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유복 포항항도초등학교총동창회 명예회장

지난 17일 제16호 태풍 `산바`가 한반도를 관통하면서 우리지역을 휩쓸고 갔다. 초속 40m가 넘는 강풍과 600㎜이상의 물 폭탄을 하루 새 쏟아 부었다. 수확기를 맞은 농산물은 말할 것도 없이 산사태가 나 귀중한 생명을 앗아가기도 하고 도로와 하천이 범람해 물바다를 이뤘다.

형산강 수위가 위험수위까지 도달해 범람 직전까지 가는 아슬아슬한 순간도 있었다. 지난 제14호`덴빈`과 제15호`볼라벤`이 다행히도 비켜가 안심했는 데, 이번 태풍에 많은 피해를 당한 지역민들의 상심이 이루 말 할 수가 없다. 수마가 할퀴고 간 들녘과 과수농장 그리고 침수된 가옥과 상가, 도로를 복구하느라 시장을 비롯한 전 공무원이 밤샘작업에 나서고, 자원봉사에 나선 시민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 중 유난히 눈길을 끄는 것이 빨간 트레이닝복 상의를 입고 복구 작업에 열중인 해병대원들의 모습이다. 우리 지역의 재해현장㎝에는 붉은 무리 해병들이 큰 몫을 해오고 있다. 이번 태풍`산바`피해 현장에도 어김없이 출동했다. 국가방위의 한 축을 담당하는 해병대가 이 땅에 들어 온지도 50년이 훌쩍 넘어섰다. 국가전략기동부대로서 최일선에서 국가를 지키는 임무이외에도 대민 봉사에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구슬땀을 흘리는 해병대대가 있어 우리는 행복하고 감사할 뿐이다.

언제나 그 자리, 국민을 위한 충실한 해병대가 오늘도 우리의 팍팍한 삶에 위안을 가져다준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하지만 우리는 너무 모르고 사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필자가 여러 해 동안 글을 통해 `해병예찬(海兵禮讚)`을 강조하고 있지만 뭔가 보답해 준 적이 없는 것 같다.

태풍이 지나간 다음날인 18일 아침 일찍 필자가 받은 전화는 해병대사령관을 역임하고 이제 전역해 후진양성에 힘쓰고 있는 이홍희 장군이었다. 밤새 태풍으로 인한 피해상황이 각종 매스컴의 전파를 타고 있어 제2의 고향이라 여기는 포항의 소식이 너무 궁금해 직접 전화를 했단다. 지역의 원로 몇 분과 지인들에게도 안부 전화와 걱정을 했다고 하니 정말 고마운 분이다. 해병의 혼이 깃든 이곳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인연으로 고향과도 같은 정을 듬뿍 느끼는 모양이다. `포항과 해병대`의 끈끈한 맥을 이런 분들이 이어주고 있는 듯하다. 반세기의 `아름다운 동행(同行)`이 그저 이뤄진 게 아니다. 우리에게 해병대가 반드시 있어 주어야 하는 존재의 가치가 여기에 있다.

며칠 전, 현재 제1사단장으로 근무 중인 전병훈 장군을 사석에서 만난 적이 있다. 지역발전을 위해 해병부대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어떤 일이든지 앞장서겠다는 확고한 신념을 다시 한 번 밝히며 국토방위의 임무 외에도 지역민들을 돕는 일에도 전력을 다 할 수 있음을 내비친다. 여간 고마운 마음이 아닌데, 이번 태풍 `산바`가 또 한 번 고마움을 일깨워 준다. 대화중 이런 얘기도 나왔다. 해병대의 충성심과 강인한 정신력은 세계 제일인데, 오십 중반에 전역하는 해병대원들의 제2의 인생설계가 상당한 고민거리라는 것이다. 청년실업도 문제지만 30여년 군 생활을 마치고 사회로 나와 한창 일 할 수 있는 나이인데,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허송세월하는 전역자들의 뒷모습이 안쓰럽다며 지역사회에서도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필자는 정말 마음이 무거워졌다. 우리 지역을 위해 무엇이든 솔선수범 해오고 있는 해병부대원들에게 우리는 무얼 해 줄 수 있는가. 청춘을 이곳 포항에 바치고 전역한 분들의 재취업 문제를 지역사회가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대목이다. 지자체나 기업체, 시민단체 등이 나서서 해병대 전역자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는 게 지역사회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해병부대원들에 대한 조그마한 배려가 아닐까. 해병대의 고마움을 다시 한 번 떠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