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히말라야 깊숙이 숨어 있는 나라 네팔에서 7.8 규모의 대지진이 발생했다. 건물은 무너지고 산사태가 나고 마을로 들어갈 길은 막혔다. 전문 산악인도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부상자를 구호할 길도 없고 의약품 전달도 막연했다.

그때 결정적인 역할을 할 아이디어가 탄생했다. 서울대 벤처경영학과 창업실습팀 엔젤 스윙이 만든 드론이 의약품을 싣고 피해지역으로 날아간 것이다.

창업실습팀 학생 8명이 `무엇을 만들까` 고민하고 있을 때 네팔 지진 소식이 들려왔다. “카메라가 달린 드론을 띄워 피해지역을 촬영하고 정밀지도를 만들면 구호에 도움이 될 것이니, 드론을 만들어 NGO에 팔면 수익을 낼 것”이란 생각으로 학생들은 곧 작업에 들어갔다. 경영학과, 재료공학과, 디자인학과 등 다양한 분야의 학생들이 일을 분담했고, 3개월을 꼬박 매달려 연구·부품 구입·실험을 한 끝에 정밀지도를 그릴 드론을 만들어냈고, 이것은 지난해 7월 카트만두 공과대학에 전달돼 피해 복구에 요긴하게 쓰였다.

엔젤 스윙의 도전은 이에 멈추지 않았다. 내친 김에 의약품을 실어 보내는 드론까지 만들기로 했다. 도로사정이 열악하고 산길이 험해 병원이나 보건소까지 가려면 5일이나 걸리는 마을도 있었다. 백신 하나면 살릴 수 있는 부상자들이 속수무책인 상황을 목격하고는 제2의 도전을 결심했다. GSP와 고도를 측정할 수 있는 센서, 카메라 등을 장착해서 정확한 위치에 의약품 상자를 떨어뜨릴 수 있고, 40분 가량을 날 수 있으며, 의약품 상자의 무게를 견딜 수 있도록 배터리와 프로펠러도 개선했다. 이 작업에는 서울대 당국이 지원했다.

마침내 엔젠 스윙은 이달 4일 `의약품 배달용 드론`을 들고 네팔 나르자만담 마을로 갔다. 수도 카트만두에서 7시간을 달려간 마을이고, 그 곳 보건소에서 2㎞ 떨어진 피해지역에 의약품을 전달하는데 성공했다. 주민 20여명이 한 달 간 사용할 수 있는 주사기·백신·진통제 등이 들어 있는 1㎏짜리 상자였다. 창업 실습뿐 아니라 국위도 선양한 것이다.

/서동훈(칼럼니스트)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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