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과 주꾸미의 `辛`나는 만남
비빔밥과 주꾸미의 `辛`나는 만남
  • 김혜영기자
  • 등록일 2015.08.24 02:01
  • 게재일 2015.08.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천읍 `해담쭈꾸미`

▲ 남구 오천읍의 해담쭈꾸미.

간장이나 초장 등에 찍어먹는 생선회와 마찬가지로 주꾸미 역시 재료보다 소스가 그 맛을 좌우한다. 주꾸미를 떠올리면 담백하거나 고소한 본연의 맛보다는 `매콤하다`, `달콤하다`처럼 버무린 양념 맛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그 중에서도 최근 매운맛을 더한 주꾸미가 요식업계의 강자로 자리 잡았다. 그래서인지 어떤 매운 맛을 입힌 주꾸미냐에 따라 부쩍 늘어난 주꾸미 식당들 사이에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입맛대로 매운맛을 조절 가능한 남구 오천읍의 `해담쭈꾸미`는 지역 내 위치한 주꾸미 프랜차이즈 체인점과는 달리 차별화된 맛으로 승부수를 뒀다. 건강한 조리법으로 불맛을 더한 주꾸미가 바로 이 집만의 강점이다. 덕분에 주꾸미의 제철은 봄이지만 이곳은 사시사철 언제나 주꾸미비빔밥을 찾는 손님들로 북적인다. 이들은 `입맛 없을 때에는 이 집 주꾸미만한 게 없다`고 말한다.

겉으로 봐선 일반 주꾸미 식당들과 다른 점이 눈에 띄지 않는다. 큰 대접에 밥 한 공기 넣고 콩나물무침과 무채무침, 상추 등 각종 야채를 담은 뒤 마지막으로 빨간 양념에 버무린 주꾸미로 그릇을 채워 비벼 먹는다.

완성된 주꾸미비빔밥을 한 숟갈 먹어보면 그제야 이곳이 맛집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주꾸미볶음에서 풍기는 숯불향이 코끝 가득 전해지면서 비빔밥의 풍미를 더하기 때문이다. 이 집은 양념에 버무린 주꾸미를 익힌 뒤 조리 마지막 단계에서 센불을 가해 불맛을 더한다. 이 과정에서 어떠한 첨가물도 사용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그동안 주꾸미볶음의 자극적인 매운맛을 꺼리던 이들도 숯불향 머금은 주꾸미가 전하는 신(辛)나는 맛에 새삼 눈을 뜰 정도다.

 

▲ 조리 마지막 단계에서 센 불을 가한 주꾸미와 각종 야채를 한데 넣어 비벼먹는 주꾸미비빔밥.
▲ 조리 마지막 단계에서 센 불을 가한 주꾸미와 각종 야채를 한데 넣어 비벼먹는 주꾸미비빔밥.

불맛에 놀란 위장을 달래주는 달걀찜은 푸딩처럼 몽글몽글하게 맺혀 있어 그릇을 이리저리 뒤집어 봐도 좀처럼 미동조차 않아 수저로 직접 떠먹어보기 전에는 정체를 알 수 없다. 새콤달콤한 국물 맛을 자랑하는 오이냉국 역시 주꾸미비빔밥 옆을 든든하게 지키며 불난 입속을 시원하게 다독인다. 언제부턴가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주꾸미식당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새우튀김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쫄깃한 주꾸미와 바삭한 튀김은 소리부터 다르지만 식감의 재미를 더한다.

특히 이곳 테이블은 친구나 연인보다 주로 가족들로 채워진다. 주꾸미의 효능이 이미 알려진 만큼 노부모와 함께 온 이들에겐 주꾸미와 함께 삼겹살, 야채 등을 철판 위에 얹어 한데 볶아 먹는 철판주꾸미도 별미다.

주부 조모(39·남구 문덕)씨는 “평소 매운 음식을 즐겨 먹는데 이곳은 인위적인 화학재료를 사용한 자극적인 매운 맛이 아닌 건강한 불맛이 매력적이다. 알싸한 매운 맛이 더욱 구미를 당겨 입맛 없다던 친정엄마도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