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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죽음에 대해 답해야 한다

등록일 2023-07-31 18:47 게재일 2023-08-0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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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인 수필가
김규인 수필가

죽음이 계속된다. 그 죽음이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 의한 것이라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의 이기심 때문에 일어나는 죽음을 본다. 그 죽음에 대하여 울분을 토하며 격분해도 그뿐이다. 우리는 너무나 쉽게 잊고 죽음은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난다. 이러한 죽음에 우리는 아직 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학부모의 도를 넘은 항의와 전화에 아이들에게 배움을 주어야 할 교사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세상을 달리했다. 한쪽만을 바라본 법의 폐해가 발생하고 이미 여러 명의 교사가 목숨을 잃었어도 우리는 무기력하기만 하다. 그저 교사의 죽음을 바라보기만 한다.

신림동의 ‘묻지마 살인’에 대하여도 살인을 저지른 사람에 대해 비난만 할 뿐 그렇게 지나왔다. 우리 사회의 청년들이 왜 이런 선택을 하였는지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는다. 그 슬픔의 자리에 꽃은 쌓여가는데, 문제 역시 그대로인 채로 쌓여만 간다. 혹시 내가 그 대상자가 아니라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어처구니없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 망연자실한다. 사고가 일어나기 전 여러 번의 신고 전화가 관련 기관으로 걸려 왔는데 이에 대한 대처가 미흡했고, 그 결과는 참으로 참혹했다. 눈 깜박할 사이에 제방을 넘어 지하차도로 들어찬 물은 차도를 달리던 사람들의 모든 것을 앗아가 버렸다. 서로가 상대가 잘못했다는 말만 하느라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일도 어렵다. 조용히 자신을 돌아볼 생각은 없는지 머릿속이 복잡하다. 사회를 살피는 감시 카메라는 더 늘어난다. 매스컴은 홍수를 이루고 심지어 개인 방송하는 크리에이터도 늘어나 많은 사람이 아는데도 왜 이런 불행한 일이 계속 반복되어야 하는가. 죽음이 던지는 계속된 질문에 우리는 어떤 대답도 하지 못하고 있다. 죽은 자들은 어서 답을 달라고 하는데 속 시원한 답은 어디에도 없다.

인간이 쌓은 경제적인 부로 생활이 더 나아졌다고 하는데 삶은 더 힘들어진다. 안전을 위한 법은 늘어나고 난간을 지지하는 지지대는 굳건하게 세워지지만, 삶과 죽음은 편리한 삶의 도구와는 상관없이 일어난다. 가장 든든한 지지대가 되어야 할 주위 사람들을 대상으로 벌어지는 일이기에 속수무책이다. 사람 사이에는 어떤 안전장치를 해야 할까.

다양한 삶으로 정작 가까워야 할 사람 사이의 거리는 멀어진다. 바쁘다는 핑계로 늘 혼자만의 시간과 생각 속에 갇혀 사는 사람들. 주위에 푸른 하늘과 함께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지 못한다. 자기보다 더 행복해 보여서, 자기 자식보다 남의 자식이 누리는 행복을 보며 시기와 질투의 시선을 보낸다.

판단의 기준은 자신이 된다. 남의 행복을 온전히 바라보지 못하고 주위를 둘러볼 줄도 모른다. 이 세상을 나 혼자가 아니라 더불어 살아간다고 생각할 수는 없을까. 옆의 사람들이 있어야 내 삶이 더 단단해진다는 마음을 가질 수는 없을까.

나의 주위에 사람이 있음을 느껴보고 몸이 불편한 이에게 손을 내밀어보자. 이기적인 마음을 조금이라도 주위를 향해 돌릴 때 세상은 더 살만하지 않을까. 이제는 죽음의 질문에 대한 답을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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