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로 보는 세상
팟캐스트로 보는 세상
  • 등록일 2015.12.16 02:01
  • 게재일 2015.1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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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민호 서울대 교수·국문학과
▲ 방민호 서울대 교수·국문학과

오늘도 나는 팟캐스트를 듣는다. 스마트폰에 팟빵이라는 앱(애플리케이션)을 깔면 언제, 어디서나 독립방송국 같은 팟캐스트 프로그램들을 청취할 수 있다. 보기도 해야 하는 텔레비전보다 팟캐스트가 낫게 여겨지는 것은 나이가 들었다는 징표이기도 하겠지만, 어쩌랴. 듣는 것은 애쓰지 않아도 들리는 일인 것을.

오늘도 팟캐스트 1위는 `노유진의 정치까페`. 노해찬, 유시민, 진중권 등 3인이 운영하는데 정의당의 대중접촉 매체 역할을 한다. 2위는 `이박사와 이작가의 이이제이`. 흘러간 현대사 이야기나 인물 분석인데, 경상도 사투리로 욕설도 난무하지만 인기가 있다. 3위는 `김용민 브리핑`으로 지난번 총선에서 막말 파동으로 낙선한 그가 아침, 저녁으로 뉴스를 분석, 전달하고 요즘에는 속류 기독교 비판도 시작했다. 4위는 트위터 매거진 `새가 날아든다`. 일명 `새날`이다. 네 사람이 시작한 것인데 나무, 신비, 송작가도 다들 한몫을 하지만 그중 황진미라는 의학 전공 영화평론가의 식견은 여느 사람이 못 따라갈 수준이다. 5위는`정봉주의 전국구`로 국회의원 선거에 나갈 수 없는 그가 시사 문제를 다루는 프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1, 2, 3위권이었지만 요즘엔 5, 6위권이다. 6위는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으로 오늘의 프로는`티벳 사자의 서`에 관한 것으로 되어 있다.

제목으로 봐서는 재미있을 것 같지 않은데 요즘 급부상했다. 7위는 `정윤선의 팟짱`이라는 것인데, 오마이뉴스에서 만든 것이며 시사적인 문제를 주로 야당 국회의원이나 시사분석가와 대화를 나누는 식으로 끌어간다. 8위는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이다.

10위권 안에 늘 머무는데, 스님의 통찰력으로 인생을 보는 법을 넓혀준다. 9위는 `나는 잉여다`라는 것인데, 여기 가면 스피노자니, 벤야민이니, 랑시에르니 하는 서양 철학자, 비평가 이름을 들을 수 있다. 지적이고 젊다. 10위는 `시사통 김종배입니다`다. 끌어가는 사람의 목소리가 묵직한데, 최근에 조금 처졌다가 오늘 보니 10위에 턱걸이를 했다. 여기까지 소개했으니 충분한 셈이지만 11위를 보니 `일빵빵 입에 달고 사는 기초영어`다. 팟캐스트에 이런 외국어교육 프로가 이 정도 성적 거두기는 참 힘들다. 쉽고 재미있는 게 강점이다.

10위까지의 프로들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듯이 팟캐스트 세상은 일종의 대체 언론이고 야당, 재야, 잉여 세력 집합처다.

들이는 돈 `없이` 노력만으로 청취자를 끌어모을 수 있는 게 이런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다. 특히, 정치나 시사를 다루는 프로들은 한결같이 비판 논조 일색이다. 일종의`분노`처리장이라고나 할까?

최근 1, 2주 사이에 이 시사 프로들에 이상 징후가 생겼다. 모든 시사 프로가 야당 중에서도 안철수씨 때리기에 팔걷고 나선 것이다. 정의당 프로가 남의 당 일에 감 내라 콩 내라 하는 것도 그렇고, 젊은 팟캐스트들도 야당 문제만 나오면 안철수씨를 정신이상자 수준으로 내몬다. 입장이 다른 사람 눈으로 보면 전부 새정치민주연합의 친노파들로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말하자면 야당내 다수파를 위해 소수파에 뭇매를 가하는 것처럼 보인다.

요즘 우리 사회 어디를 봐도 약자, 못 가진 자, 못 배운 자를 위한 목소리는 듣기 힘들다. 소위 약자 편이라는 집단들, 사람들도 그 내부를 보면 다시 강한 자가 약한 자를 두드리고 조롱하는데 대한 자기 성찰이 없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은 진보임에 틀림없다고 자기 최면을 걸고 있다. 우리 현실의 고민들, 먹고 살기 힘든 사람들, 참된 자유를 찾는 사람들 문제는 이들의 먹잇감에 지나지 않는가 생각될 정도다. 진짜로 우는 자와 함께 우는 자는 누구인가?

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는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작가 최인훈은 한 소설에서 문화민족의 척도를 말했다. 그것은 함께 지혜를 구할 수 있는가? 힘을 모을 수 있는가? 였다. 비단 민족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남을 때리기 전에 안고 보듬어주는 것, 우리가 찾아야 할 길이 아니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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