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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같은 잡초들

등록일 2024-07-04 19:47 게재일 2024-07-0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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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대전 포항대 교수
윤영대전 포항대 교수

벌써 7월. 장맛비라며 슬쩍 다녀간 빗줄기 덕분인지 들판에는 온갖 풀꽃들이 가득하다. 갑자기 닥친 더위에 한참 만에 들린 시골집에도 생각 밖의 초록색 막이 덮여있다. 그런데 그 속에 하얀 꽃 노란 꽃들이 피어있어 밉지 않은 꽃밭에 들어온 느낌이다.

방문을 활짝 열어 공기를 바꾸어 놓고 뒤뜰까지 둘러보니 풀들이 너무 무성하고 앞뜰의 키 낮은 정원수는 아예 밑둥치가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아, 가지 정리를 좀 해야겠구나’하고 전지가위와 톱을 꺼내 들고 가까이 가보니 쑥의 무리와 예쁜 개망초꽃 탓이다. 개망초는 심지도 않았는데 재작년부터 흰 국화처럼 피던 꽃이라 그냥 두어온 것인데 알고 보니 온 들판에 피어 퍼드러지는 잡초라는 것이다.

잡초는 경작지에서 재배하는 식물 외의 것을 말하며 야초(野草), 즉 들풀인데 생육이 빠르고 번식력이 강할 뿐 아니라 수명이 길고 공간을 많이 차지하여 햇빛과 바람을 막아서 다른 농작물의 성장을 방해한다고 잡풀, 풀떼기라고도 한다. 집 주위를 둘러보니 토끼풀은 대문 앞 잔디밭에 애잔스럽게 꽃피우며 깔려있고 담장 밑 명아주는 자주색 열매를 맛보게 하여 그냥 두었지만 잔디 마당의 방동사니와 바랭이는 보이는 족족 뽑아버리고 있다. 그러나 개망초는 들판을 지나다 보면 하늘하늘 무리 지어 춤추고 있어 아름답고, 뜰에도 예뻐서 그냥 두었는데 올해는 너무 많다. 아내는 꽃이 예쁘니 그냥 두자고 했지만 허리 높이까지 자라고 비바람에 쓰러진 듯한 모습이 보기 싫어 몇 포기를 남기고 모두 뽑아버렸다.

개망초는 좀 늦게 피는 망초보다 꽃이 크고 예쁜데도 앞에 ‘개’ 자가 붙었고 달걀꽃, 계란프라이꽃이라는 이름대로 꽃 가운데가 노랗게 둥근 예쁜 잡초다. 그런데 왜 ‘망초’일까? 밭을 망친다고…? 망초류는 북아메리카 원산인 귀화식물인데 구한말인 1905년 전후로 전국에 만발한 탓에 ‘나라를 망치는 꽃’ 망국초라 하여 ‘망초(亡草)’가 됐다는 사연이다. 어린잎은 한방재료로 쓰이며 소화불량, 설사, 장염뿐만 아니라 감기와 학질 등에도 효과가 있다고 하니 꽃말이 ‘화해(和解)’처럼 다른 잡초들과 화해를 해야겠구나.

쑥 무리도 다 뽑으려고 한다. 모양새가 국화 같아서 처음엔 놔두었는데 번식력이 워낙 강해서 화단석 사이에서도 꿋꿋하게 줄기를 밀어 올린다. 약쑥은 봄에 쑥떡도 해 먹고 인진쑥은 약효도 많고 5월 단옷날 뜯어서 말려 걸어두면 집에 귀신이 못 들어온다고 해서 두고 있지만 이것 역시 화단에서는 잡초이니 뽑아낼 수밖에…. 그러나 잡초라고 해서 다 못된 것이 아니고 생태계에서는 필요한 존재이기도 하다. 잡초가 없으면 병충해가 농작물을 공격하거나 익충의 보금자리가 줄어들 수 있겠다는 것이다.

요즘 우리 국회를 보자. 이제 아름다운 국가 정원을 꾸며야 하는데 정치하는 인간, 즉 정치인 속에도 그들만의 잡초들이 보여 여의도 꽃밭이 일그러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몇몇 특검법, 방송4법 또 검사 탄핵안 등으로 인해 약 10여만 평에 이르는 동양 최대의 국회의사당 뜰에 개망초가 피지 않기를…. 전국을 뒤덮던 생태교란종 ‘노란 코스모스’ 금계국은 이제 지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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