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락 수필가·경주청하요양병원장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의 서울 촛불시위는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요구에서 시작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권, 검역주권, 거기서 정치적 자유까지 시위 주제가 점차 커져 나갔다. 100일이 넘는 기간 동안 300만명이 거리 시위에 나섰다.

근래 우리는 자주 광우병, 신종 플루, 조류 독감, 구제역 등의 사태를 겪어왔다. 그 결과 우리 사회는 가축을 소비하는 문제가 먹을거리의 안전문제에 그치지 않고, 질병이 전파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이밥에 고깃국`을 먹는 사람은 부자나 고위층 몇몇에 불과했을 뿐 보통은 굶주림의 고통 속에서 허덕였다. 그러나 현대 과학기술의 발달로 농업과 축산업은 눈부시게 발전하여서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었던 고기도 이제는 매일 배불리 먹을 수 있다.

현재 세계의 가축 수는 인구의 약 10배 정도인 600억 마리로 추정한다. 1960년에 비해 2007년에는 인구는 2배 증가했지만 고기 소비는 4배 증가했다. 우리나라도 1970년에 한 사람이 한 해 동안 5.2kg의 고기를 먹었으나 2010년에는 41.1kg으로 소비량이 무려 8배나 늘었다. 미국인들은 2007년에 1인당 127kg을 소비했다.

문제는 고기를 많이 먹는 이면에는 문제점이 많다는 것이다. 육류의 지나친 섭취로 비만을 비롯해 심장발작, 암, 당뇨병 등이 불어났다. 또 대량소비를 위해 이윤을 추구하는 거대 다국적 농축산 기업이 생겨나서, 곡물, 가축, 사료와 가공식품의 생산, 유통, 소비까지 모두 장악하여 막대한 수입을 올린다. 근래에는 축산업을 위하는 화학비료, 농약, 유전자 조작 사료, 항생제 등의 생산 공장도 활력을 갖고 있다.

축산업 책에는 아래와 같이 쓰여 있다.

“닭으로 만드는 요리가 많은 우리나라는 닭고기 소비가 많다. 소비를 충족하기 위해 3마리가 살 공간에 10마리의 닭을 키우고 있다”

1970년에 비해 2010년에는 닭고기 소비가 7배나 늘었다.

삼겹살도 1970년에 2.6kg를 소비했는데 2010년에는 19.1kg로 40년간 7배가 늘었다. 서로 젖 물려고 상처내고 공격하기 때문에 새끼 때 송곳니를 자르고, 꼬리도 자른다.

살코기 속에 지방이 촘촘히 박혀 있어야 맛이 좋은 쇠고기라고 한다. 송아지로 도축되는 놈은 태어나자마자 나무로 된 사육 상자에 갇혀서 150~200kg으로 겨우 6개월을 산다. 육성우는 280kg까지 12개월이다. 비육우는 꽃 등심 만드는 단계로 16~20개월 키운다. 한국은 24~30개월간 600kg까지 2~3년 남짓이 일생 전부이다. 또 빨리 살찌우고 더 많은 우유를 위해 초식동물인 소에게 동물사료를 먹인다고 했다.

그러나 근래 선진국에서는 가축의 여러 잔인한 사육에 대해 성찰이 일어났고, 가축의 복지 문제가 사회의 화두가 됐다. 1964년 영국 해리슨은 `동물들을 감각을 가진 생물로 인정하지 않고 기계로 취급하는 공장식 축산방식의 잔인성을 고발했다. 1975년 피터 싱어는 동물차별을 반대했고, 이후 1990년대 말까지 거대 기업형 축산업에 대한 비판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

유럽 연합은 2006년에 가축사료에 항생제 섞는 것을 금지시키고 2008년에는 생 후 8주 이상 송아지는 폐쇄식 우리에서 사육을 금했으며 2012년에는 산란계의 케이지 사육을 금했다. 2013년에는 돼지가 임신 중일 때는 비좁은 틀에 가둬서 사육하는 것을 금했다.

인류의 역사는 노예제도, 인종차별, 여성차별 등을 철폐하면서 도덕적으로 끊임없이 진보해 왔다. 이제는 동물의 생존권 문제에까지도 인간은 염두에 둬야 한다. 동물을 잔혹하게 학대하는 축산 방식을 규제하는 것은 인간이 그만큼 더 윤리적으로 성숙해 지고 있다는 증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