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철기극단 페르소나 대표·`플라잉` 총감독
춘곤증이 밀려오는 나른한 오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정적인 도시 경주에서 하늘을 찌르는 함성소리가 터져 나온다. 배우의 손에 이끌려나온 관람객이 관객동참 신에서 배우들과 함께 `에너지파`를 외치며 숨겨둔 끼를 뽐내고, 지켜보는 관객들은 박장대소한다. `플라잉`공연이 한창인 경주엑스포공원 백결공연장의 모습이다.

2011년 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서 처음 선보인 뒤, 폭발적인 성원에 힘입어 2012년 경주에 둥지를 틀고 상설공연을 시작한 넌버벌 퍼포먼스 `플라잉` 공연은 수학여행의 필수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4년차를 맞이한 이 상설공연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국내에서 1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는 12개이지만, 1천만 관객을 동원한 공연은`난타`가 유일하다. `난타`가 이런 대기록을 세운 것에는 국내외 마케팅의 성공, 한국적 요소의 가미 등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최초로 전용관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것이다. 사실 대중에게 낯선 넌버벌 퍼포먼스나 소규모 공연은 공연장 섭외가 쉽지 않다.

상설공연을 진행할 수 있는 전용관이 있어야만 계획적으로 배우를 수급하고 트레이닝 할 수 있으며, 마케팅도 장기적인 계획 하에 체계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백결공연장이라는 대규모 전용공연장에서 상설공연 중인 `플라잉`은 그 기초공사가 튼튼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난타``점프``비밥`을 통해 내공을 쌓은 연출진들은 든든한 기둥이 되어 매 공연마다 관객의 반응을 살피고 회의를 통해 업그레이드를 거듭한다. 공연 회차가 늘어날수록 완벽에 가까워지는 공연이 탄생할 수 있는 비결이다.

지자체와 전문 창작기업 최초의 합작 공연이라는 점도 비바람을 막아주는 벽이라 할 수 있다. 상설공연을 이어갈 수 있도록 초반 지원을 한 지자체와 공연 콘텐츠·노하우를 가진 전문창작기업의 만남은 누적 관람객 40만 명이라는 기록을 낳았다. 이를 바탕으로 오는 8월 열리는 `실크로드경주2015`에서 그 진가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

행사가 열릴 때마다 세계와 끊임없는 소통, 융합으로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온 경주엑스포가 오는 8월 21일부터 10월 18일까지 `유라시아 문화특급`을 주제로 `실크로드경주2015`를 개최한다. `플라잉`도 이 행사를 통해 인도, 아랍, 중국 문화를 아우르는 새로운 버전의 공연인 <플라잉: 화랑원정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모든 제작진이 배우 캐스팅, 무대 장치, 내용 고증, 창의적인 스토리라인 구축을 통해 실크로드라는 옷을 제대로 입기 위해 노력 중이다.

`실크로드경주2015`라는 튼튼한 지붕에`관객`이라는 인테리어로 마무리 지으면 훌륭한 창작 콘텐츠가 완성될 것이다. 대사가 없는 넌버벌 퍼포먼스(Nonverbal Performance)의 탄생 배경인 남녀노소, 내외국인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은 `플라잉`의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 나이, 인종, 문화에 구애받지 않는 보편적인 코미디와 신체의 극한을 보여주는 익스트림 퍼포먼스라는 무기로 공연의 질적 성장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창출을 이루어내고, 전 세계인이 즐기는 공연이 되어 플라잉 자체를 브랜드화 하는 것이 이 작품이 추구하는 미래이다.

경주라는 지역의 특색, 신라시대에서 현대로`타임워프`하는 독특한 소재, 보편타당한 웃음의 해학이 잘 버무려진 `플라잉`공연은 3세대 넌버벌 퍼포먼스를 지향한다. 넌버벌 퍼포먼스의 시작은 아니었지만, 전 세계가 열광하는 새로운 세대의 주역이 되기 위한 시도는 현재진행형이다.

`난타`를 통해 도약했고 `점프`를 통해 뛰어올랐으니, `플라잉`과 손을 맞잡고 전 세계 곳곳을 날아다닐 날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