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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한 반항아보다 착한 캐릭터가 좋아요”

연합뉴스
등록일 2013-10-01 02:01 게재일 2013-10-0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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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아인, 영화 `깡철이`서 엄마 위해 분투하는 아들 역
“정직하고 선의가 있다면, 좀 덜거덕거리고 투박하더라도 내 목소리를 내고 싶어요. 낼수록 미끈해지고 좋은 목소리가 되는 것 같아요. 그래야 세상이 예쁜 목소리, 좋은 목소리, 필요한 목소리로 가득 차게 될 테니까요.”

배우 유아인(27)은 한국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젊은 배우 중 하나다. 김수현, 송중기, 이제훈 등과 함께 20대 배우 중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4대 천왕`으로 불리기도 했다.

새 영화 `깡철이` 개봉을 앞두고 지난 26일 삼청동에서 만난 유아인은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내는 이유에 관해 뚜렷한 소신을 밝혔다.

“20대인데, 벌써 목소리를 내는 데 두려워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연예인이라는 탈, 가면을 쓰고 그게 나에게 주는 부와 명예 때문에 자꾸만 움츠러들게 되는데, 그러지 말자는 거죠. 목소리 큰 사람들, 힘 있는 사람들만 목소리 내면서 세상이 굴러가게 둘 순 없잖아요. 저도 더 나이가 들고 잃어버릴 게 있다면 더 쉽지 않겠지만, 지금은 그냥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기니까 더 많이 내고 싶어요. 사실 모두가 다 그렇게 하고 싶어하는 것 같거든요. 내 목소리에서 굳이 나쁜 음질을 찾아내 깎아내리는 사람들조차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싶어서 그러는 것 같아요. 솔직해질 필요가 있어요.”

배우라는 일을 하면서 그런 생각이 더 뚜렷해지고 있다고 했다.

“배우라는 일이 계속 나 자신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요. 그게 배우란 일을 계속 사랑하고 오랫동안 하고 싶은 이유이기도 해요. 뭔가 성찰하고 깨우치고 이해하고 벽을 깨부수고 그런 게 배우잖아요. 그래서 세상 밖에 낼 수 있는 목소리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고 그걸 긍정적으로 치환하고 싶어요. 정치를 하겠다는 게 아니라요(웃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그의 말에는 막힘이 없었다.

“연예인이라고 굳이 단절된 상태로 `신비주의`로만 있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자신을 드러내는 게 배우로서 치명적 약점이 되는 건 아니거든요. 화학작용을 만들어내면서 대중과 같이 상승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대중들도 연예인을 너무 `딴따라`라고 보지 말고, 배우들도 대중을 `뭘 모르는 사람들`로만 보지 말고 서로 존중하며 긍정적으로 가는 길이 있는 것 같아요.”

그는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분명히 이해하고 싶기에 세상 사람들이 자신에 관해 쏟아내는 말들도 꼼꼼히 살펴본다고 했다.

“댓글은 안 보는 게 상책이라고 하는 분들도 많아요. 악플러들은 `딴따라 주제에…`라고 공격하니까요. 하지만, 저는 댓글들을 아주 잘 살펴봐요. 거시적인 현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 생각에는 네티즌 열 명 중 한 명이 댓글을 단다고 보는데, 그 안에서도 성질이 많이 다르거든요. 그래서 하나하나에 `힘들어`, `좋아` 그럴 게 아니라 `이런 일이 일어나는구나, 내가 이 상황에서 어떤 목소리로 가면 좋겠다` 그렇게 받아들이죠.”

그는 내면에서 점점 성숙해지는 한편으로 또래들이나 더 어린 친구들과 계속 호흡하고 싶은 바람도 크다고 했다.

“20대 초반에 독립영화를 하고 그럴 때는 또래에 비해 너무 조숙했고 거기에 너무 심취해 있어서 조금은 건방지고 대단한 성취가 있는 것 마냥 굴었어요. 어리게만 보이는 게 싫어서 더 어른인 척하고 아예 그런 (어린) 부분은 안 보여줬거든요. 그런데 이제 나이가 드니까(웃음) `나도 20대 같은 게 있어` 그런 걸 보여주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빠빠빠` 춤추며 노는 것도 (트위터에) 올린 거고요. `내가 당신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라며 뒤섞이고 싶어하는 거죠.”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하길 원하는 그이기에 배우로서의 연기 역시 “비현실적이고 느끼한 연기가 아니라 현실에 발을 붙인 연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택한 작품이 `깡철이`였다. `깡철이`에서 그가 연기한 `강철`은 치매를 비롯해 여러 병을 앓고 있는 엄마 옆을 지키며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분투하는 착한 아들이다.

“반항아를 표현하는 느끼하고 징그러운 방법이 있잖아요. 하지만, 전 현실에 발 디딘 연기를 하고 싶어요. 다들 10대 때야 반항하지만, 사회에 나가면 뭐 반항하나요? 현실에 순응하며 살지. 깡철이는 엄마란 존재가 있기 때문에 힘들어도 더 버틸 수 있는 거고, 힘들다고 하소연도 하지만 너무 착한 애예요. 저는 늘 착한 애들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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