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유영하 변호사의 국회의원 당선을 축하한다. 이번 총선을 지켜보면서 가진 의문 중 하나다. 유영하가 지역민에게 어떤 의미인지. 유영하는 대구와 달서구에 과연 무엇인가.
그는 선거를 불과 한 달 앞두고 달서갑 공천 신청을 했다. 달서갑과는 전혀 연고가 없다. 전형적인 낙하산이고 전략공천이다. 그를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시각도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유 당선인은 2004년 경기 군포에 출마, 고배를 든 후 2020년 21대 총선까지 매번 국회 문을 두드렸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 법률 참모로 발탁돼 핵심 측근이 됐다. 2016년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변호인을 맡은 후 현재까지 최측근 역할을 해 왔다.
그는 2022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특별사면으로 풀려나 달성 사저에 둥지 틀 때 함께 따라왔다. 이때부터 대구 정치판과 연을 맺는다. 그해 4, 5월엔 대구시장 경선과 수성을 국회의원 재·보선 경선에 출전, 탈락하는 쓴 맛을 봤다. 하지만,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보장되는 대구에서 달서갑 공천을 받았다. 결국, 정치 투신 20년 만에 금배지의 한을 풀었다. 7전 8기 끝에 이룬 결실이다.
그는 왜 대구에, 달서갑에 공천을 신청했나. 당은 왜 공천장을 주었나. 그는 박근혜와 함께 대구에 왔고 지역 정치권에서 기회를 찾았다. 박근혜 정서에 힘입어 자신의 숙원을 풀었다.
국민의힘 공관위 발표에서 공천 배경을 짐작케 한다. 정치적 고려가 있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을 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당의 입장이었다. 지역민들도 처음에는 웬 뜬금없는 공천인가 싶었지만, 용산과 당 입장에서 박근혜의 형편을 살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이해했다.
박근혜는 천막당사 시절 신한국당을 지켜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탄생시켰다. 보수를 일으켜 세운 주인공이다. 대구·경북은 국정농단으로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고 감옥살이까지 한 그를 보듬고 품에 안았다. 과실도 있지만, 연민을 느꼈다. 지역민의 정서였다.
박근혜에 대한 안타까움과 동정이 지역민들의 의식 속에 잠재해 있다. 이 연장 선상에서 달성 사저 안착을 반겼고 마음의 쉼터가 되길 바랐다.
유영하는 온전히 박근혜 후광을 입었다. 본인은 발끈할지 몰라도 지역 일각에선 박근혜를 이용, 정치적 목적을 달성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 총선 과정에서도 그는 지역민과 뭔가 겉도는 느낌이었다. 타 지역구 후보 지원으로 눈총받았다. 지역민에겐 ‘밉상’이 됐다.
유 당선인은 박근혜와 지역에 대한 의리와 초심을 지켜야 한다. 이를 잃는 순간 평가와 지지가 일순간 돌아설 것이다. 지역 심부름꾼과 나라의 일꾼으로 지역구 및 입법 활동에도 성심을 다해야 할 것이다.
지역과 함께 호흡하고 지역민과의 스킨십을 늘려야 한다. 유영하가 대구·경북에서 어떤 의미인지, 어떤 역할을 해야할지, 이제 보여줘야 할 때다. ‘대구의 미래, 달서의 새 희망’이 되겠다는 선거 구호가 빛바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