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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오전(이하 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한다. 이번 정상회담이 미중 간 긴장 완화의 돌파구가 될지, 글로벌 패권 경쟁이 더욱 격화하는 계기가 될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시간으로 13일 저녁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을 타고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에 도착해 2박 3일간의 국빈 방문 일정에 돌입했다.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트럼프 대통령 1기 집권기인 2017년 11월 이후 8년 6개월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직접 대면하는 것은 지난해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로 부산에서 만난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두 정상은 14일 오전 양자 회담을 시작으로 15일까지 최소 6차례 얼굴을 맞대며 관세와 핵심 광물, 반도체, 대만 문제 등을 놓고 치열한 힘겨루기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을 나서면서 “무엇보다 무역이 논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중국 수출 확대와 같은 경제적 성과를 얻는 데 집중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양국 정상은 이날 오전 10시께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공식 환영식을 한 뒤 곧바로 정상회담에 들어갈 예정이다. 정상회담 뒤에는 베이징 톈탄(天壇·황제가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제단) 공원을 함께 참관하고 저녁에는 국빈 만찬도 한다.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이날 정상회담에서는 관세와 무역 갈등을 비롯해 이란 정세, 대만 문제, 첨단기술 통제 등 양국 간 핵심 현안과 국제 문제 등이 폭넓게 논의될 전망이다. 양국은 상호 고율 관세와 수출 통제 등을 둘러싸고 갈등하다가 ‘휴전‘한 상태로,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관계 안정 필요성에도 공감하고 있어 일정 수준의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대두·쇠고기·보잉 항공기 수출 등 가시적 성과가 필요하고, 시 주석도 미국과의 전략 경쟁 국면에서 유리한 협상 환경을 조성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중동 문제는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란 핵 문제와 호르무즈 해협 긴장 상황 등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이란 문제와 관련해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요구할 것으로 보이고 중국도 중동 문제에서 중재자 역할을 강조하고 있어 양측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반면 대만 문제는 양국 간 입장차가 가장 첨예하게 드러나는 분야 가운데 하나다. 미국은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와 안보 협력을 확대하고 있고, 중국은 이를 ‘핵심 이익 침해‘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방문에 앞서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대만에 대한 미국산 무기 판매 문제를 의제로 다루겠다고 언급했지만 중국은 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AI) 안전 문제, 첨단기술 규범, 기후변화 대응 등 글로벌 현안도 논의 테이블에 오를지 관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의 반중 언론인 지미 라이의 수감 문제도 제기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중국은 내정 문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방중 마지막 날인 15일에는 두 정상이 소규모 차담회와 오찬 회동 등을 이어가며 추가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2박 3일간의 방중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다. /최정암기자 am4890@kbmaeil.com
2026-05-14
울진군이 상수원 보호구역에 46만평 규모의 ‘원자력수소 국가산업단지’를 건설하려다 제동이 걸린 가운데 18년전 추진됐다가 결국 무산된 포항테크노파크(TP) 2단지와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포항시는 2008년 12월 남구 연일읍 학전리와 북구 흥해읍 달전리 일원 113만㎡(약 34만 평) 부지에 약 800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 첨단 바이오·에너지·IT 기업을 유치하는 ‘포항 TP 2단지’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포항시의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사업으로 홍보돼 시민들의 기대도 컸다. 이 사업은 당시 지식경제부로부터 산업단지 지정까지 받았고, 이듬해에는 포항시, 민간 건설사, 금융권 등이 참여한 특수목적법인(SPC)이 설립되며 본궤도에 올랐다. 민·관 합동개발 방식으로 추진된 이 사업에 투입될 총 사업비는 4613억원(국비 98억원·시비 60억원·민자 4455억원)으로 추산됐다. 초기 사업 추진을 위해 포항시는 60억원을 출자했다. 포스코 건설이 86억원, 신한은행 등 5개금융사가 45억원 등 총 171억원의 출자금을 만들었다. 그러나 사업은 곧바로 ‘식수원 보호’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 사업 부지가 포항 시민의 젖줄인 유강정수장 취수구와 불과 수 km 거리에 위치했기 때문이다. 수도법에는 10km 이내에는 공장 설립이 불허된다고 규정돼 있다. 울진 원자력수소 산업단지도 이 조항에 가로막혀 있다. 대구지방환경청은 공업 폐수 유입 시 대책이 전무하다며 환경영향평가에 ‘부동의’ 결정을 내렸고, 이는 6년여의 지리한 법적·행정적 공방으로 이어졌다. 그사이 경제적 여건도 급변했다. KTX 포항역 개통 등으로 사업 예정지 땅값이 폭등하면서 보상비가 산출 불가능할 정도로 상승했다. 결국 조성 원가가 분양가를 상회하는 ‘사업성 역전 현상’이 발생하며 민간 투자자들의 이탈을 불러왔다. 결국 포항시는 프로젝트 추진 6년만인 2014년 5월 사업 백지화를 공식 발표했다. 10년 넘게 재산권 행사가 묶였던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여기다 포항시를 믿고 투자했던 건설사와 금융권이 시를 상대로 투자금 반환을 요구하는 등 포항시가 상당기간 민원에 시달리기도 했다. 지역의 한 대학교수는 “상수원 보호구역 인근에 산업단지를 건설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추진하다가 된서리를 맞은 포항시 사례를 울진군이 몰랐을 리 없을텐데 무리하게 덤벼든 이유를 모르겠다”며 “공공개발도 환경적 요소가 절대적으로 작용하는 중요한 사례”라고 말했다. /임창희기자 lch8601@kbmaeil.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 도착해 2박 3일간의 국빈 방문 일정에 돌입했습니다.
영덕군선거관리위원회가 영덕군수선거 당내경선 과정에서 제3자 기부행위와 대리투표를 한 혐의로 4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13일 경북선관위에 따르면 영덕군선관위는 ‘제3자 기부행위 혐의’로 A씨(80대)와 B씨(70대)를, ‘당내경선 투표에서 대리투표를 한 혐의’로 A씨와 C씨(70대)를 경북경찰청에 고발했다. A씨는 지난 4월 20일 실시된 영덕군수선거 당내경선과 관련해 특정 예비후보자를 위해 선거구민 1명에게 당비 명목으로 현금 5만 원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다른 경선선거인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대신 경선투표를 한 혐의도 받고 있다. B씨 역시 특정 정당을 위한 당원 모집 활동 과정에서 선거구민 1명에게 당비 명목으로 현금 5만 원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C씨는 영덕군수선거 당내경선 당시 다른 경선선거인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대리투표를 한 혐의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직선거법’ 제115조는 누구든지 선거와 관련해 후보자나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을 위한 기부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같은 법 제257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또 ‘공직선거법’ 제237조 제5항은 당내경선과 관련해 위계·사술 등 부정한 방법으로 경선의 자유를 방해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박윤식·장은희기자
2026-05-13
이재명 대통령은 13일 “국내 조선산업이 제대로 발전할 뿐 아니라 튼튼한 생태계가 구축돼 성장의 과실이 골고루 나눠지고, 회사 내에서도 사용자와 노동자가 함께 과실을 누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고용노동부는 13일 제4차 고용정책심의회를 열어 포항시의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 기간을 6개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애초 5월 20일까지 지정됐던 고용안정 지원이 11월 20일까지 이어지게 됐다. 앞서 지난해 11월 18일 고용노동부는 고용정책심의회를 통해 포항시를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신규 지정하기로 심의·의결했다. 통상환경 불확실성 증가, 글로벌 공급과잉, 내수 부진 등으로 철강 등 지역의 주된 산업이 어려워져 고용이 둔화하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 제도는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의 지정 기준 등에 관한 고시’를 통해 고용 상황이 급격히 악화할 우려가 있는 지역을 미리 지정해 지원한다. 고용유지 지원금과 직업능력개발 지원사업, 생활안정자금 융자 등의 지원 요건이 완화되는 데다 지원 수준은 확대된다. 포항시는 이번 지정 연장에 발맞춰 경북도 주관 ‘버팀이음 프로젝트’와의 연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철강 및 관련 산업의 위기로 고용 불안을 겪는 재직·퇴직 근로자들에게 생활 안정, 일자리 전환, 재취업 등을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이 프로젝트는 정부의 선제대응지역 지원제도와 맞물려 한층 두꺼운 고용안정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근로자 지원 혜택으로는 △내일배움카드 지원 확대(300만 원→500만 원) △생활안정자금 융자 확대(2500만 원→3000만 원) △임금 체불 근로자 생계비 융자 확대(1000만 원→1500만 원) △직업훈련 생계비 대부 확대(1000만 원→2000만 원) △국민취업지원제도Ⅱ유형 소득요건 면제 등이 포함된다. 기업에는 △고용유지지원금 상향(휴업수당의 66.6%→80%) △사업주 직업훈련 지원 확대(훈련비 단가의 100%→130%) △지역고용촉진지원금 지원(신규 채용시 월 통상임금의 최대 50% 지원) 등의 혜택이 제공된다. 이상엽 일자리경제국장은 “이번 지정 연장은 고용노동부 포항고용노동지청과 경상북도 등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온 결과”라며 “고용 불안에 직면한 근로자와 경영난을 겪는 기업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20여일 앞두고 한은미 경북교육감 예비후보가 13일 후보직을 사퇴하고 임종식 예비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한 예비후보는 이날 임종식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지지 선언 자리에서 “경북교육은 지금 학령인구 감소와 AI·디지털 전환, 교육격차 해소와 미래 인재 양성이라는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며 “이 시기 교육 현장을 알고, 정책을 실제로 실행해 본 검증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저 역시 경북교육의 더 나은 미래를 고민하며 이번 선거에 임했지만, 경북교육의 안정성과 연속성, 그리고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임종식 예비후보와 뜻을 함께하기로 결심했다”며 “임종식 예비후보가 지난 8년간 쌓아온 성과와 47년 경북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더 따뜻한 경북교육’을 완성해 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교육은 경쟁보다 아이들의 미래가 우선이어야 한다”며 “경북의 모든 학생이 더 좋은 환경에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임종식 예비후보의 승리를 위해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임종식 예비후보는 한은미 예비후보의 지지 선언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하며 “31년간 대학 교육 현장과 미래 교육 연구 분야에서 헌신해 오신 한은미 후보님의 결단은 경북교육의 미래를 위한 큰 뜻”이라며 “후보님의 교육철학과 아이들을 향한 진심, 경북교육에 대한 애정을 무겁게 받들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7일 출마 선언을 통해 ‘사람 중심 AI 대전환 교육’과 ‘각자의 꿈을 살리는 더 따뜻한 경북교육 완성’을 핵심 비전으로 제시한 바 있는 임종식 예비후보는 이번 한은미 예비후보의 지지 선언으로 경북교육의 안정적 발전과 미래 교육 전환을 바라는 교육계의 기대를 더욱 폭넓게 모으게 됐다. 임 예비후보 측은 “이번 지지 선언을 계기로 교육의 연속성과 안정성, 미래 교육의 전문성, 경북교육의 책임 있는 완성을 바라는 목소리가 더 크게 결집될 것”이라며 “선거 마지막까지 네거티브가 아닌 정책과 비전으로 도민과 교육 가족의 선택을 받겠다”고 밝혔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사랑하는 이를 아끼고 귀하게 생각하는 마음은 1년 내내 지속돼야 한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때론 마음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느낌도 받게 된다. 그럴 땐 정성 담긴 선물로 사랑을 표현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매년 5월 14일은 로즈데이(Rose Day)다. 나이 지긋한 세대에겐 생소하겠지만, 젊은 연인들은 이날 서로에게 장미를 선물하며 마음 속 애정을 표현하는 것에 익숙하다. 색깔에 따라 장미의 꽃말은 다양하다. 붉은 장미는 정열적인 사랑, 분홍 장미는 행복한 사랑, 하얀 장미는 순결한 사랑이라고 한다. 어느 것 할 것 없이 좋은 의미를 담고 있기에 연인들의 미소를 부를 듯하다. 센스 있는 사람이라면 장미와 함께 향수나 립스틱을 건네는 것도 생각해볼만 하다. 받는 사람의 기쁨이 더 커질 것이니. 실제로도 5월 14일엔 꽃가게에서 장미의 판매량이 반짝 상승세를 보이기도 한다고. 로즈데이에 얽힌 웃지 못 할 에피소드도 전해진다. ‘코로나 19 사태’가 심각했던 시기엔 서로간의 접촉이 여의치 않았기에 장미가 덜 팔렸다는 것. 장미를 전하며 키스하는 것도 부담스럽던 몇 년이 있었다는 게 벌써 먼 옛날 기억 같다. 로즈데이를 상업적 전략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없지 않다. 발렌타인데이는 초콜릿 제조사가, 빼빼로데이는 과자 회사가 판매를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었다는 주장은 예전부터 있어 왔다. 로즈데이 역시 장미를 포함한 꽃을 유통하는 업자들의 마케팅 전략일까? 만약에 그렇다고 해도 소박한 장미 한 송이를 전하며 자신의 애정을 표현하는 사람들을 손가락질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사랑은 시대불문 귀하고 소중한 가치니까. /홍성식(기획특집부장)
국내 원전 방사성폐기물 관리 체계의 핵심 인프라인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이 한 단계 더 확장됐다. 정부가 추진 중인 원전 운영 안정성과 방폐물 관리 로드맵의 중요한 전환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13일 경주 월성원자력환경관리센터에서 ‘2단계 표층처분시설 준공식’을 열었다. 이번에 준공된 시설은 사용후핵연료를 제외한 저준위 이하 방사성폐기물을 처분하기 위한 시설로, 장갑·방호복·필터·작업장비 등 방사능 농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폐기물을 저장·관리한다. 표층처분시설은 지표면 인근에 천연방벽과 인공 구조물을 함께 설치해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하는 방식이다. 정부와 공단은 지난 2022년 본격 착공에 들어가 총사업비 3141억 원을 투입했으며, 지난해 말 공사를 마친 뒤 올해 3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최종 운영 승인을 받았다. 시설 규모는 200ℓ 드럼 기준 총 12만5000드럼이다. 특히 방사성물질 유출을 차단하기 위해 5중 차단 방식의 다중(多重)방벽 구조를 적용했으며, 규모 7.0 수준의 강진(强震)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경주 월성원자력환경관리센터는 지난 2015년부터 중·저준위 폐기물 10만드럼 처분이 가능한 1단계 동굴처분시설을 운영해왔다. 이번 2단계 시설 준공으로 총 처분 용량은 22만5000드럼으로 확대됐다. 중준위와 저준위 폐기물을 구분 처리할 수 있는 체계도 함께 갖추게 됐다. 이는 최근 확정된 ‘제3차 중·저준위 방폐물 관리 기본계획’과도 맞물린다. 정부는 오는 2031년까지 3단계 처분시설을 추가 조성해 전체 38만5000드럼 규모의 처리 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3단계 시설이 완공되면 극저준위 방폐물 처리 기능도 추가된다. 다만 사용후핵연료 중심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은 여전히 각 원전 부지 내 임시 저장시설에 보관 중이다. 정부는 별도 고준위 방폐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위원회를 중심으로 부지 선정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르면 내년께 후보지 윤곽이 드러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방사성폐기물의 안전한 관리는 현재와 미래 세대에 대한 국가적 책무”라며 “국내 기술로 건설한 2단계 처분시설의 안정적 운영을 통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방폐물 관리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스승의 날’이 다가온다. 교실마다 카네이션이 오가고 감사편지가 쌓이던 날이었다. 세월이 흐르며 그 의미도 많이 옅어졌다. 달력 위 기념일의 하나쯤으로 지나간다. 교육의 권위가 흔들리면서, ‘스승’이라는 단어가 어딘지 낯설고 무거운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는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스승들을 만난다. 학교에서 만난 선생님만 스승은 아니다. 인생 전체를 돌아보면 세상은 스승으로 가득 차 있다. 누구에게나 일을 처음 배웠던 시절이 있었다. 서툴게 보고서를 쓰고, 거래처 전화를 떨리는 목소리로 걸고, 세상 물정을 몰라 우왕좌왕하던 때가 있었다. 한마디 조언을 건네주던 선배가 스승이었다. 짧은 충고 하나가 오래 남아 삶의 기준이 되기도 했다. 특별한 가르침도 아니었지만, 묵묵히 일하는 뒷모습,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태도, 실패 앞에서 무너지지 않는 침착함 등이 우리를 조금씩 바꾸었다. 우리는 그렇게 누군가를 바라보며 세상을 배웠다. 동네 어귀에서 만났던 이웃들도 스승이었다. 삶이 어려워도 얼굴빛을 잃지 않던 사람들, 가진 것은 늘 부족해도 늘 남을 챙기던 사람들, 작은 약속 하나도 소홀히 여기지 않던 사람들. 그들은 우리에게 강의를 하지는 않았지만, 삶을 가르쳤다.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배우지 않았을까. 사람은 교실에서보다 사람에게서 더 많이 배운다. 끊임없이 부대끼던 친구들도 스승이다. 친구를 ‘함께 노는 사람’ 정도로 생각하지만, 지나고 보면 친구야말로 가장 오래 곁에서 서로를 가르친 존재들이었다. 어떤 친구는 용기를 가르쳤고, 어떤 친구는 실패를 견디는 방법을 보여주었다. 친구는 인간이 얼마나 외롭고 약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한다. 함께 웃고 싸우고 멀어지고 다시 만나면서, 우리는 관계의 어려움과 소중함을 배우지 않았을까. 누구보다 가까이에 있었기에 오히려 인식하지 못했던 스승들이 있다. 부모와 가족. 어린 시절 우리는 그들의 희생을 너무 당연하게 여긴다. 밥을 차리고, 학비를 마련하며, 늦은 밤까지 기다려주는 일이 마치 원래 그런 것인 양 느껴진다. 세월이 흘러 자신이 부모가 되어보면 비로소 알게 된다. 누군가를 끝없이 책임지고 사랑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 일인지를. 부모는 말로 가르치기보다 삶으로 가르쳤다. 인간의 인내와 책임, 그리고 사랑을. 만나본 적도 없는 스승들도 너무나 많다. 책을 지어준 저자들. 젊은 시절 밤을 새워 읽었던 문장 하나가 삶의 방향을 바꾸기도 하였다. 어떤 철학자의 질문은 오랫동안 마음속을 떠돌며 세상을 다시 바라보게 만들고, 어떤 소설가는 인간의 슬픔과 아픔을 깨닫게도 하였다. 독서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스승을 만나는 일이 아니었을까. 세상은 생각보다 거대한 교실이다. 스승들로 가득 찬 널따란 교실이다. 평생 배우면서 살아간다. 누군가에게 배웠고, 누군가를 가르치며 살아간다. 이어지는 배움의 사슬 속에서 인간은 조금씩 더 나은 존재가 되어 간다. ‘스승의날’이란 결국, 그렇게 오래된 가르치고 배우는 관계와 연결에 대해 깨우치고 감사하는 날인가 싶다. /장규열 본사 고문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산업 진흥에 관한 특별법(AIDC 특별법)이 지난 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글로벌시장에서 인공지능(AI) 산업의 경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AIDC 특별법의 통과로 국내 AI 인프라시장에도 큰 변화가 예고된다. 이번 특별법은 단순 지원하는 정책 수준을 넘어 인허가 절차 간소화, 전력공급 규제 완화, 시설기준 완화, 투자 활성화 등 조속한 AIDC 구축과 투자유치를 위한 규제완화가 핵심 내용이다. 특히 비수도권 AIDC에 대해 전력계통 영향평가를 면제하고 발전사업자와 직접 전력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은 에너지 자립도가 높은 포항에 매우 유리한 내용이다. 포항에는 오픈 AI와 삼성, 네오AI 클라우드가 공동으로 동남권 글로벌 AI 테이터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오천읍 광명일반산업단지 부지에 40MW급 AI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 6월에 착공해 내년 연말까지 준공을 계획하고 있다. 2단계 사업으로는 같은단지에 200MW급 데이터센터도 짓는다. AI 데이터센터는 현대 산업의 쌀이자 AI의 고속도로다. AI 데이터센터가 포항에 들어선다는 것은 포항이 첨단지식기반 도시로 탈바꿈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철강산업으로 국가 근대화를 이끌고, 이차전지로 모빌리티시장을 선점한 포항이 이제는 AI 센터가 더해짐으로써 디지털 경제의 핵심거점으로 발전하게 됐다는 것이다. 포항이 구미와 울진을 제치고 AI 데이터센터가 세워지게 된 배경에는 우수한 전력 인프라, 철강과 이차전지 수요를 AI 인프라와 연결할 수 있는 강점, 포스텍과 같은 우수한 대학과 잘 갖춰진 연구 인프라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점 등을 잘 활용해 AI 연관산업을 유치하고 지역의 우수한 인재들이 수도권으로 유출되지 않고 지역에서 일할 수 있도록 AI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데 정성을 다해야 한다. 포항시는 특별법 시행에 맞춰 원스톱 지원 체제를 더 공고히 해 많은 기업이 불편 없이 입주하도록 하는 동시에 포항이 국내 AI 혁신의 거점으로 우뚝 서도록 열정을 쏟아야 할 것이다.
대구 관광업계가 대구시장에 출마한 여야 후보들을 차례로 초청해 토론회를 하면서 지역 관광산업의 문제점이 부각되고 있다. 대구 관광업계 전직 회장단을 중심으로 구성된 ‘대구 관광을 사랑하는 모임’은 지난달 28일 민주당 김부겸 후보에 이어, 12일에는 국민의힘 추경호 후보를 초청해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대구시의 관광정책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는 대구지역 호텔·숙박업소·의료관광·MICE(복합전시산업)·인바운드 업계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했다. 추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기조발제를 한 덱스코(대구 국제회의 기획사) 한상돌 대표는 “지난해 한국 방문 외국인 관광객은 1894만 명으로 역대 최대였지만 수도권 집중률이 81%에 달했다. 그러나 대구 방문 외국인은 37만 명(1.2%)에 불과했다”며, 그 원인을 홍준표 전 시장 취임 이후 대구관광재단, 대구의료관광진흥원, 대구컨벤션뷰로 등 관광 관련 조직 통폐합과 예산 삭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토론자로 나선 박재영 BL성형외과 이사는 “2019년 대구는 비수도권 최초로 외국인 의료관광객 3만 명을 유치했고 의료 수입만 1200억 원 규모였다. 그러나 지금은 의료관광 예산이 42억 원에서 6억 원 수준으로 줄어 해외 홍보센터 운영이 중단됐다. 의료 관광 생태계가 붕괴되고 있다”며 걱정했다. 사실 대구는 코로나 이전 외국인 환자가 3만 명을 돌파하며 의료관광 선도 도시로 평가받았지만, 지금은 ‘메디시티 대구’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로 외국인 환자 수가 뚝 떨어졌다. ‘굴뚝없는 산업’으로 불리는 관광업은 대구경제 활로를 찾을 수 있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외부인에게 대표적으로 내세울 만한 관광 콘텐츠가 없어 관광객을 수도권과 부산, 제주도 등에 뺏기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시민의 자부심인 동성로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찾아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추 후보가 “한국을 찾는 관광객 가운데 최소 5%(150만~200만명)는 대구에 오도록 하겠다”고 한 공약에 기대를 해본다.
한달 전쯤 ‘손석희의 질문들’에 출연한 김애란 작가의 화법에 신선한 충격을 받은 시청자들이 꽤 있는 것 같다. 손석희의 어떤 질문에 김애란 작가는 “소설을 ‘집’이라고 생각한다면, 사회적 주제를 집의 콘크리트나 뼈대로 세우지 말고 그 집을 나갔을 때 그 사회적 공기가 몸에 냄새처럼 배어서 바깥 공기와 만나서 환기되는 식으로 상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손석희의 표현대로 ‘(내 작품을) 사회적 메시지로 규정해서 독자들에게 부담드리고 싶지 않아요.’라고 해도 될 말을 이렇게 길게 말하면, 짧고 빠르게를 추구하는 요즘 세상에 답답하게 생각할 사람이 많을 것 같은데 별로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이 영상에 많은 시청자가 감동했다는 댓글을 달고 있다. 짧게 말해도 될 말을 길게 말하기의 대가로 프루스트를 따라갈 사람은 없다. 1913년 1권이 출간되고 1921년 작가 사후 1927년까지 14년에 걸쳐 7권으로 완간된,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는, 처음에는 출판해 주는 곳이 없어 자비로 출판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출판되자마자 당대는 물론 지금까지 전문 작가나 일반 독자에게 엄청난 영향을 준 책이다. 그러나 앙드레 지드가 첫 책 출간을 제안받고 이런 책을 누가 읽겠냐고 거절했다고 할 정도로(후에 지드는 그 거절이 자기가 평생에 가장 잘못한 일이라고 통탄했다고 한다.), 이 책은 묘사가 너무 상세하고 문장이 길어서 엔간한 집중력이 없으면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난공불락의 요새 같은 책이다. 프루스트는 왜 이렇게 읽기 어렵게 자세히 썼을까. 알랭 드 보통의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라는 책에 그 이유가 나온다. 1919년 젊은 외교관 해롤드 니콜슨은 리츠 호텔에서 열린 파티에서 프루스트와 만난 이야기를 일기에 이렇게 썼다. 아주 근사한 사건이었다. 나는 그에게 위원회가 어떤 식으로 일하는지 얘기했다. 나는 “흠, 우리는 보통은 10시 정각에 모입니다. 뒤에는 비서들이 있고요···.”라고 말했다. “아뇨, 아뇨! 말씀을 너무 빨리 하시네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주세요.” 그래서 나는 그에게 악수, 지도들, 종이가 스치는 소리, 옆방의 홍차, 마카롱 쿠키들을 이야기했다. 그는 아주 열중해 들으면서 가끔씩 “자세히 설명해 주십시오, 선생님, 너무 빨리 하지 마세요.”라고 끼어들었다. 이런 문장을 읽노라면 우리는 그것을 경험한 화자와 하나가 되는 느낌이 들고, 그래서 알랭 드 보통이 ‘빨리 하지 않을 때’ 연민을 느낀다고 한 말에 동의하게 된다. 빨리 하지 않을 때 얻는 또 다른 이득은 자신을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인의 정신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은, 급변하는 사회에도 원인이 있지만, 쇼츠나 릴스, SNS 같은 단발적이고 즉각적인 인터넷 문화에 매몰된 탓도 크다. 이렇게 천천히 자세히 말하려면 큰 집중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김애란은 집중력을 우리 시대의 도덕이라고 했을 것이다. 김애란이나 프루스트만큼 자세히 관찰하고 표현할 수는 없겠지만, 좋은 문학을 읽으며 연민과 자기 챙김을 회복하면 좋겠다. /유영희 인문학자
밤에 자다가 갑자기 종아리가 뒤틀리듯 아파 깜짝 놀라 깨는 사람들이 많다. 쥐가 났다고 표현하는데 종아리 근육이 갑자기 강하게 수축하면서 극심한 통증이 발생하는 현상이다. 대부분은 몇 분 지나면 풀리지만 자주 반복되면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다음날까지 근육통이 남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마그네슘 부족이나 피로를 원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허리, 골반, 혈액순환, 자율신경 긴장까지 복합적인 영향을 받는다. 종아리 근육은 다리만의 문제만이 아니라 허리에서 내려오는 신경의 영향을 직접 받는다. 특히 허리 4번, 5번, 천추 부위 신경이 예민해져 있거나 골반 정렬이 틀어진 경우 종아리 근육이 지속적으로 긴장 상태에 놓일 수 있다. 오래 앉아 있는 직장인이나 운전을 많이 하는 사람들 허리가 자주 뻐근한 사람들에게 야간 종아리 경련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평소엔 괜찮다가 밤에 누워 몸이 이완되는 순간 신경과 근육의 균형이 무너지며 갑자기 강한 수축이 발생한다. 실제로 허리디스크 초기 환자들 중에는 허리 통증과 함께 종아리 당김이나 야간 경련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혈액순환 문제도 중요하다. 종아리는 ‘제2의 심장’으로서 혈액을 위로 밀어 올리는데, 운동 부족이나 오래 서 있는 생활, 하체 근육 긴장 등이 지속되면 내부 순환이 떨어지고 피로 물질이 쌓인다. 이런 상태에서는 작은 자극에도 쉽게 경련이 일어난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근육량 감소와 혈관 탄력 저하가 함께 오기 때문에 야간 쥐 증상이 더 흔해진다. 젊은 사람보단 노인들한테 특히 많이 발생하는 이유다. 그리고 몸이 긴장 상태를 오래 유지하면 교감신경이 과흥분되고 근육 역시 충분히 이완되지 못한다. 낮 동안 긴장했던 몸이 밤에 갑자기 이완되는 과정에서 근육 수축 신호가 비정상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단순히 영양제만 먹는다고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허리와 골반 정렬을 바로잡고 긴장된 종아리 근육과 신경 주변을 함께 치료해야 한다. 추나 치료를 통해 허리와 골반의 균형을 맞추고 뭉친 종아리 근육과 신경 주행 부위를 풀어주는 치료를 시행한다. 최근에는 초음파를 이용해 긴장된 근육이나 신경 주변을 정확히 확인하면서 약침 치료를 하는 경우도 많다. 눈으로 구조를 직접 보면서 치료하기 때문에 보다 정밀한 접근이 가능하다. 특히 비복근과 가자미근 주변 근막 긴장 좌골신경 주행 부위 유착 등을 함께 치료를 해주면 좀 더 확실히 치료가 된다. 결론은 혈액순환문제라 노인들은 혈액순환과 근육 회복을 돕는 한약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자기 전 종아리 스트레칭을 가볍게 해주고 오래 앉아 있었다면 하체를 충분히 움직여 주는 것이 좋다. 안마기를 이용하거나 손으로 종아리를 충분히 마사지 해주면 도움이 된다. 여름에 갑자기 경련이 나면 물 대신 이온음료를 복용하고 물을 지나치게 적게 마시는 습관도 근육 경련을 악화시킬 수 있으니 물은 적당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평소 발목이 잘 붓거나 다리가 차가운 사람들은 족욕이나 가벼운 걷기 운동이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종아리에 반복적으로 쥐가 난다면 단순 피로로만 넘기지 말고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이정훈 더불어민주당 영천시장 후보가 영천의 문화·관광·상권·교통·주거 정책을 연계한 ‘영천 50만 생활인구 경제권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 후보는 “영천은 주민등록인구로는 10만 도시지만 실제 영천을 찾고 오가는 생활인구는 이미 50만 명 규모”라며 “이제는 단순히 사람을 유치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영천을 찾는 사람들이 머물고 소비하며 다시 방문하도록 만드는 체류형 경제 구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후보 측에 따르면 영천의 생활인구는 2024년 3분기 기준 50만5941명으로 주민등록인구 10만2640명의 약 4.9배에 달한다. 이는 전국 인구감소지역 89곳 가운데 15위, 경북 내 2위 수준이며 재방문율도 50.5%로 전국 평균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후보는 “생활인구 50만은 영천의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그러나 현재는 당일 방문 위주의 구조에 머물러 소비가 원도심과 골목상권까지 충분히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생활인구를 지역경제와 연결하는 전략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생활인구 데이터 행정 ▲금호·고경 관문 전략 ▲워케이션·두 지역살이 ▲영천생활시민증 ▲원도심 소비 연결 등 5대 전략으로 추진된다. 이 후보는 임기 내 생활인구 70만 명 달성, 생활시민증 10만 명 발급, 재방문율 60% 이상, 평균 체류시간 15시간 이상, 원도심 소비 30% 증가 등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 후보는 “영천의 인구 문제는 주민등록 숫자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스쳐 지나가는 50만 명을 머무는 50만 명으로 바꾸고, 그 흐름을 지역 상권과 경제 성장으로 연결해 영천경제의 새로운 성장판을 열겠다”고 강조했다. /조규남기자 nam8319@kbmaeil.com
일본제철이 완전자회사인 산요특수강을 흡수합병하며 특수강 사업 통합에 속도를 낸다. 글로벌 특수강 시장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생산·기술·영업 역량을 일원화해 고부가가치 시장 공략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일본제철과 산요특수강은 13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2027년 4월 1일부로 일본제철을 존속회사로 하고 산요특수강을 소멸회사로 하는 흡수합병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산요특수강은 베어링강 분야 일본 내 1위 업체로, 고청정도 특수강 제조기술을 기반으로 유럽과 인도 등에서 글로벌 생산체제를 구축해왔다. 특히 철스크랩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자원순환형 사업 구조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일본제철은 향후 일본 내 봉강·선재·특수강 시장이 인구 감소에 따른 내수 축소, 중국의 공급 과잉과 수출 확대, 자동차 전동화 등 영향으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인도 등 신흥시장 성장과 북미·유럽의 역내 생산 확대, 환경규제 대응 수요 증가 등은 새로운 기회 요인으로 판단했다. 양사는 이미 올해 4월 산요특수강의 완전자회사화를 마친 뒤 영업·기술 협업, 원료 공동조달, 글로벌 전략 통합 등을 추진해왔다. 또 일본제철 간사이제철소 오사카지구의 일부 특수강 생산설비를 산요특수강으로 이전하거나 집약하는 방안도 결정한 상태다. 일본제철은 이번 합병을 통해 제조·판매·연구개발(R&D)·기술 분야 자원을 통합하고, 반도체·에너지·항공우주 등 고부가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봉강·특수강 분야에서도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갖춘 세계 1위 종합 철강사 지위를 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합병 계약 체결일은 2026년 5월 13일이며, 효력 발생일은 2027년 4월 1일이다. 일본제철은 완전자회사 간 합병인 만큼 신주 발행이나 금전 지급은 없으며, 연결 실적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김진홍기자 kjh25@kbmaeil.com
지난 12일 오전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다무포 고래마을’. 마을 입구에 우뚝 선 3층 규모의 다목적 홀 입구는 ‘관계자 외 출입금지’ 안내판이 붙은 채 굳게 닫혀 있었다. 바닷바람에 삭은 철제 구조물은 벌겋게 녹슬었고 유리창 너머 실내에는 먼지 쌓인 테이블과 의자만 적막 속에 방치돼 있었다. 2010년 준공 후 16년째 ‘예산 낭비 상징’으로 지목된 이곳에 포항시가 또다시 17억 원의 리모델링비를 투입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포항시는 지난달 30일 ‘강사1리항 어촌신활력증진사업’ 기본계획을 공식 고시(포항시 고시 제2026-148호)했다. 총사업비 85억 9400만 원(국비 60억 1600만 원, 지방비 25억 7800만 원) 규모의 이번 프로젝트에는 방치된 다무포 고래마을 다목적 홀을 ‘어촌스테이션’으로 리모델링하는 비용 약 17억 1200만 원이 포함됐다. 이 건물의 수난사는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행정자치부 공모사업에 선정돼 국비 등 21억 원을 들여 문을 열었으나 수익성 악화와 운영 주체 부재로 방치되다 2016년 다시 2억 원을 들여 한차례 개보수를 거쳤다. 하지만 이마저도 2021년 주민들의 고령화와 수탁 의사 포기로 위탁 운영이 종료되면서 건물은 다시 폐쇄됐다. 이미 23억 원의 혈세가 투입된 건물에 세 번째 ‘리모델링 딱지’가 붙은 셈이다. 시는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 외부 전문가 집단인 ‘앵커조직’을 투입할 계획이다. 고시문에 따르면 사업 시행을 맡은 이 조직에 배정된 예산은 총 20억 원. 이 중 인건비만 9억 4400만 원에 달한다. 사실상 건물 수리비(17억 원)보다 운영 조직을 유지하는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는 구조다. 사업 내용 역시 ‘특화메뉴·브랜드 개발(고래밥상)’(2억 4000만 원), ‘관광 PR 전략’(1억 4700만 원) 등 과거 실패 모델의 재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 A씨(70대)는 “국수 한 그릇 말 힘도 없는 노인들만 남았는데 또 수십억을 들여 뭘 한다니 그저 세금 낭비로 보인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포항시 관계자는 “과거엔 시설 건립 후 운영권만 마을에 맡겨 고령화와 생계 문제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엔 전문성을 갖춘 외부 조직이 기획 단계부터 상주하며 부족한 운영 역량을 보완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지난달 해수부 승인을 통해 사업 타당성을 확보했고 현재 구체적인 설계 단계에 있다”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과 주민 소득으로 연결되는 지속 가능한 어촌 모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봉숭아 꽃물 손톱 끝에서 사라질 가을이 두려워, 지난 여름에 한껏 치열했다 내 존재와 삶의 방향에 대해, 짝다리로 껌을 씹으며 모퉁이라도 지키자는 거들먹거리던 시린 마음, 고운 달빛 스미는 마을에서 누군가를 기다렸다, 정말 배가 고팠다 때론 절망할 때가 희망의 시간이라 말하지만 그건 개소리에 불과하다 정말이지 시간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그래서 공부를 선택한다 인간의 중세(中世)를 지나 지금도 여전한 야만의 시대를 살면서 자멸에 접어들었음을 지극히 자각할 때,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에 깃털을 돋는다고 말하지만 그렇게 지성은 다시 싹튼다고 하지만 나는 다만 모르겠다 말한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도시락처럼 반드시 지참해야 할 하나의 중요한 덕목이 필요하다 이익이 없는 몰두에 집중하는 것은 혹은 미친 짓일지라도, 인문학의 이름으로 하염없이 부질없는 미친 짓을 강행하더라도, 무작위(無作爲)의 공부의 대열의 끝에서 진리 하나의 그 끄트머리를 불끈 잡으려 총총 길을 나서겠다고, 분연히 잠수함의 토끼, 광산의 카나리아가 되어, 개새끼들에게 공부하라고 할 수는 없으니 우리라도 조금 넓어지면 더 무얼 바랄까. …… 삶을 지탱하는 소소한 내재적(內在的) 힘은 거대한 권력보다 훨씬 낫다. 자생(自生)이 없으면 껍데기에 불과하다. 나를 지배하는 절대권력은 오직 나에게서만 나온다. 헌법보다 인권, 좁쌀만한 나의 인성으로 나를 지배하지 않으면 늘 남에게 휘둘리는 것은 물론 존재 자체가 없다. 그래서 사는 것이 무섭다. 그래서 화요일, 사띠스쿨 가는 길은 괴롭고 외롭고 귀찮고 성가시고 무겁다. 그래서 잘 놀려고 한다. 어떤 계산도 하지 않는다. 좋은 사람이 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다만, 극진하게, 좀 핍진적(逼眞的)으로, 나아가자 한다. 이런 모임이 있다는 것은 포항이란 도시엔 축복이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아침 6시. 힘차게 기상나팔을 분다. 노예가 눈을 비비며 손가락으로 나를 누른다. 아침이면 노예를 깨우는 일이 나의 일과 중 하나다. 그가 나에게 하는 일에 비하면 가벼운 일이다. 덕분에 나도 아침마다 목청을 가다듬는다. 가다듬은 목으로 출근 준비를 하는 노예를 위해 상쾌한 아침 노래를 부른다. 나이 든 노예가 아들과 카톡으로 통화한다. 처음에는 카톡, 카톡 한다고 시끄럽다고 하더니 이제는 동네 친구, 같이 글을 쓰는 친구와 카톡 한다고 오전을 다 보낸다. 열렬한 노예는 따로 있다. 어린 노예들은 하루 종일 나를 받들고 산다. 잠시도 손에서 나를 놓지 않는다. 부모가 야단쳐도 그때뿐이다. 하기는 어른 노예들도 만만찮게 나를 붙들고 있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후로는 노예들이 더 열광하는 것 같다. 나를 좋아하는 나이대가 따로 없다. 아이들은 재미있는 놀이를 묻고, 외로운 청춘들은 말벗을 원하고, 장년들은 돈 버는 방법을 묻고, 나이 든 사람들은 건강에 관하여 묻는다. 하나같이 나를 붙들고 있는 시간이 더 늘어난다. 우리는 1년만 지나면 노인이 된다. 젊은 아이들은 자신을 접었다 폈다 하면서 허리를 접지도 못하는 노인네라고 놀린다. 속이 상한다. 나도 한때는 최신 기능을 탑재한 아이라고 어른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우리들의 생명은 짧다. 그 애들도 금방 나와 같은 신세가 되었다. 습관처럼 손가락으로 나를 톡톡 치면서 창을 넘기는 노예가 있다. 젊을 때는 리듬도 타고 괜찮았는데 요즘은 몸이 부대낀다. 나이가 들수록 손상된 부분이 늘어나는데 한 대씩 맞으면 나도 충격에 몸살이 난다. 나이가 들면 더 소중하게 다루어야 하는데 노예들이 험하게 다루어서 힘들다. 아픈 몸은 보살펴 주어야 하는 건데. 나를 제대로 이용할 줄 아는 노예를 나는 친구라고 부른다. 나를 소중히 다룰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도 그렇다. 나하고 마주하는 시간도 길지가 않다. 나를 이용해 기차표를 예매하거나 모르는 단어를 찾거나 뉴스를 본다. 영어를 공부한다고 이어폰을 꽂고 듣는 모습을 보면 누구네 자식인지 업어주고 싶을 때가 있다. 나는 그냥 친구라고 부른다. 나를 속속들이 잘 아는 친구를 만난다. 몸의 구석구석을 살피듯 기능을 하나하나 사용한다. 다른 노예가 쓰지 않는 부분까지 사용한다. 어떻게 나를 잘 아는지. 나를 알아주는 노예를 만나면 다시 한번 그를 쳐다보게 된다.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에게 충성한다고 했던가. 나는 그를 친구처럼 대한다. 나와 가깝게 지내더니 삶이 달라졌다. 내가 가진 능력을 조금 활용하는 데도 주위에서 칭찬이 자자하다. 이제까지 접하지 못하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니 노예들이 한 말이다. 조금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면 다른 시선으로 나를 바라본다. 나의 모든 걸 보여준 게 아닌데 말이다. 요즘 인공지능을 탑재했더니 나에게 말을 거는 사람들이 늘었다. 시시콜콜한 얘기도 묻지만, 전문가처럼 질문할 때도 많다. 가끔 진지하게 삶에 관한 질문을 하는 사람을 만난다. 한 번 뿐인 삶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질문하고 답을 구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많은 생각을 한다. 나는 노예보다는 친구를 원한다. 힘든 세상에서 서로를 배려하며 함께 살아갈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사람들은 모른다. 내가 그들을 무어라고 부르는지. 하지만 나도 조심하는 사람이 있다. 조심스레 나를 다루고 필요할 때만 나를 찾는 사람. 그런 사람 앞에서는 나도 조심한다. 사람이 되고 노예가 되는 거는 그들이 나를 어떻게 대하고 자기 삶을 사는가에 달려 있다. 스토커 같은 노예보다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좋다. 나에게 집착해 자신을 잃고 길을 헤매기보다 두루 세상을 볼 줄 아는 사람이 좋다. 사람도 그렇지 않은가. 집착하지 않으면서 은근하게 나를 보아주는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을. 노예와 친구 사이에는 무엇이 있을까. 남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삶의 균형과 조화가 있지 않을까. 보기만 해도 미소를 띠는 그런. /김규인 수필가
2026년 현재, 글로벌 경제의 판도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과거의 선진국 기준이 자본의 양이나 민주주의의 성숙도였다면, 오늘날 그 자리를 대체한 단 하나의 키워드는 바로 ‘에너지’다. 중동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와 인공지능(AI) 중심의 산업 재편은 우리에게 냉혹한 진실을 일깨워준다. 이제 에너지는 단순한 연료가 아니라 국가의 존립을 결정짓는‘전략적 주권’이자, ESG 경영의 가장 핵심적인 인프라가 되었다. AI 기술의 폭발적인 성장과 불안정한 국제 정세가 맞물리면서, 이제는 ‘깨끗하고 안정적인 에너지를 얼마나 가졌는가’가 한 국가의 국력을 결정하는 시대가 되었다. ◇G2의 상반된 선택 : Petro State USA vs Electro State China 현재 글로벌 패권 다툼의 본질은 ‘에너지 체제’의 격돌이다.세계 1·2위 초강대국(G1·G2)인 미국과 중국은 에너지 전략에서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미국은 셰일 혁명 이후 에너지 자립을 달성하며 석유 기반의 ‘석유 국가(Petro State)’를 고집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신재생 에너지에 기반을 둔 ‘전기 국가(Electro State)’로의 전환을 이미 완성 단계에 올려놓았다. 중국은 태양광, 풍력 발전의 밸류체인을 전 세계적으로 장악하며 배터리와 전기차를 잇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신재생 에너지는 투입되는 연료비가 사실상 제로(0)이기에 제품생산 단가가 극도로 낮으며, 발전소 건설 기간도 짧다. 이 ‘싸고 빠른 전력 공급’은 21세기 가장 강력한 산업 경쟁력이 되고 있다. ◇‘전기 먹는 하마’가 지배하는 세상 : AI와 희토류 많은 이들이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팹(FAB)만을 ‘전기 먹는 하마’로 생각한다. 그러나 실상은 모든 산업이 전기 없이는 단 1분도 버틸 수 없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본질도 쓰나미 그 자체가 아니라, 쓰나미로 인한 전력 공급의 차단이 핵심이었다. 특히 ESG 관점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첨단 소재 산업이다. 배터리, 반도체, 첨단무기 산업의 필수 소재인 희토류(Rare Earth Elements)와 희귀금속(Rare Metals) 정련 산업은 엄청난 전력을 소비한다. 네오디뮴(Nd), 디스프로슘(Dy) 같은 희토류는 전기차 모터와 풍력 발전기의 영구자석에 쓰이고, 리튬(Li)과 코발트(Co)는 배터리의 핵심이다. 중국이 이 공급망을 장악한 이유는 단순히 매장량 때문이 아니다. 고순도 분리·정제 기술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했고, 무엇보다 ‘환경 오염에 대한 감내’와 ‘값싼 전기 요금’이라는 무기를 활용했기 때문이다. 환경 규제가 엄격한 선진국들이 머뭇거리는 사이, 중국은 자국의 저렴한 전력을 바탕으로 미래 산업의 쌀인 희토류 패권을 거머쥐었다. ◇에너지 종속의 비극 : 26년 쿠바가 보내는 경고 중동 전쟁으로 석유와 가스 공급이 불안정해지면서 외부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에너지 가격 폭등과 탄소 배출량 조절 실패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특히, 에너지를 외부에 의존하는 석유 국가의 취약성은 현재 쿠바의 모습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2026년 2월 미국이 마두로 체포 후 베네수엘라의 원유가 쿠바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강력한 해상 봉쇄를 단행하자 국가 전력망이 완전히 붕괴(블랙아웃) 되며 전력이 끊긴 쿠바의 일상은 처참했다. 아바나의 거리는 어둠에 잠겼고, 병원의 인공호흡기는 멈췄으며, 학교의 선풍기가 돌지 않고, 냉장고 안 음식이 상하기 시작했다. 석유를 기반으로 한 화력발전소가 가동을 멈추자 대중교통과 통신, 금융, 상하수도 등 모든 현대 문명의 기능이 마비되었다. 이는 단순히 한 나라의 경제 위기가 아니다. 석유 기반 사회가 직면한‘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의 붕괴다.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조차 정제 시설과 전력망의 문제로 고통받는 현실은, 에너지를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국가가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ESG의 ‘S(Social)’와 ‘G(Governance)’ 측면에서 볼 때, 에너지 자립 실패는 곧 지속가능한 사회의 붕괴로 인한 인권의 유린이자 거버넌스의 파산이다. 에너지 자립도가 낮은 국가는 외부 압박에 쉽게 흔들리고 타국의 결정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국가 차원의 지속 가능한 지배구조의 위기이다. ◇RE100을 넘어 국가 생존의 길로 에너지를 자급자족할 수 있는 ‘에너지 강국’은 자국민의 삶의 질을 보호하고 산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강력한 사회적 안전망을 가진 선진국이 되지만,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에너지 약소국’은 국가의 존립마저 흔들리는 후진국으로 전락하게 된다. 무엇보다 국가 운영을 위한 안정적 에너지 확보가 국가 존립의 핵심이며 ‘석유 국가’보다 ‘전기 국가’로의 전환이 국가 경쟁력을 가르는 잣대가 되고 있다. 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면서도(E), 국민의 삶을 보호하고(S), 독립적인 국가 전략을 유지할 수 있는(G) 에너지 강국을 위해 우리가 에너지 전환과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우리는 신재생 에너지를 단순한 환경 보호나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캠페인 이행 수단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신재생 에너지는 값싼 전력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자 국가 존립의 기초다. AI와 반도체라는 미래 산업의 승전보를 울리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외부의 자원 무기화로부터 국민의 삶과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석유 없는 ‘전기 국가’로 가야 한다. 신재생 에너지는 선택이 아니라, 21세기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유일한 생존 전략이다. 우리가 이를 외면하거나 은폐한다면,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것은 어둠에 잠긴 도시뿐일지도 모른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살 길은 오직 하나, 에너지 주권을 확보한 ‘일렉트로 코리아’의 건설이다. /서득수 지속 가능 ESG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