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맞아 알아보는 태극기 상식

“엄마, 태극기는 왜 빨면 안돼요?”

주부 유모(41·여)씨는 며칠 전 초등학생 딸의 질문에 대답하다가 당황했다. 유씨 역시 국기는 빨면 안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랐지만 마땅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던 것.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거치며 태극기는 국민들에게 친근한 대상이 됐지만 아직까지 국기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갖고 있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국기는 나라의 얼굴… 빨아도 될까?

많은 사람들이 국기는 빨면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직장인 박모(47)씨는 “지금껏 태극기를 빨아본 적이 없다”며 “`나라의 얼굴`을 세탁기에 넣고 돌린다고 생각하면 왠지 내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행 대한민국국기법(이하 국기법) 시행령 제22조를 살펴보면 `국기에 때가 묻거나 구겨진 경우 국기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세탁하거나 다림질할 수 있다`고 돼있지만 태극기를 빠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시민들은 더러운 국기를 계속 사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한민국국기홍보중앙회 이래원 회장은 “우리나라 국민들은 국기에 대한 경외심이 강해 국기를 빠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며 “염색 기술이 좋지 않은 시절에는 물이 닿으면 망가지는 경우도 많았지만 요즘은 양질의 국기가 많이 보급된 만큼 더러워진 국기를 깨끗하게 빨아서 쓰는게 좋다”고 밝혔다.

태극기를 버릴때도 고민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국기법 제10조에서는 `국기가 훼손된 때에는 이를 소각 등 적절한 방법으로 폐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 태극기를 소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공무원 이모(40·여)씨는 “얼마 전 낡은 태극기를 검은 비닐에 싸서 종량제 봉투에 담아버렸다”며 “태울 장소도 마땅치 않고 종이도 아닌 합성수지를 태우는 건 공해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래원 회장은 “현행 국기법 상 가장 애매한 부분 중 하나다”며 “태우는 것이 원칙이지만 적지 않은 불편과 위험이 따르고 환경법에 위반될 수도 있는 만큼 지자체에서 낡은 국기를 걷어 단체로 소각하는 등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태극기 패션 “국기 모독” VS “친근해”

월드컵을 계기로 `태극기 패션`이 보편화되면서 태극기를 옷과 장신구에 이용하는 것에 대한 논란도 크다.

국기를 함부로 다루는 것 같아 보기 좋지 않고 법에도 어긋난다는 의견과 국민들이 태극기를 친숙하게 느낄 수 있으니 나쁠 것 없다는 의견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태극기 패션으로 인한 국기 모독 논란이 일자 2002년 11월 국무총리 훈령인 `태극기 사랑운동 실천지침`을 개정했다. 개정 훈령은 속옷과 양말 등에 국기 문양을 넣는 것을 금지했던 종전 문항을 바꿔 국민이 혐오감을 느끼지 않는 범위에서 국기나 국기 문양을 각종 생활용품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학교서 24시간 펄럭이는 태극기도 위법

한편 현행 국기법은 학교와 군부대에서 국기를 낮에만 게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동법 시행령 12조에서는 오전 7시에 국기를 게양하고, 3월~10월에는 오후 6시, 11월~다음 해 2월에는 오후 5시에 태극기를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법률에 맞춰 매일 국기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 학교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법률도 업데이트 필요

이밖에도 다른 기의 게양대와 같이 설치할 때 국기게양대를 더 높게 설치하도록 한 규정, 건물 안 회의장 등에서는 내부의 전면을 바라보고 왼쪽이나 중앙에 국기가 위치하도록 한 점 등은 현실적으로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는 국기법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적은데다 현실과 동떨어진 측면도 크기 때문이다.

㈔대한민국국기선양회 이덕수 회장은 “국기법을 자세히 모르는 국민들도 많지만 알아도 지킬 수 없는 법 조항 역시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나서서 국민들에게 국기법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태극기 소각 등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려운 부분은 과감하게 고치거나 수거함 설치 등 차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