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부부의 날` 아시죠
직장인 양모(34·북구 흥해읍)씨는 5월 내내 숨돌릴 틈이 없다. 잇따른 경조사와 기념일의 연속에 주말까지 반납(?)하는 등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 하루라도 빨리 5월이 지나갔으면 하는 심경이라는 것. 특히, 21일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에 이어 가정의 달 마지막 기념일이라 할 수 있는 `부부의 날`이다.
`5월에 둘이 하나가 된다`는 뜻이 담긴 부부의 날은 부부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화목한 가정을 일궈 나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젊은 부부`들은 정작 타인을 챙기느라 부부의 날은커녕 마음의 여유조차 없다는 푸념을 하고 있다.
양씨는 “이제 결혼한 지 2년 정도 됐는데 5월이 되면 다른 사람을 챙기느라 아내와 제가 맘 편하게 돌아볼 여유조차 없었던 것 같다”며 “부부의 날 하루만이라도 바쁘게 살아오느라 그동안 수고했다고 말 한마디씩 하며 의지해야겠다”고 털어놨다.
가정의 달 5월은 누구에게나 행복하고 평화로운 때지만 정작 자신에게 거리가 먼 이야기라며 한숨을 내쉬는 가정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경조사 비용, 주택 대출 등으로 가뜩이나 지갑 사정도 얇은 신혼부부들은, 5월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야 하는 시기라 더욱 버겁다며 아우성이다.
지난해 초 결혼한 유모(35·여·남구 연일읍)씨는 “지난해 양가 어르신을 챙기는 문제로 한번 다투고, 올해는 경조사로 갑자기 지출이 늘어나며 남편과 서로 예민했는데 조용히 지나갔다”며 “부부 둘만의 문제가 아닌 다른 것으로 싸운다는 생각이 들자 속이 상하는데, 남편에게라도 힘이 되어줘야겠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기념일을 지나고 난 후 가정불화를 겪는 부부도 많다. 부부의 날을 챙기지 않아 섭섭한 마음에서 비롯된 감정싸움과 각종 기념일을 챙기다 보니 가계지출이 늘자 결국 부부간 다툼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생기는 것.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관계자는 “명절 연휴기간이 끝나면 가정불화 등으로 상담소에 문의가 많이 들어오듯 가정의 달인 5월이 지난 후 상담이 더 늘어나며 바빠지는 분위기”라며 “바쁘고 지쳐 예민해지면 다투기도 쉬우니 부부의 날만이라도 힘든 점을 털어놓고 서로 의지할 수 있는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고세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