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이후 기상특보 없어도 운항통제 일쑤
“주민불편 안중 없는 탁상행정… 대책 세워야”

▲ 세월호 사건 이후 포항~울릉 여객선 운항이 너무 자주 통제돼 주민과 관광객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9일 출항을 하지 못한 포항 여객선 터미널의 썬플라워호.

해양항만청이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원칙 없는 행정을 펼쳐 앞으로 울릉도 고립은 물론 주민들의 육지 나들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 9일 동해 상에 기상 특보가 없자 주민들은 포항~울릉 간 운항하는 썬플라워호(총톤수 2천394t·승객 920명·화물 20t)가 당연히 운항할 것으로 믿고 우체국과 택배회사에 택배화물을 접수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였다. 특히 포항의 여객선 터미널에는 울릉도에 들어가기 위해 대구, 서울 등 각지에서 승객이 몰렸고 일부는 승선까지 했다.

그러나 여객선은 출항시간 10여분을 남기고 통제돼 주민 및 관광객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이유는 포항~울릉 간 노선 등 동해 상에 기상특보는 없지만 파고가 3.5m이라서 포항지방해양항만청에서 통제를 시켰기 때문이었다.

반면, 포항지방해양항만청은 지난 10월 7일에는 기상특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서도 포항~울릉 간 여객선 썬플라워호를 오전 9시 50분에 정상 출항시켰다. 이날 기상특보는 동해 중부해상은 오전 10시, 동해 남부해상은 낮 12시에 해제됐다. 하지만 썬플라워호가 출항할 수 있었던 것은 선사가 ISM(국제안전협회)에 가입돼 있기 때문이다. 즉, 정부의 안전관리 인증을 받아 기상특보에 관계 없이 해운사 자체적으로 운항을 판단할 수 있는 규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취재 결과 이는 항만청이 세월호 사고를 내세워 최근 ISM을 선사로부터 회수해 버리는 바람에 모든 출항의 가부가 관의 통제 아래 놓이게 됐기 때문이다.

여객선사와 주민들은 정부의 취지에는 수긍하면서도 너무 과도한 방어 위주 행정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특히 썬플라워호는 지난 1995년 운항 이후 너울성 파도로 인해 단 한 번 승객 일부가 다치는 사고를 제외하면 지금까지 안전하게 운항돼 온 점을 전혀 고려치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해운전문가 등에 따르면 세월호 이전까지는 울릉도는 기상특보 등의 이유로 연간 70~80회 여객선 운항이 통제됐다. 하지만 기상특보가 없는 3.5m의 파도에 요즘처럼 여객선을 통제하면 앞으로 100~150일 동안 통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려는 현실이 돼 썬플라워호는 지난 1~6일까지 운항이 전면 통제됐다. 울릉군 주민들은 “썬플라워호 운항 이후 20여년 동안 12월에 이처럼 오랫동안 통제된 경우가 없었다”면서 “기상이변이 속출하는데다 해양항만청이 기상특보도 없는 상황에서 통제를 한다면 울릉도는 고립되는 섬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주민 K씨(50·울릉읍)는 “대통령이 규제를 풀라고 지시하는데도 울릉도 주민과 관광객들의 발을 묶는 행정 때문에 갈수록 울릉도에서 살기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울릉/김두한기자

kimd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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