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이충진 지음 이학사 펴냄, 165쪽

2014년 4월 16일. 온 국민은 참담하고 비참한 현장을 목격하며 큰 충격에 빠졌다. 승선객 476명 중 수학여행을 가던 단원고 학생 250명을 비롯해 295명이 사망하고 9명이 실종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던 날이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철학자 이충진 한성대 교양교육원 교수가 세월호 참사를 다시 성찰해보는 `세월호는 우리에게 무엇인가`란 책을 냈다. <이학사, 165쪽, 9천원> 이 교수는 세월호가 1980년 광주 이후 가장 중요한 시대적 사건이라고 단언하며, 세월호를 이야기하지 않고서는 어떠한 철학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세월호가 우리에게 던진 뼈아픈 물음들에 답해보고자 하는 철학적 시도이다. 그는 세월호를 계기로 드러난 우리 삶의 불합리함과 비윤리성, 세월호를 둘러싼 사람들의 모습, 세월호 전후의 우리 사회의 단면, `세월호 이후를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인가`라는 물음까지 우리가 반드시 숙고하고 긴 호흡으로 대해야 할 문제들을 철학의 눈으로 성찰한다.

이 책은 세월호를 계기로 우리에게 중요하게 떠오른 몇 가지 사항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1장에서는 세월호 침몰 이후 우리가 가장 처음으로 맞닥뜨린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주목한다. 2장에서는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신자유주의, 3장에서는 세월호를 둘러싼 사람들의 행위를 중심으로 합리적 행위와 윤리, 4장에서는 세월호 이후에 두드러진 우리 사회의 야만성을 폭로한다. 그리고 5장에서는 칸트의 눈을 빌려 세월호를 둘러싼 문제를 돌아보고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한 길을 모색하고 있다.

그는 첫 마디부터 도대체 `국가란 무엇이냐`고 외친다. 그는 책에서 304명의 목숨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죽어가는 사람들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해경을 보면서, 사람 목숨을 담보로 돈을 버는 업체를 방치하는 정부를 보면서, 죽음의 원인을 밝혀달라는 유가족을 외면하는 청와대와 국회를 보면서 이 질문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국가란 무엇인가` 그는 “세월호의 침몰은 대한민국이 법치국가에 어울리지 않는 국가임을 폭로했다. 세월호 `옆`의 국가는 무력했고 세월호 `앞`의 국가는 부자유와 불평등의 원천이었으며 세월호 `뒤`의 국가는 무심했다”고 지적했다.

또 근대국가는 국민의 보호기관이라는 `홉스의 국가`도, 국민의 자연권을 보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라는 `루소의 국가`도 4월 16일 대한민국에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한탄한다.

 

▲ 지난해 4월 16일 오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km 해상에서 해경해난구조대(SSU)와 해경이 침몰된 세월호를 잠수수색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이후 수없이 직면해야 했다는 야만성의 한국사회에 정녕 희망은 없는가. 저자는 이름 없는 다수에게서 희망을 본다. 인간 존엄성을 중시하는 사회, 자유·평등·연대라는 근대적 가치를 실현하는 사회, 인간 친화적인 공동체, 그곳을 향한 그들의 노력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음에 일말의 희망을 건다. 특히 기록 만들기와 수집하기 등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한 노력이 한국사회를 한 단계 더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라는 것.

이 교수는 `외면`이 아닌 `대면`으로, `망각`이 아닌 `기억`으로 `세월호의 이후`를 만들자고 간곡히 호소한다. `지금 여기`의 철학에 대해 질문하는 게 과제 해결의 출발점이며 세월호 이후를 우리의 건강한 미래로 만들 때 비로소 세월호 슬픔을 진정성 있는 슬픔으로 보존할 수 있다고 설파한다.

/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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