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립미술관서 특별전 갖는 재일교포 컬렉터 하정웅씨

▲ 20일 포항시립미술관에 자신을 위해 마련된 특별전시회에 참석한 재일동포 컬렉터 하정웅씨가 자신의 가족을 소재로 한 그림 앞에 서 있다.
재일교포 사업가로서 조국의 문화예술발전을 위해 40여년 동안 피와 땀으로 수집한 미술품 1만여점을 기증한 문화메세나 운동가 하정웅(74)씨.

20일 포항시립미술관이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는 하씨의 고귀한 메세나정신을 기리기 위해 마련한 특별전시회 `컬렉터 하정웅-나눔의 미학전` 개막 행사에 참석한 그를 만나 조국 애와 나눔의 철학을 들어봤다.

△성공비결을 소개하면

가난한 집안의 장남에 `조센징`의 멸시에도 불구하고 세상과 맞서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살 수 있었던 비결은 `항상 전진한다`는 인생철학 덕분이었다. 여러 차별 속에서도 싸우지 않고 참고 인내했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밝은 희망을 기대하며 항상 노력하며 살아 왔다.

△컬렉터가 된 계기는

25세 때인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동포 및 일본인 화가들의 작품을 수집했다. 그들을 경제적으로 돕는 것 외에 굴곡진 20세기 우리 역사의 증언자가 되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겪은 비극의 시대를 함께 살았던 화가들의 작품을 통해 현대인들과 후세가 20세기 역사, 특히 한·일 관계와 재일동포들의 삶을 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수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나 지원한 작가가 있다면

내 생애 최초의 수집품이 됐던 재일조총련 작가 전화황(1909~1996)의 작품 `미륵보살`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의 작품에는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염원하는 기도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내면 깊숙이 갈구하는 생명의 존엄성과 평화와 희망의 세계 등을 작품으로 나타냈으며 다시 돌아가지 못한 고향에 대한 그리움 등을 표현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가 그의 미륵보살 안에 담겨 있다.

△조국의 여러 미술관에 수집품을 기증하고 장학금을 쾌척해 국민훈장 동백장, 보관문화훈장 등을 받았다. 조국의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청년으로 살아오면서 일본인들이 증오, 극복의 대상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고생과 노력으로 값진 돈과 삶의 철학을 가질 수 있었다. 예술가들의 예술적 감동을 나눔으로써 우리 모두가 하나되고 소통할 수 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조국에 대한 그리움과 삶의 희망을 찾기 위해 시작했던 작은 컬렉터로서의 나의 삶을 미학으로 보아 주고 특별전시회를 기획해 열어준 김갑수 포항시립미술관장께 감사한다. 이런 문화예술적 감성이 더욱 많은 이들에게 나눠져 하나의 문화가 되고 나아가 한국과 일본 양국의 문화적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1939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하정웅씨는 미술지망생이었지만 어려운 형편 때문에 꿈을 접고 사업에 뛰어들어 성공한 뒤 미술품을 수집, 미술관을 세우려다 취소하고 모두 고국에 기증했다. 현재 전통문화예술 육성, 한일문화예술 교류 등을 주로 사업으로 하는 수림문화재단 이사장을 맡아 한일 양국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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