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 삶의 문제 정면으로 마주하다
소수자 삶의 문제 정면으로 마주하다
  • 윤희정기자
  • 등록일 2016.01.07 02:01
  • 게재일 2016.0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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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허물기` 주디스 버틀러 문학과지성사 펴냄, 431쪽

`젠더 트러블`로 철학과 페미니즘 학계에 커다란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주디스 버틀러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UC버클리) 교수가 이번에는 `젠더 허물기(Undoing Gender)`로 국내 독자들을 찾아왔다.

버틀러는 이 시대 가장 중요한 페미니스트이자 철학자, 정치 이론가 중 한 사람으로 퀴어 이론을 창시했다고 이야기되며, 2015년 파리 테러를 비롯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등 다양한 현실 영역에 목소리를 내면서 행동하는 진보적 지식인으로도 자리매김했다.

버틀러는 이 책에서 자신의 대표작이자 페미니즘 이론의 고전인 `젠더 트러블`을 통해 보여준 `젠더 수행성`이론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면서 정체성과 보편성, 사회 소수자들의 공동체 등에 관한 정치윤리적 사유를 보여준다. `젠더`가 어떻게 구성되고 수행되는지 이론적으로 고찰하던 버틀러는 이제 남자와 여자라는 규범적 젠더 개념을 허물고, 개별적이고 단독적 주체인 `나` 대신 `우리`라는 주체를 호명해낸다. 무엇보다 `젠더 허물기`는 이론적 정교함에서 현실적 정치성으로 선회해 `인간`이란 무엇이며 `살 만한 삶`이란 누구에게 가능한지와 같은 삶의 문제에 관한 성찰을 풀어낸다.

또한 차이를 수용하는 올바른 방식으로서 끊임없이 `문화 번역`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트랜스젠더, 인터섹스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소수자들의 삶의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슬픔, 애도의 정치학 을 구사하는 버틀러의 날카롭고 급진적인 논제들은 많은 독자들에게 공감과 대화, 비평과 생각의 전환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젠더 허물기`에서 주디스 버틀러는 스스로를 유대인, 여성, 비학제적 교육을 받은 철학자, 젠더 동일시의 문제를 겪는 퀴어로 정체화하고 개인적 삶의 역사를 드러낸다.

청소년기에는 지하실에 처박히거나 술집을 전전하던 문제아였고, 대학 시절에는 니체와 셸러를 경멸하며 완벽한 철학이라는 것에 환상을 품었다가 깨져버리기도 했으며, 페미니즘 철학 강의를 시작할 때 있었던 일화 등을 언급하면서 제도 철학 학계에서 자신이 어떻게 배제됐는지 이야기하기도 한다.

버틀러는 이 책에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무엇이 좋은 삶인가? 어떻게 해서 좋은 삶은 여성을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개념화되었는가? 여성에게 좋은 삶은 무엇인가? 또한 이런 페미니즘적 사유는 일련의 다른 질문으로 연결된다.

`올바른` 것과 `좋은` 것은 가장 근본적인 범주를 괴롭히는 긴장에 대해 열려 있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버틀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일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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