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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미술 두 거장의 `아름다운 열정`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3-06-10 00:19 게재일 2013-06-1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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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우양미술관 새 단장 기념<br>박수근·이중섭展 9월8일까지<br>빨래터 등 대표작 31점 선보여
▲ 국내 경매 사상 최고가인 45억2천 만원에 낙찰된 박수근作 `빨래터`.
▲ 국내 경매 사상 최고가인 45억2천 만원에 낙찰된 박수근作 `빨래터`.

경주힐튼호텔 아트선재미술관이 우양미술관으로 새 단장해 13일부터 `한국 근현대미술 거장전-아름다운 열정, 박수근·이중섭` 전을 연다.

국내 경매 사상 최고가인 45억2천만원에 낙찰된 박수근의 1950년대 작품 `빨래터`를 비롯해 이중섭 그림과 은지화 등 31점을 9월8일까지 만날 수 있다.

한국 근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박수근과 이중섭. 그동안 회고전이나 단체전 등을 통해 이들의 작품이 소개된 적은 있지만 이번 전시처럼 이 두 작가만을 집중적으로 조망한 전시는 드물었다. 혼란스러운 사회 속에서도 삶에 대한 의지와 작품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간직했던 두 작가가 자신이 살던 시대를 바라보는 눈이 작품들 속에 담겨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떨어진 가족에 대한 그리움의 표현 등을 각자 개성있는 화풍으로 그려낸 작품들은 이제 우리의 삶과 역사를 대표하는 모습이 됐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 근대미술의 양대 거목으로 불리는 박수근과 이중섭의 대표작 30여점을 한 자리에 모아 선보인다.

▲ 이중섭作 `정릉풍경`,  `새와 애들`
▲ 이중섭作 `정릉풍경`, `새와 애들`

박수근(1914~1965)은 주변의 평범한 인물들을 자신만의 화면 구도와 마티에르를 통해 예술적으로 승화시킨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개별이나 구체적 현상에서 출발하면서도 보다 더 큰 곳에 도달하고 있다. 주변 사물에 대한 사실적 묘사라는 의미에서 리얼리즘이지만 자신만의 구도를 통한 회화의 평면성과 마티에르의 특성들은 모더니즘 한 가운데 그를 위치시킨다. 그래서 그는 가장 한국적인 화가 그 이상이라 말할 수 있다.

이러한 그의 그림을 박수근답게 만들어주는 것은 바로 마티에르다. 그의 그림은 여러 번의 밑칠을 통해 바탕을 쌓아 올린 후 형태를 잡고 다시 재질감을 만들어 나가면서 형태를 마무리한다. 이러한 재질감의 표현은 후기로 가면서 발전되는데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을 통해 그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그의 그림 속 풍경은 우리가 사는 어느 곳의 모습이었고 길에 앉아 물건을 파는 여인들과 아이를 업은 소녀의 모습은 우리가 살았던 일상이었다. 독창적이면서도 가장 대중적인 것 그 가운데 균형감을 유지한 박수근의 그림 속에는 작가가 자신과 시대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표현을 통해 삶의 내면을 그려내는 작가의 깊이가 담겨있다.

▲ 박수근作 `고목과 아이들`,  `귀로`
▲ 박수근作 `고목과 아이들`, `귀로`

불우한 삶으로 널리 알려진 이중섭(1916~1956). 그러나 한국과 일본에 각기 떨어져 살아야만 했던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전쟁 통의 힘겨운 삶은 그의 천재성을 불태워 최고의 작품들을 이끌어냈다. 이번 전시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그의 유화 4점을 비롯해 크레파스, 과슈, 은지화 등 다양한 소재의 작품들을 통해 이중섭의 미술세계를 두루 선보인다.

1953년에 그려진 `새와 애들`은 특유의 거침없는 필선과 과감한 생략이 돋보인다. 신화적인 새들과 현실 속의 아이들이 어우러져 놀고 있는 모습은 이상과 현실 어느 쪽에도 구속 받지 않는 자유를 상징한다. 그리고 이는 속도감 있게 그어진 선으로 구성돼 화면을 꽉 채우고 있다. 유화가 몇 점 전해지지 않는 이중섭의 작품 중에서도 양호한 상태로 전해지는 이 작품은 그의 원숙한 필력과 천재성이 유감없이 발휘된 귀한 작품이다.

현재 전해지는 이중섭의 작품 중 대다수는 드로잉이다. 그림을 그릴 재료가 없었기에 유화 작품은 드물기도 하지만 사실 선으로 구성되는 드로잉은 이중섭 작품의 중요한 특징이기도 하다. 일필휘지로 그어 내린 대담한 선은 간결하면서도 힘이 넘치고 그 하나로 작가 자신을 대변하기도 한다. 그 중 은지화는 회화에 있어 매우 독특한 재료로, 종이에 펜으로 그리고 부분적으로 채색을 가하거나 혹은 은지에 선묘로 그린 것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이러한 드로잉 작품들 역시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가진다. 이는 아마도 이중섭이 선묘 만으로도 충분히 예술적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 만큼 선의 표현력을 탁월하게 사용할 줄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예술적 특징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다양한 소재로 제작된 드로잉 작품들을 선보인다. 특히 은지에 그려진 작품이 6점 선보이는데 비록 그림을 그릴 곳이 없어 캔버스나 종이를 대체한 용도로 사용된 것이기는 하나 은지화는 이중섭을 상징하는 주요 재료가 됐고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 MoMA에 소장될 정도로 특수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또한 이러한 은지화에 그려진 것은 대체로 몸을 서로 얽고 있는 어린 아이들의 모습이다. 일본에 두고 온 두 아들과 사랑하는 부인을 그리는 이중섭은 만날 수 없는 가족에 대한 애틋함과 그리움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그는 은지의 작은 화면에 서로 몸을 부둥켜 안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아 잊을 수 없는 부정(父情)을 예술혼으로 승화시켰다.

한편 경주 보문단지에 자리잡은 우양미술관은 1991년 개관한 경북 최대의 사설미술관이다. 세계적인 주요 거장들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고 매해 두 차례 국내외 미술관과 연계된 대규모의 기획전을 통해 세계 근현대미술사의 흐름을 다양한 측면으로 조망해오고 있다. 문의 (054)745-7075.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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