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장 오래된 정착촌
조류독감 영향 잇단 폐업
“자식들 잘 되는 것” 소원
한센인하면 소록도를 떠올리지만 소록도 외 한센인 정착촌은 전국적으로 89군데나 된다.
칠곡군의 한센인 정착촌은 칠곡, 낙산, 삼청 농장 등 3곳에서 250여 명의 주민들이 양계를 생업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 중 칠곡농장은 한센인들이 모여 사는 대표적 정착촌이다.
칠곡 농원은 전국에 있는 한센인 정착촌 89군데 중 가장 오래된 곳이다. 이들은 한국전쟁 당시 대구 대명동 공동묘지에 천막을 치고 살던 30여 명이 강제 이주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불편한 몸으로 도로를 닦고 집과 축사를 세웠으며, 정부는 이곳 정착인 391명에게 한 사람당 병아리 100마리씩을 분양해 준 것이 이들이 이곳에 남게 된 동기다.
한때는 이곳이 하루에 닭 30만 마리에서 24만 개의 달걀을 생산해 생활하는데 지장은 없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지금은 고령으로 인한 노동력 상실과 계속되는 조류독감 등으로 양계업을 폐업하고, 군에서 지급하는 기초수급 생활수당으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농장은 칠곡군청과 35㎞나 떨어진 먼 거리로 지천면 연하리 90번지 일대에 사방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가파른 곳에 계단식으로 터를 닦아 조성됐다.
산세가 워낙 험해 축사 외 다른 작물 등 재배는 엄두도 못 낸다. 도로보다 낮은 곳에 마을이 있어 홍수 시 산사태 등 위험이 많은데도 여태껏 아무런 사고 없이 살아온 게 신기할 지경이다.
이곳은 3년 전만 해도 수돗물이 들어오지 않아 가축의 분뇨가 스며든 오염된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고 있었다.
경북도의 수질검사 결과 부적합판정을 받아 2005년 2월에 공동수도를 설치했으나 200m나 되는 낮은 곳에 만들어져 지금도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내리며 물을 길어다 사용한다.
이들은 이런 열악한 환경과 생활고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가고 있지만, 정작 이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사회적 편견이다.
그 한 예가 오래전 발생한 성서 개구리 소년 사건이다. 당시 이곳 정착촌은 근거 없는 제보로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관계기관은 물론 언론까지 가세해 폭도로 모는 바람에 이들의 삶은 하루아침에 풍비박산이 되어버렸다.
이후 누명은 벗었지만 그 후유증에 대해서는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어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가슴속의 응어리로 남아있다.
마을 회관에서 만난 한 주민은 “우리는 이제 아무도 안믿는다. 국가인권위원회도 다녀가고 방송사를 비롯한 일간지 기자들이 이곳 실태를 취재하러 왔지만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남에에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고 우리들끼리 선량하게 살아 가고 있지만 정상인들은 여전히 부정적 선입관과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곳에는 교회도 성당도 있다. 목사님이나 신부님이 이곳에 상주해 매주 주일 예배를 본다. 소원이라면 자식들 잘되는 것과 하나님 부름을 받을 때까지 성실히 신앙생활에만 전념해 살아가는 것”이라 고 덧붙였다.
/남보수기자 nbs@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