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용도 내세워 계약
알고 보니 `하나님의 교회`
교회측 계약취소 소송
교인·주민도 반대집회

▲ 지난달 27일 포항시 북구 동빈동 옛 기쁨의교회 주차장에서 `이단사이비추방대책위원회`가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의 부지 인수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포항지역 기독교계는 물론 지역 주민들의 관심의 대상이 돼온 포항 기쁨의 교회 옛 부지를 사이비 종교단체가 매입하려 한다는 주장과 함께 집단 반발 등 실력행사로 비화되고 있다.

`이단사이비추방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포항의 기독교인과 주민 등 700여 명(경찰 추산)은 지난달 27일 오후 1시 30분께 포항시 북구 동빈동 옛 기쁨의교회 주차장에서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안상홍증인회) 등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서 추진위는 `이단·사이비 종교가 기존 교회를 파괴하고, 거짓으로 지역민을 위협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특히 이 종단이 교회의 옛 본당 건물을 부당한 방법으로 사들여 “68년의 역사가 담긴 성지를 모욕하려 한다”며 강하게 비난하고, 스스로 계약을 취소하고 원상복구할 것을 주문했다.

1일 기쁨의교회 등에 따르면 이번 일은 최근 기쁨의교회 관계자가 리모델링이 진행 중인 이 건물의 용도가 유치원이 아닌 것으로 파악하면서 불거졌다.

당초 교회는 지역의 에스포항병원과 건물 매매계약을 추진했지만 병원 측의 자금확보 문제 등으로 무산됐고, 이후 서울에서 내려온 매수대리인과 계약이 성사돼 26억 5천만 원에 매각키로 결정했다.

그러나 교회는 유치원으로 건물을 사용한다던 매수대리인의 말과 달리 하나님의교회가 들어선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매수인 김모씨를 상대로 매매계약취소 소송을 진행하는 등 갈등을 빚고 있다.

기쁨의교회 한 관계자는 “유치원으로 사용한다는 대리인의 말을 믿고 계약을 진행했다”면서 “매각 대상이 처음부터 하나님의교회 측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다른 종단은 철저히 배제한다는 매각 원칙에 따라 절대 계약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갈등에 대해 지역 교인들은 물론, 인근 주민과 상인들의 불안도 커가고 있다.

북부시장 상인 김모(54)씨는 “교인들이 `(이단으로 분류하는)하나님의교회가 들어서면 집값이 내려간다`고 얘기를 하니 걱정이다”면서 “종교 다툼으로 인해 엉뚱한 불똥이 주민들에게 튈 수 있는 만큼 건물을 매각하면서 매수인의 정보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기쁨의교회도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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