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일대 술집 여주인 살해범
연정 품고 정기적 드나들어

야심한 밤 단란주점에서 여주인과 함께 술을 마신 뒤 살해하고 달아났다 붙잡힌 40대 남성의 살해 동기가 밝혀졌다.

포항북부경찰서는 지난 1일 오후 8시 50분께 인천시 계양구 작전동 노상에서 포항영일대 모단란주점 여주인 살해 용의자 이모(40)씨 검거해 지난 2일 성폭행·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달 28일 오후 11시 40분께 포항시 북구 두호동의 한 단란주점에서 여주인 A씨(53)를 숨지게 한 뒤 달아났다.

그는 지난 1월 교도소에서 출소한 이후 어린 시절 고향인 포항으로 건너와 영일대해수욕장 인근 분식집에서 음식배달을 시작했다.

오랜 수감생활로 주변지인도 없이 외로이 지내던 이씨는 지난 2월 술을 먹다 우연히 주점 여주인으로 일하는 A씨를 알게 된 뒤 술이 생각나는 날이면 그녀를 찾아가곤 했다.

A씨에게 마음을 품은 이씨는 배달일을 하며 받는 월급으로 적게는 20만원, 많게는 50만원에 이르는 술값이 부담됐지만, 꾸준히 주점을 출입했다.

그러나 A씨는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았고, 이씨의 감정은 점차 사랑이 아닌 집착으로 변했다.

이같은 흐름 속에 사건 당일 “비도 오는데 술 한 잔 하자”는 A씨의 전화를 받은 이씨는 이날마저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다면 그녀를 살해하겠다는 생각으로 가슴에 흉기 한 자루를 품고 주점을 찾아갔다.

이후 A씨와 주점에 나란히 앉아 술잔을 나누던 이씨는 수차례 대화를 통해 A씨가 자신을 단지 가게에 자주 오는 손님 중 1명 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최종적으로 확인했고, 괴한으로 돌변해 흉기로 그녀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흉기를 휘두르며 위협해 그녀의 옷을 벗기고 몸에 있던 귀금속을 빼앗은 뒤 옆에서 그를 말리던 여종업원을 폭행했다.

생명에 위협을 느낀 A씨는 종업원과 다투는 틈을 이용해 출입문을 향해 필사적으로 달려갔지만 금세 뒤쫓아온 이씨에 의해 무참히 살해됐다.

살해 직후 신고를 두려워한 이씨는 여종업원을 찾아나섰지만, 그녀가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굳게 잠근 채 버티면서 곧바로 사건현장을 벗어났다.

경찰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평소 친구도 없이 외롭게 지내던 이씨가 따뜻하게 다가와 준 여주인이 자신을 계속 밀어내자 크게 실망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날도 사전에 흉기를 준비한 것으로 보아 충분히 살해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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