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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겨울나기 `그때 그 시절`

김두한·홍성식기자
등록일 2016-01-29 02:01 게재일 2016-01-2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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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방식 투막집·너와집<br>폭설에도 견디게 보온효과<br>옥수수·감자·고구마 `주식`<Br>의식주 모두 집안에서 해결<br>자연과 순응했던 지혜 가득
▲ 폭설이 내리면 오도가도 못했던 예전 울릉도의 겨울나기에서 옛사람들의 지혜를 엿볼수 있다. 사진은 너와집. /울릉군 제공

폭설과 혹한, 겨울 울릉도를 설명할 때 가장 앞자리에 놓이는 단어다. 사람들은 울릉도에 내린 137cm의 적설량을 들으면 놀란다. 하지만, 이건 울릉도 주민들에겐 특별한 일이 아니라 일상이다. 실제로 측정되지 못한 눈의 양은 더 많다.

지난 18일부터 8일간의 고립 때 울릉도 주거지역 적설량은 약 180cm. 울릉도 기상대에 의하면 지난 2011년 1월 적설량은 328.6cm다. 한국 최고의 다설지(多雪地)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지금은 5억 원을 호가하는 제설차 4대가 울릉도의 눈폭탄을 쓸어 담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시절이 오리란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예전 울릉도 주민들은 혹한과 폭설의 겨울을 어떻게 넘겼을까.

과거에는 오늘날보다 더 많은 눈이 울릉도 사람들을 괴롭혔다. 1955년 1월 20일엔 하루만에 151cm의 눈이 쌓였을 정도다. 그 추위와 폭설로 인한 울릉주민의 불편함을 덜어줬던 건 투막집과 너와집이었다.

집안에 작은 집을 하나 더 만드는 구조의 투막집은 지붕과 외벽을 억새와 우데기로 세우고, 그 안에 사람이 다닐 수 있는 복도를 만든 형태다.

▲ 폭설이 내리면 오도가도 못했던 예전 울릉도의 겨울나기에서 옛사람들의 지혜를 엿볼수 있다. 사진은 너와집 내부구조.  <br /><br />/울릉군 제공
▲ 폭설이 내리면 오도가도 못했던 예전 울릉도의 겨울나기에서 옛사람들의 지혜를 엿볼수 있다. 사진은 너와집 내부구조. /울릉군 제공
내부엔 마구간과 헛간까지 있었다. 지역의 특성인 폭설에도 생활하기 용이한 공간을 만들게 한 것이다. 너와집 역시 나무판자를 포개 돌로 눌러놓음으로써 여름에는 바람이 통하고 겨울에는 쌓인 눈이 보온효과를 발휘하도록 지어졌다. 또한, 울릉도의 옛 선조들은 이웃이나 친척 집을 방문할 때 눈에 빠지지 않는 설피(눈신발)를 신는 지혜도 발휘했다.

먹을거리 해결도 울릉도의 겨울철 난제였다. 예전 울릉도의 주식은 옥수수와 감자, 고구마였다. 울릉 주민들은 감자와 고구마는 땅에 묻는 것으로, 옥수수는 말린 후 튀기거나 갈아서 끓여 먹는 것으로 육지 사람들의 주식인 쌀의 역할을 대신했다. 반찬은 시래기와 김치, 소금에 절인 무가 전부인 경우가 흔했다.

땔감은 동장군이 기세를 부리기 전 많은 양의 장작을 만들어 처마 밑에 보관하는 것으로 겨울을 대비했다. 이처럼 `울릉도 겨울나기`의 특징은 의·식·주 모두를 집안에서 해결한다는 것이었다. 실제 울릉도에선 하루 1m 이상의 폭설이 흔하다. 하지만, 울릉도 특유의 방식으로 지어진 투막집이나 너와집은 무너지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며 대비책을 마련해온 선조의 지혜가 매서운 추위와 쏟아지는 눈에도 울릉도를 비교적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어줬던 것이다.

▲ 폭설이 내리면 오도가도 못했던 예전 울릉도의 겨울나기에서 옛사람들의 지혜를 엿볼수 있다. 사진은 땔감장작.<br /><br />/울릉군 제공
▲ 폭설이 내리면 오도가도 못했던 예전 울릉도의 겨울나기에서 옛사람들의 지혜를 엿볼수 있다. 사진은 땔감장작. /울릉군 제공

그렇다면 겨울철 난방과 조명은 어떻게 해결했을까. 1970년대 후반 경유로 발전기를 돌리는 내연발전 방식이 도입되기 전에는 대다수 주민들이 군불을 때거나, 호롱불을 사용했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전력이 울릉읍 저동3리와 서면 남양리에 세운 내연발전소 2곳에서 1만8천500kW의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이는 울릉도 전체 전기생산량의 95% 수준. 이로 인해 대규모 정전 사태 등은 발생하지 않는다.

사실 울릉도 주민들에겐 특별한 `월동대책`이란 게 없다. 그저 난방용 유류를 조금 넉넉하게 확보해두고, 주식인 쌀과 라면 정도를 일정량 구매해두는 것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전에는 맛보기 어려웠던 신선식품도 육지와 울릉도를 오가는 배편을 통해 어렵지 않게 공급받을 수 있다. 울릉군청 재난안전과는 제설장비와 함께 폭설에 대비한 일정량의 식량과 난방유 등을 비축하고 있어 주민들의 걱정을 덜어준다. 그렇기에 현재까지 울릉도에 식량이 떨어지거나 난방유가 동나 어려움을 겪은 경우는 없었다. 이는 기후로 인한 어려움을 겪는 지역에서 살아온 울릉 주민들의 축적된 노하우와 해결책이 있기 때문이다.

▲ 폭설이 내리면 오도가도 못했던 예전 울릉도의 겨울나기에서 옛사람들의 지혜를 엿볼수 있다. 사진은 옥수수 말리는 풍경. <br /><br />/울릉군 제공
▲ 폭설이 내리면 오도가도 못했던 예전 울릉도의 겨울나기에서 옛사람들의 지혜를 엿볼수 있다. 사진은 옥수수 말리는 풍경. /울릉군 제공

또한 울릉도의 승용차는 대부분이 사륜구동이다. 겨울철 안전운행을 위해서다. 스파크타이어와 체인도 겨울이 오기 전 대부분의 주민들이 준비한다. 울릉군의 제설능력도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하다. 눈이 오면 24시간 가동되는 제설장비는 독일 벤츠사에서 특별제작 한 것으로 탁월한 제설효과를 발휘한다. 자연과 불화하지 않고, 추위와 눈이 주는 고통을 슬기롭게 이겨나가려는 울릉도의 노력은 매년 겨울마다 반복되고 있다.

/김두한·홍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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