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달 사이에 충남·충북·경기도에 이어 경북 3곳에 구제역이 발생했다. 4년 전 전국을 휩쓸었던 구제역 악몽이 연상된다. 그동안 예방 차원의 백신 접종을 강화해왔지만 지금 전국 32곳에서 구제역이 발병했고, 전국적으로 번지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기도 하다. 얼마전 경북 몇 곳에서 AI가 발생했으나 금방 숙지게 됐는데, 이번 구제역도 그렇게 마무리됐으면 싶다.
방역당국은 이번 구제역이 4년 전 구제역과는 양상이 다르다고 한다. 그동안 꾸준히 예방 접종을 해왔기 때문에 `폭발적`으로 확산되지는 않고, 발생 건수가 4년 전에 비하면 4% 수준으로 느리며, 예방접종을 충실히 잘 한 농장에서는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현행 백신 접종 메뉴얼은 `분만 4주 전 어미돼지에 1차접종을 하고, 생후 70일을 전후해 2차 접종`을 하도록 되어 있다. 당시 메뉴얼을 만들때 2차 접종 후 3~4주 후 추가로 3차 접종을 하기로 했다가 축산농들의 반대로 제외됐다. 돼지 스트레스, 상품성 등을 고려한 것이고, 2차접종만으로 충분하지 않나 해서였다.
그러나 그 많은 가축들을 일일이 빠짐 없이 예방접종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놓치는 경우도 있으니 가축전염병은 계속되는 것이다. 지금의 구제역은 계절 구분이 없이 발생하는데, 구제역 바이러스도 진화되고 강해지는 것이다.`백신과 바이러스의 전쟁`은 인간의 숙명이다. 세계보건기구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3가지 요소를 `식량부족, 기후변화, 팬데믹`이라고 했다. 팬데믹이란 특정 전염병이 발생·유행·확산되는 현상을 말한다. AI와 구제역도 팬데믹의 일종이다.
가축전염병이 발생하는 원인 중 첫째로 꼽히는 것이 축사환경이다. 불결한 축사 속에 빽빽히 들어 차 있는 개체수가 발병의 원흉이다. 가축 배설물 1g에 10만~100만 마리를 감염시킬 수 있는 바이러스가 포함돼 있다고 하니, 조밀한 축사 속에서 한 마리만 감염돼도 금새 전 축사로 병균이 번질 수 있는 것이다. 가축전염병을 치료할 기술은 아직 없으므로 `안락사·생매장`뿐이다. 생매장 당하는 가축들의 비명소리를 계속 듣는 관계자들의 정신적 손상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한다.
덴마크, 프랑스, 캐나다 등에서는 `축산업 허가제`를 시행한다. 축사의 넓이나 위생시설이 기준에 적합해야 하고, 축산업자는 일정 기간 교육을 받아 축산업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또 미국, 일본, 대만에서는 정부에서 `시설기준`을 정해서 이에 맞는 축산농가만 허용하는 `신고제`를 시행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등록`만 하면 누구나 축산업을 할 수 있다. 매년 엄청난 비용을 들이는 `가축전염병과의 전쟁`에서 이기려면 우리도 허가제나 신고제 같은 `무기`를 가져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