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환 작가·계간 문예지 `ASIA`발행인

국가미래전략에서 남북관계의 최고 전략은 무엇인가? 아마도 박근혜 대통령이 말한 `통일대박론`에 담겼을 것이다. 통일은 대박이다. 그러나 `전쟁통일`은 쪽박이다. `민주주의와 인권과 시장경제의 평화통일`이 대박이다. 그 대박의 `필요충분조건`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서 `남북관계의 최고 전략`이 나온다.

올해 5월에 포항공과대학교 `박태준미래전략연구소`가 저명한 교수들을 대상으로 `미래전략연구 주제선정의 우선순위` 설문조사를 해보았다. 미래사회의 윤리, 21세기 동북아 공존공영의 리더십 등 20개 주제가 넘었는데 최우선에 뽑힌 것이 `북한의 개방체제 연착륙 방안 연구`였다. 제안자로서 나는 지식사회의 폭넓은 공감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 남북관계는 세계사에 유례없이 특수하고 불안정하고 위험하다. 이 난제를 풀어나가는 한국의 최정점과 최전선에 박근혜 대통령이 있다. 그래서 한국의 전략은 곧 대통령의 확신과 직결된다. 과연 대통령은 어떤 확신을 품고 있는가? 참모들은 어떤 조언을 하고 있는가? 엊그제 출범한 통일준비위원회는 어떤 묘안을 내놓을 것인가?

대북관계는 크게 두 축이다. 안보와 외교, 경제와 문화다. 튼튼한 안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박근혜 17개월`의 대북관계는 유난히 `안보`만 돋보였다. 외교적 유연성을 보기 어려웠고, 물처럼 흐르는 성질이 가장 강한 경제와 문화는 얼음처럼 굳어 있었다.

`드레스덴 구상`이 훌륭해도 평양과의 상관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 `북한의 개방체제 연착륙 성공`이 이뤄지지 않으면 대박 통일로 가기 위한 필요충분의 조건은 성립되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정부의 남북관계 최고 전략은 마땅히 `북한이 개방체제 연착륙에 성공할 수 있도록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모든 수단과 방법을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바탕이 `튼튼한 안보`지만, 그것만 돋보이는 상황에서는 다른 수많은 수단과 방법이 무용지물처럼 버려질 수 있다.

세계의 교류에는 아이러니하게 전쟁이 큰 역할을 했지만, 전쟁을 빼고 나면, 무릇 세계의 교류란 `먼저 돈이 길을 열고 그 길을 따라 문화가 간다.` 나는 작가지만 그것을 인정한다. 남북관계에도 특별히 뾰족한 수가 없을 것이다. 전쟁 예방의 안보 능력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경제의 작은 물길들을 열고 문화가 따라가야 한다. 그러나 천안함 폭침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등장한 5·24조치는 그 물길을 죄다 틀어막았다. 한국기업이 중국 안의 한국기업을 통해 북한에 하청을 주던 생산방식마저 막아버렸다. 중국기업이 북한에 하청을 주고 북한이 가공한 상품을 한국인이 `중국산`이라 여기며 소비하는 실정이다. 경제의 작은 물길들이 막히니 문화의 작은 물길들도 막혀야 했다. 강물이든 대하(大河)든 작은 물길들이 어우러진 현상이고 실체이다.

외교문제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이 유연성의 부족이나 결핍을 주장하고 있다. 6자회담은 방치된 것이나 진배없는 상태다. 이 문제에 대한 나의 생각은 따로 밝히겠지만, 6자회담에 명시된 그 목적과 명칭을 이제라도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을 위한 6자회담`으로 고쳐야 한다고, 한국정부가 주장해야 한다. 왜냐하면 `북한 핵 문제와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을 위한 하위 문제요 수단일 뿐만 아니라, 평화체제야말로 북한을 개방체제로 유도하고 개방체제에 연착륙시킬 수 있는 최적의 정치적, 외교적, 군사적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정권 출범부터 통일준비위원회 출범까지 박 대통령은 인사의 참담한 실패를 거듭해왔다. 국민들은 대통령에게 사고의 변화를 요구하면서 비서실장에게도 싸늘하고 날카로운 시선을 보내는 가운데 통일준비의 대표 얼굴들을 보게 되었다. 비서실장이 그렇듯, 그들은 한국에서 경륜이 높다. 그러나 장점이 곧잘 단점으로 둔갑하는 것이 세상사의 이치다. 그들은 대체로 역사적 상상력이 부족해지는 연령을 살고 있지 않는가. 상상력의 부족은 창의적인 도전을 가로막지 않는가. 이런 염려를 나는 해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