또 다른 풍미를 전한다.

국물까지 찌개의 특별함에 힘을 싣는다. 양념 맛이 강하지 않아 자극적이지 않고 오히려 콩나물을 넣어 깔끔한 뒷맛을 낸다. 얼큰하거나 맵지 않은 반면 감칠맛이 맴돌아 자꾸만 손이 간다. 돼지고기를 넣고 끓였는데 기름기 없이 담백한 맛을 내는 것도 인상적이다. 버너 위에 올려진 냄비 덕에 국물이 바짝 졸여질 때까지 뜨끈하게 맛볼 수 있다.

/김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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