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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일' 검색결과 (311건)

“초여름 길을 걸으며 여행을 떠나요"

소설가 김훈은 자신의 책 ‘내 젊은 날의 숲’에서 여름의 숲은 크고 깊게 숨쉬었다. 나무들의 들숨은 땅속의 먼 뿌리끝까지 닿았고 날숨은 온 산맥에서 출렁거렸다. 뜨거운 습기에 흔들려서 산맥의 사면드은 살아 있는 짐승의 옆구리처럼 오르내렸고 나무들의 숨이 산의 숨에 포개졌다"고 말했다. 자연을 벗삼아 맨몸으로 길을 걷는 것 만큼 좋은 여행이 있을까? 여행은 몸으로 느끼는 것이다. 푸르른 산들바람을 쐬며 나무그늘 우거지고 풀향기가 물씬 풍기는 녹음방초의 계절을 느껴보자. 숲의 청량한 기운이 온몸을 관통할 것이다. 그순간 여행이 다시 시작된다. △ 사람을 침묵하게 만드는 포항 내연산 숲길 청하골 코스의 시작은 대개 보경사 에서 열린다. 신라 진평왕 시절 창건됐다고 전해지는 천년고찰은 내연산의 깊이를 설명해주는 첫 문장 같은 공간이다. 절집을 지나 숲으로 접어들면 길은 본격적으로 계곡을 따라 흐른다. 물은 맑고, 바위는 오래되었으며, 숲은 사람보다 느린 시간으로 움직인다. 청하골은 흔히 ‘12폭포길’로 불린다. 이름 그대로 폭포가 이어지는데, 각각의 표정이 다르다. 상생폭포는 부드럽고, 보현폭포는 단정하며, 관음폭포는 신비롭다. 특히 관음폭포는 세 개의 굴과 층암절벽이 어우러져 내연산의 백미로 꼽힌다. 그 아래 감로담에 햇빛이 스며드는 순간, 물빛은 옥색과 비취색 사이를 오간다. 그리고 마침내 길은 연산폭포에 닿는다. 높이 약 20m. 거대한 암벽 위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한여름 더위를 단숨에 지워낸다. 폭포 아래 서 있으면 물보라가 얼굴에 닿고, 귓가에는 바위에 부딪히는 굉음이 가득 찬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마음은 조용해진다. 청하골이 사랑받는 이유는 단순히 풍경 때문만은 아니다. 이곳에는 사람을 침묵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길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선일대와 소금강전망대로 이어지는 구간은 내연산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깎아지른 절벽 위 정자에 서면 청하골 계곡이 발 아래 펼쳐지고, 숲과 바위와 물길이 겹겹이 이어진다. 예부터 시인묵객들이 이곳을 찾았다는 이야기가 괜한 말이 아니다. 겸재 정선 역시 이 풍경을 ‘내연삼용추도’에 담아냈다. 청하골 코스는 비교적 완만한 편이다. 계곡을 따라 데크와 흙길이 이어져 남녀노소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 특히 여름철에는 계곡 바람 덕분에 더위를 피하기 좋고, 가을에는 단풍이 물들며 전혀 다른 산으로 변한다. 내연산 청하골을 걷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좋은 여행지는 결국 사람을 자연 앞으로 겸손하게 만드는 곳이라는 것. 빠르게 소비되는 관광지가 아니라, 천천히 걸으며 자기 마음의 속도를 되찾게 하는 길 말이다. 동해의 바람은 산으로 스며들고, 산의 물은 다시 계곡이 되어 흐른다. 그리고 사람은 그 사이를 걸으며 오래 잊고 지냈던 감각들을 하나씩 되찾는다. 내연산 청하골은 그런 길이다. 단순한 트레킹 코스가 아니라, 마음속 먼지를 씻어내는 한 편의 숲길 여행이다. △ 소나무 원시림의 원형 울진 금강송숲 금강송이 시원하게 뻗어 있는 울진 소광리 금강송숲은 들어서는 순간 시원한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소나무의 바다다. 소나무 원시림의 원형을 그대로 간직했다는 이곳에는 금강송이 100만여그루 이상 자라고 있다. 수령만 해도 200~300년이 넘는다. 금강송은 궁궐 등 문화재 복원용으로 사용되는 최고 목재다. 이 때문에 금강송은 ‘소나무의 제왕’으로 불린다. 속이 황금빛을 띠어 ‘황장목’으로도 일컫는다. 궁궐과 천년고찰의 대들보로 쓰이니 살아서도 영광이요, 죽어서 목재가 돼도 천년을 이어 영화를 누린다. 생태숲 초입에는 최고 금강송인 530년 된 금강소나무가 자라고 있다. 가장 어른 소나무다. 조선조 제9대 임금 성종시대에 태어난 것으로 추측되니 그야말로 조선시대의 흥망성쇠를 모두 겪은 역사 그 자체다. 금강송이 귀한 소나무다보니 예전에는 일반인들의 출입을 엄격히 금했다. 황장금표가 바위에 새겨진 것도 이 때문이다. 조선시대에는 금강송을 1그루만 베어도 곤장 100대에 3년을 복역할 정도였다. 요즘으로 쳐도 중범죄에 해당할 정도니 조선시대 사람들이 얼마나 금강송을 귀하게 여겼는지 능히 짐작이 간다. 울울창창한 소나무숲 사이로 산책로가 잘 정비돼 있다. 빽빽한 소나무숲 틈틈이 들어오는 햇살이 얼핏얼핏 얼굴에 닿으면 그지없이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입구에서 산책로를 도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2시간30분. 숲해설가가 금강송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 심신을 치유하는 최적의 공간 장성 편백숲 숲은 일상에 지친 심신을 치유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다. 전남 장성의 편백숲은 산세가 부드럽고 야트막해서 트레킹을 하거나 나들이 삼아 걷기 좋은 곳이다. 특히 항균물질인 피톤치드가 소나기처럼 쏟아져 최적의 힐링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축령산 숲은 인공으로 만들어진 조림지다. 6·25전쟁을 거치면서 헐벗은 산에 임종국 선생이 사재를 털어 250만그루의 편백나무와 삼나무를 심고 가꾼 것이 시작이다. 가뭄이 심할 때는 선생 가족이 물지게를 지고 산을 오르내리며 나무에 물을 줬다고 한다. 다른 지역에도 편백나무 조림지가 몇몇 있지만 규모로는 축령산 조림지에 비할 바는 아니다. 장성 편백숲에서 트레킹을 하려면 문일면 문암리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평평하고 넓은 임도를 따라 산책하듯 걸으면 금곡영화마을이 나타난다. 영화 ‘태백산맥’ ‘내 마음의 풍금’, 드라마 ‘왕초’ 등의 배경이 됐던 산골마을로 1950~1960년대 시골 농촌의 전형을 보여준다. 마을에는 20여가구 100여명이 옹기종기 모여 산다. 마을을 지나 숲으로 들어가면 솔내음숲길(2.2㎞), 산소숲길(1.9㎞), 건강숲길(2.9㎞), 하늘숲길(2.7㎞)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임도를 중심으로 나무가 울창한 숲은 2000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완만한 경사를 오르내리는 임도 양쪽에는 수령 20~50년의 편백나무와 삼나무, 측백나무가 빽빽하다. 숲 트레킹은 대략 2시간 정도 걸린다. 근처 홍길동 우드랜드도 같이 가볼 만하다 △ '성곽 아래 느리게 흐르는 시간…인왕산 자락길 서울은 이상한 도시다. 빌딩 숲 사이를 걷다가도 어느 순간 조선의 시간이 불쑥 튀어나온다. 자동차 소음이 가라앉는 자리에 오래된 돌담이 나타나고, 골목 끝에서는 시인의 문장이 바람처럼 흔들린다. 그 풍경이 가장 선명하게 살아 있는 곳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인왕산 자락길 이다. 인왕산은 높이 338m 남짓의 크지 않은 산이다. 하지만 서울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이 산은 언제나 특별한 존재였다. 조선시대 한양도성이 능선을 따라 이어졌고, 겸재 정선은 이 산을 화폭에 담았으며, 수많은 문인과 화가들이 이 산 아래에서 세월을 건넜다. 인왕산 전체가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풍광을 지니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길은 대체로 완만하다. 사직공원에서 시작해 수성동계곡, 청운문학도서관, 윤동주문학관 방향으로 이어지는 길은 산책하듯 걸을 수 있을 만큼 부드럽다. 무장애 탐방로로 조성된 구간도 많아 남녀노소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걸음을 옮기다 보면 서울이라는 도시가 가진 의외의 표정을 발견하게 된다. 성곽 아래로는 서촌 골목이 펼쳐지고, 오래된 주택 담장 너머로 커피 향이 새어나온다. 바람은 소나무 냄새를 실어 나르고, 화강암 바위 틈 사이에서는 이름 모를 풀이 자란다. 도심 한복판인데도 이상하리만큼 고요하다. 특히 수성동계곡 부근에 이르면 풍경의 결이 달라진다. 겸재 정선의 그림 ‘인왕제색도’를 떠올리게 하는 바위와 물길이 등장한다. 한때 복개도로 아래 묻혀 있던 계곡은 복원 이후 다시 시민들의 쉼터가 됐다. 여름이면 아이들이 물가에 발을 담그고, 여행자들은 돌 위에 앉아 한참 동안 흐르는 물을 바라본다. 인왕산 자락길은 문학의 길이기도 하다. 윤동주문학관 에 가까워질수록 풍경은 조금 더 사색적으로 변한다. 낡은 물탱크를 개조해 만든 문학관은 크지 않지만 깊은 울림을 준다. 윤동주의 시처럼 공간은 조용하고 담백하다. 문학관 뒤편 언덕에 서면 서울의 지붕들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무엇보다 좋은 건 이 길의 속도다. 인왕산 자락길에는 사람을 재촉하는 분위기가 없다. 빨리 올라야 할 정상도 없고, 꼭 인증해야 할 포토존도 없다. 대신 오래된 돌계단 하나, 성벽 위 바람 하나, 골목에서 들려오는 생활의 소리가 여행의 기억이 된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6-05-26

코레일관광개발, 접경지역 관광상품 'DMZ 평화이음열차' 운영

코레일관광개발은 통일부, 파주시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접경지역 평화관광 활성화를 위한 관광상품 ‘DMZ 평화이음열차’를 운영한다. 이번 상품은 매월 둘째·넷째 주 금요일 정기 운행되며, 서울역에서 출발해 도라산역과 접경지역 주요 관광지를 방문하는 일정으로 구성됐다. 접경지역의 역사와 자연, 평화의 의미를 함께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한 것이 특징이다. 지난 4월 10일 열린 ‘도라산역, 평화를 다시 잇다’ 개방 행사 이후 서울역(경의선)~도라산역 구간 전용열차를 활용한 관광상품으로 운영되며, 접경지역 관광 활성화와 지역경제 상생을 위해 운영 중이다. 주요 코스는 서울역(경의선역)에서 출발해 도라산역, 도라전망대, 통일촌 등을 방문하는 일정이다. 도라산역은 남북철도 연결의 상징적 장소이며, 도라전망대에서는 북측 개성 일대를 조망할 수 있다. 통일촌에서는 민간인통제구역 내 마을의 주민들의 삶을 체험할 수 있다. 열차 안에서는 전문해설사의 평화관광 해설과 함께 평화 감성방송, 평화 바람개비 만들기, 느린우체통 엽서 작성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돼 이동 과정에서도 여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특히 서울중앙우체국과 협업한 ‘느린우체통’ 이벤트는 여행 중 작성한 엽서를 6개월 뒤 발송해 특별한 추억을 선사한다. 또한 디자인 문구 브랜드 ‘디비더블유디(D.B.W.D)’의 굿즈 브랜드 ‘클립펜(CLIPEN)’ 협업 굿즈를 전원에게 제공한다. 코레일관광개발은 글로벌 OTA 플랫폼 입점 등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의 접근성을 높였으며, 외국인 전담 가이드 배치로 평화관광에 대한 설명과 인솔을 제공한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6-05-25

관광업계 데이터분석과 트렌드 리포트 '요즘, 한국관광' 창간

한국관광공사(사장 박성혁, 이하 공사)는 오는 20일, 최신 관광 데이터 분석과 공사의 국내외 마케팅 현장 경험을 담은 리포트 ‘요즘, 한국관광’(이하 리포트)을 창간한다. 이번 리포트는 급변하는 관광 환경 속에서 정확하고 시의성 있는 분석과 전문가 제언을 바탕으로 관광 업계에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고자 기획됐다. 창간호 첫 번째 파트에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국관광의 현주소를 진단한다. 올해 1분기 방한외래객 474만 명 달성과 함께, 3월 사상 최초 월간 방한객 200만 명 돌파의 의미를 △핵심 방한시장의 특성 △방한소비 현황 △방한테마 등으로 나누어 분석했다. 또한, 국민들의 국내여행 방문자 수, 소비, 숙박 현황 등을 함께 살펴보며 국내외 관광 시장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지표도 제시한다. 매호 특정 주제를 선정해 전문가와 함께 분석하는 코너도 마련했다. 창간호의 주제는 팬데믹 이후 골든타임을 맞은 ‘크루즈 관광’이다. 글로벌 크루즈 시장의 성장 구조를 조망하고, 올해 200만 명 돌파를 앞둔 한국 크루즈 관광의 현황과 과제를 진단했다. 아울러 공사의 크루즈 선사 유치에 따른 기항 확대와 인천·여수 등 신규 기항지 개척 성과 등 현장 실무 경험도 함께 담았다. 마지막 파트에서는 국내외 관광객의 숨은 수요 변화를 데이터로 포착했다. 국내 소비·통신 데이터에 따르면 2030세대는 사찰, 자연경관 등에서 일상을 ‘비워내는’ 반면, 5060세대는 공연장, 미술관 등 문화공간에서 지적 호기심을 ‘채워가는’ 경향을 보였다. 또한, 26개국 소셜 데이터를 활용해 외국인의 방한 트렌드도 분석했다. 외국 관광객은 광화문에서 공연을 즐긴 뒤 성수동 카페로 직행하거나, 한국식 디저트를 중심으로 여행 동선을 구성하는 등 한국 라이프스타일 자체가 방한 동기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4회 발행 예정인 ‘요즘 한국관광’ 리포트는 20일부터 한국관광데이터랩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성혁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방한 외래관광객 3000만 명 시대를 전략적으로 준비하기 위해서는 관광 업계 모두가 활용할 수 있는 깊이 있는 분석이 필요하다”라며, “공사의 역량을 집중한 리포트가 업계에 꼭 필요한 의사결정 파트너가 되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공사는 창간호를 시작으로 지방공항, 의료관광 등 관광시장을 관통하는 핵심 화두를 연이어 다룰 예정이다. 창간 전날인 19일에는 ‘요즘, 한국관광 데이터 세미나’를 열고 주요 분석 결과를 업계와 먼저 공유한다. 세미나는 사전 모집 개시 하루 만에 마감되는 등 업계의 높은 관심을 모았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6-05-25

유류할증료 급등에 국내여행 시장 다시 '활기' 경북권 여행 수요 증가세

국제선 유류할증료 급등과 해외여행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국내여행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역사·미식·자연 콘텐츠를 두루 갖춘 경북권 여행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여행업계가 관련 상품 확대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24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하나투어, 모두투어, 노랑풍선, 참좋은여행 등 주요 여행사들은 최근 국내 체류형 여행 상품 강화에 나섰다. 해외 항공권 가격 부담이 높아지자 상대적으로 이동 부담이 적고 체험 요소가 풍부한 국내 소도시 여행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지역은 경북권이다. 안동·영주·경주·울릉도 등을 중심으로 한 경북 여행은 전통문화와 미식, 자연 치유 콘텐츠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장년층은 물론 MZ세대 여행객까지 폭넓게 끌어들이고 있다. 여행업계는 ‘짧게 여러 곳을 둘러보는 여행’보다 지역에 머물며 경험하는 체류형 여행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경북은 이런 흐름과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지역으로 평가된다. 참좋은여행은 최근 영주·안동을 중심으로 한 1박2일 소도시 여행 상품을 새롭게 출시했다. 전용 밴 차량과 소규모 이동 방식을 적용하고 지역 별미 식사와 전문 드라이빙 가이드를 결합해 ‘깊이 있는 지역 여행’을 강조했다. 단순 관광지를 소비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 이야기를 듣고 지역 음식을 즐기며 머무는 여행 형태다. 노랑풍선 역시 체류형 콘텐츠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강원 DMZ와 울릉도 상품을 강화한 데 이어 지역 스토리텔링형 상품군을 늘리고 있다. 특히 울릉도 상품은 ‘완전정복’ 콘셉트로 운영되며 중장년층과 가족 단위 여행객 중심으로 예약 문의가 증가하는 분위기다. 모두투어는 울릉도 프리미엄 숙소와 지역 미식 체험을 결합한 고급형 국내여행 상품을 강화했다. 비즈니스석 항공권과 프라이빗 일정 등을 더해 기존 국내 패키지와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 국내여행 시장이 단순 저가 경쟁이 아닌 ‘경험 중심 프리미엄 여행’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을 겨냥한 전략이다. 하나투어도 지역 축제와 역사 콘텐츠를 결합한 상품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최근 지방 문화재단과 협업을 늘리며 지역 특화 관광상품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경북권 여행 수요가 늘어나는 배경에는 정부 정책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행정안전부는 ‘여행가는 봄’, ‘섬 방문의 해’, 체류형 관광 활성화 사업 등을 통해 지방 관광 소비 확대를 유도하고 있다. 특히 울릉도를 비롯한 섬 관광지 지원 정책은 올여름 국내 여행 흐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경북이 국내여행 시장 재편의 핵심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고 있다. 경주는 신라 역사문화 콘텐츠와 황리단길 감성 여행으로 젊은 층 유입이 늘고 있고, 안동은 전통문화와 고택 체험, 영주는 선비문화와 웰니스 관광이 결합되며 체류 시간이 길어지는 추세다. 울릉도 역시 자연경관과 프리미엄 여행 수요가 맞물리며 대표적인 고급 국내여행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해외여행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국내에서도 ‘멀리 가지 않아도 깊이 있는 여행’을 찾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경북은 역사·미식·자연·치유 콘텐츠가 풍부해 체류형 여행 흐름과 가장 잘 맞는 지역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6-05-25

'메가 캐리어' 탄생 눈앞...항공·여행업계 '독과점' 우려

‘메가 캐리어’ 탄생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 항공시장의 지형도도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중심으로 한 통합 항공사의 국제선 공급 점유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항공·여행업계 안팎에서는 시장 독과점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커지는 분위기다. 최근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국제선 전체 공급석은 약 950만석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국적 항공사의 공급석은 643만석이며, 이 중 무려 424만석(66%)을 통합 대형항공사(FSC)+국적 LCC 체제가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 파라타항공 등 비통합 항공사들의 공급석은 218만석(34%) 수준에 머물렀다. 시장 점유율 확대 속도도 심상치 않다. 통합 항공사의 국적사 공급 점유율은 지난 12월 62% 수준이었지만, 3월 64.8%로 상승한 데 이어 4월에는 66%까지 확대됐다. 특히 양대 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공급 점유율 역시 12월 43%에서 3월 46%, 4월에는 47.4%까지 올라 국적사 전체 공급석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일시적 현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최근 중동 지역 정세 불안과 이란 리스크 영향으로 일부 비수익 노선 공급이 감소한 데다, 일부 비통합 항공사들의 운항 중단 및 감편이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통합 항공사의 비중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4월 국제선 시장에서는 전월 대비 약 20만석 규모의 공급 축소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여행업계는 보다 구조적인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시적 변수의 영향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국적사 공급석의 66%를 통합 항공사가 차지하는 상황은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며 “항공 운임과 좌석 공급, 여행사 판매 정책 등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시장 견제 장치가 더욱 정교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역시 독과점 우려를 의식해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국토교통부는 통합 과정에서 슬롯 및 운수권 일부 반납, 중복 노선 운임 인상 제한, 공급 좌석 유지, LCC 중장거리 노선 확대 유도 등의 조건을 부과한 상태다. 소비자 피해와 판매대리점 종속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그럼에도 업계 안팎에서는 “현재의 점유율 상승 흐름이 통합 이후에도 이어질 경우 국내 항공시장의 경쟁 균형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된다. 특히 여행사들은 향후 좌석 배분 구조와 단체 항공권 정책, BSP 정산 구조 변화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는 12월 17일 공식 통합을 앞둔 대한항공은 규모 면에서도 세계적 수준의 ‘메가 캐리어’로 도약할 전망이다. 2025년 말 기준 직원 수는 대한항공 1만8318명, 아시아나항공 7479명 등 총 2만5797명 규모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통합 대한항공이 글로벌 10대 항공사 반열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만 거대한 몸집만큼 중요한 것은 시장 지배력이 아니라 시장 신뢰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항공 소비자와 여행업계, 중소 항공사들이 공존할 수 있는 경쟁 환경을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통합 시대’ 한국 항공산업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6-05-18

코레일관광개발, 장애인·국가유공자 대상 '기차여행상품 공공할인제' 도입

코레일관광개발(대표이사 직무대행 이우현)이 관광 복지 사각지대 해소와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장애인과 국가유공자 등을 대상으로 한 ‘기차여행상품 공공할인제’를 본격 도입한다. 이번 제도는 공공기관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신체적·경제적 여건으로 여행 기회가 적은 소외계층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ESG 경영의 일환이다. 할인 대상은 장애인 및 국가유공자 본인으로, 코레일관광개발이 운영하는 주요 관광상품 이용 시 판매가의 5%를 상시 할인받을 수 있다. 눈에 띄는 대목은 고객 편의를 극대화한 ‘후(後)할인’ 프로세스의 도입이다. 기존의 번거로운 증빙 절차를 과감히 개선했다. 고객은 회원가입 후 예약 단계에서 별도의 서류를 제출할 필요가 없다. 여행 당일 현장에서 실물 증빙 서류나 신분증 확인만으로 간편하게 인증을 마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할인 차액은 여행 종료 후 고객 계좌로 환급되며, 최초 1회 인증을 완료한 고객은 향후 별도 절차 없이 시스템상에서 자동으로 할인 혜택이 적용된다. 이용 편의성을 높여 여행 진입장벽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자세한 사항은 코레일관광개발 누리집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이우현 코레일관광개발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이번 공공할인제는 모두가 평등하게 여행의 즐거움을 누리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이라며 “앞으로도 철도 관광 플랫폼 기관으로서 고객 행복을 실현하기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6-05-18

"서해 바다에서 우리 모두 함께 海요"

한국관광공사 경인지사는 5월 ‘바다가는 달’을 맞아 서해안 일대에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해양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먼저, 무장애 해양관광 프로그램 ‘서해 바다에서 우리 모두 함께 海’가 5월 한 달간 총 6회 운영된다. 인천, 시흥, 안산, 화성 일대에서 회당 28명씩 총 168명이 참여하며, 발달·청각·지체·시각 등 장애 유형별 맞춤 코스로 구성했다. 무장애관광 전문 인솔자 동행 하에 바다 휠체어를 활용한 갯벌 체험, 제부도 해상 케이블카, 매향리 습지생태 탐방 등이 마련돼 관광취약계층도 안전하게 서해 바다를 즐길 수 있다. 가족 여행객을 위한 프로그램도 선보인다. 국립인천해양박물관, 오이도박물관 등 경인지역 해양 교육·체험 시설 10곳을 연계한 여권형 스탬프투어가 오는 11월까지 진행되며, 3곳 이상 방문해 인증하면 추첨을 통해 경품이 제공된다. 또한, 영종도 바닷가에서 즐기는 피크닉 상품도 5월 23일부터 다음달 27일까지 매주말 운영되며, 해변 피크닉과 요트 항해를 함께 체험할 수 있다. 곽대영 한국관광공사 경인지사장은 “이번 바다가는 달에는 평소 여행이 어려운 분들을 포함해 누구나 바다에서 재미와 배움을 얻어갈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라며, “이번 여행을 계기로 서해안의 매력과 다양한 해양관광 콘텐츠가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무장애관광 및 피크닉 여행상품 관련 자세한 사항은 바다가는 달 캠페인 누리집(바다가는달.kr)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스탬프투어는 현장 또는 트립파인더 홈페이지(tripfinder.co.kr)에서 만나볼 수 있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6-05-18

대구서문시장 등 시장이 관광명소…'K-관광마켓 2기' 출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이하 공사)는 14일 서울 망원시장에서 전국 ‘K-관광마켓’ 11개 전통시장과 함께 ‘스마일 캠페인’ 발대식을 개최한다. K-관광마켓은 전통시장을 글로벌 관광 명소로 육성하기 위한 사업이다. 2023년 10개 시장을 지원한 데 이어 올해는 서울 망원·경동시장, 부산 해운대시장, 대구 서문시장, 인천 신포국제시장, 경기 수원남문시장, 강원 속초관광수산시장, 충북 단양구경시장, 전북 전주남부시장, 경북 안동구시장연합, 제주 동문재래시장 등 전국 11개 시장을 선정했다. 이번 발대식은 K-관광마켓 2기 출범과 함께, 시장 상인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서비스 개선과 친절·환대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서는 11개 전통시장 상인회장, 청년 상인, 스마일 앰버서더 등 50여 명이 △가격 정찰제 △카드 결제 환영 △청결·위생 관리 △친절 응대 등 4대 서비스 혁신을 약속하는 공동선언문에 뜻을 모은다. 이어 ‘글로벌 K-관광마켓 간담회’를 통해 시장별 외국인 관광객 유치 방안도 논의한다. 아울러 전통시장과 인근 관광자원을 연계하는 모델을 직접 체험하는 시간도 마련된다. 참가자들은 망원시장에서 친환경 다회용기로 장을 보고, 마포순환열차버스로 인근 한강공원으로 이동하며 관광객들의 동선을 점검해본다. 공사는 다른 10개 전통시장도 인근 관광지 및 특색 있는 여행 콘텐츠와 연결해 대표적인 지역관광 필수 코스로 자리매김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박성혁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전통시장은 지역의 삶과 음식, 문화를 가장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대한민국 대표 관광자원“이라며, ”상인분들의 미소와 친절이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K-관광의 첫 인상이 되는 만큼, K-관광마켓이 주목받는 글로벌 명소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6-05-18

까도까도 새로운 매력이 펼쳐지는 제주 여행

제주는 양파와도 같은 곳이다. 까도까도 새로운 매력이 흰 속살처럼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은 제주의 다양한 모습을 찾아 나섰다. 유배지였던 제주에서 예술의 혼을 꽃피운 추사 김정희와 가난 속에도 불멸의 작품을 남긴 이중섭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감동스럽다. 일본의 천재 건축가 안도 다다오 작품 글라스하우스와 지니어스 로사이는 건축의 절제된 아름다움을 전해준다. 섬속의 섬 추자도는 제주의 새로운 속살을 보여준다. △ 예술의 혼이 물씬 이중섭과 추사의 흔적 종이 살 돈이 없어 담배 은박지에 그림을 그릴 정도로 빈곤했던 천재화가 이중섭. 그는 41년의 짧은 생에도 불구하고 한국 미술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강렬하면서 역동적인 필치로 소, 물고기, 게, 가족 등 우리에게 친숙한 소재를 주로 그렸다. 안타깝게도 이중섭 작품은 그가 죽은 뒤 가치를 인정받고 명작 대열에 올랐다. 이중섭은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자 1951년 1월 가족을 데리고 서귀포에 거주하면서 작품 활동을 했으며, 같은 해 12월 부산으로 떠나기까지 서귀포의 아름다운 풍광 등을 그렸다. 짧지만 서귀포에서의 삶은 그의 예술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파란 게와 아이들’ ‘서귀포의 환상’ ‘섶섬이 보이는 풍경’ 등은 그가 서귀포에 머무를 때 남긴 작품이다. 서귀포시에서는 1996년 이중섭의 불꽃 같은 예술혼을 기리기 위해 당시 거주한 초가 일대를 이중섭 거리로 명명했다. 1997년에는 그가 살던 집과 부속 건물을 복원해 이중섭 거주지와 그의 호인 대향(大鄕)을 본떠 대향전시실을 꾸몄다. 2002년에는 이중섭미술관이 개관됐다. 그의 서귀포 생활이 담긴 작품을 비롯해 담배 은박지에 그린 은지화 작품도 다수 남아 있어 눈길을 끈다. 대정읍성 동문 안쪽의 추사적거지예전에 제주는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배 없이는 탈출할 수 없기 때문에 정치범 유배지로 제격이었다. 한라산 서남쪽인 대정 지역은 제주에서도 가장 험한 유배지였다. 대정읍성 동문 안쪽에는 조선 후기 김정희가 9년간 유배생활한 초가가 있다. 서귀포 김정희 유배지다. 추사가 지낸 초가 네 채를 단장해 옛 모습을 복원해 놓은 곳이다. 추사는 안동 김씨 세력과 권력 싸움에서 밀려난 뒤 이곳으로 유배됐다. 북학의 대가 추사는 금석문과 서화에 능통했으며, 서체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추사체로도 유명하다. 유배지는 추사가 살던 안거리(안채), 사랑채인 밖거리(바깥채), 그리고 모퉁이 한쪽에 세운 모거리(별채), 제주식 화장실인 통시와 대문간, 방앗간, 정낭 등으로 이뤄져 있다. 전형적인 ‘□자’ 모양의 제주 가옥으로 민가로서는 규모가 꽤 크다. 당대의 선구자 추사는 오랜 유배생활을 통해 제주 학문에 일대 혁신을 일으켰다. 추사는 배움을 청해 오는 마을 청년들에게 밖거리에서 학문과 서예를 가르치는 한편 모거리 작은 방에 기거했다. 집 울타리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위리안치형을 받은 추사는 이곳에서 학예를 갈고 닦아 궁극에 이른다. 추사의 서화(書畵) 경지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세한도(歲寒圖) 역시 이곳에서 그렸다. 지금까지도 추사가 완성한 학문과 정신은 시대를 뛰어넘어 많은 영감과 교훈을 주고 있다 △ 안도다다오의 흔적 본태박물관과 휘닉스 파크 일본이 낳은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은 단순하고 절제된 조형미로 유명하다. 노출 콘크리트를 주로 사용하며 건물에 빛과 물을 끌어들여 자연과의 조화를 꾀하는 것이 특징이다. 제주 본태박물관과 전시작품본태박물관은 안도 다다오가 제주에 만든 건축물이다. 본태(本態)란 ‘본래의 형태’를 뜻한다. 본태박물관은 건축공간의 미학적 관점을 넘어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고려한 안도 다다오의 철학이 담겨 있다. 본태박물관은 산방산과 형제섬이 내다보이는 한라산 자락 중턱에 자리했다. 안도 다다오는 경사진 대지의 성격을 거스르지 않고 건물을 설계했다. 인위적으로 땅을 깎지 않고 서로 다른 높이에서 만나는 두 공간으로 나눠 지은 것. 박물관은 크게 민예박물관(제1관)과 미술관(제2관)으로 구분된다. 알파벳 L자 형태로 이뤄진 본태박물관의 두 건물은 비슷해보이면서도 각기 다른 느낌을 준다. 제1관에서는 한국의 전통 미술품과 수공예품이 전시돼 있다. 다양한 소반, 목가구, 보자기 등을 통해 소박함과 화려함, 단정함과 파격을 동시에 보여주는 우리 수공예품을 만날 수 있다. 제2관은 현대 미술과 다양한 문화행사를 여는 곳이다. 1층에는 20세기 현대조각의 새로운 장을 연 안소니 카로 등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2층으로 올라가면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과 안도 다다오의 특별 공간이 방문객을 반긴다. 산방산 풍경이 펼쳐지는 2층 실내 다리를 지나면 본태박물관 설계 변천 과정을 볼 수 있는 스터디 모형 등이 전시돼 있다. 제주 섭지코지에는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휘닉스 제주 글라스하우스’와 ‘지니어스 로사이(Genius Loci)’가 있다. 글라스하우스가 하늘을 향하고 있는 것에 비해 지니어스 로사이는 땅 밑으로 파고 든다. 상반된 모습 때문인지 두 건축물이 마치 음양을 이루는 것처럼 느껴진다. 지니어스 로사이는 라틴어로 ‘땅을 지키는 수호신’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동선을 따라 가다 보면 콘크리트 벽을 액자 삼아 바다 건너 성산 일출봉을 볼 수 있게 한 직사각형의 창이 있다. 차경(借景)을 통해 성산 일출봉을 살아 있는 작품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계속 걸음을 옮기면 지하로 들어간다. 햇빛이 사라지고 최소한의 조명이 안을 밝히는 명상의 공간에는 비디오 아트 등의 미술세계가 마련돼 있다. 내부를 돌고 나오면 지니어스 로사이는 건축물이라기보다 안도 다다오가 만든 새로운 형태의 미술관에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 섬속의 섬 바다낚시의 천국 추자도 추자도는 ‘바다낚시의 천국’이다. 섬을 둘러싼 모든 갯바위가 낚시 포인트다. 참돔을 비롯해 돌돔, 농어 등 고급 어종이 풍부해 낚시를 좀 한다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은 들르는 곳이다. 11월에는 낚시꾼들을 미치게 만든다는 힘좋은 감성돔이 잡힌다. 이렇듯 낚시꾼들이 즐겨 찾다 보니 추자도는 관광지로서보다는 낚시 명소로 주로 알려졌다. 하지만 추자도를 찬찬히 둘러보면 아기자기하면서도 꾸밈없는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된다. 추자도의 모습을 한눈에 보고 싶다면 상추자도 중앙에 있는 추자도 등대에 오르는 것이 좋다. 계단을 타고 20분 정도 오르면 해발 125m 산 정상에 등대가 우람한 모습을 드러낸다. 등탑의 높이는 24m이며 등대 불빛이 20초에 한 번씩 반짝인다. 불빛이 미치는 거리는 48㎞에 이른다고 한다. 추자도 등대 입구 홍보관에는 세계 7대 불가사의로 꼽히는 알렉산드리아 파로스 등대 모형이 있다. 등대 전망대에 올라서니 여름 초입에 들어선 추자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색색의 지붕과 바다, 마을 한가운데 작은 밭의 모습이 정겹기만 하다. 상추자도와 하추자도 사이에는 추자대교가 세워져 있다. 대교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바닷길을 이어주는 212m의 작고 아담한 다리다. 다리를 넘어 추자도 인근의 섬을 조망할 수 있는 오지박 전망대로 발길을 옮겼다. 해안 절벽에 보호 펜스를 두르고 망원경 1대, 의자 몇 개를 설치한 것이 전부지만 눈 두는 곳마다 절경이 펼쳐진다. 수령섬, 염섬, 노린여, 검둥여, 추포도, 횡간도, 미역섬, 흑검도, 구멍섬, 보름섬…. 그리고 멀리 흐릿하게 보길도까지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예초리 입구 엄바위 장승(억발장사)이 서 있다. 사람들은 엄바위 장승을 수호신으로 모시고 있다. 전설에 따르면 엄바위 장승은 바위 아래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엄바위 장승은 인근 바다에 있는 바위로 공기놀이를 할 정도로 거대하고 힘이 셌다고 전해진다. 추자도에서 빼놓지 않아야 할 곳이 추자면 사무소 옆에 있는 최영 장군 사당이다. 최영 장군은 고려 공민왕 23년(1374년) 탐라에 있던 몽골 군대를 몰아내기 위해 제주로 가던 중 심한 풍랑을 맞아 한동안 추자도에서 머물렀다. 추자도 금산곶에서 바람이 잔잔해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장군은 추자도 백성들에게 어망을 만들어서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쳤다. 장군이 추자도를 떠난 이후 이곳 주민들은 그의 은덕을 기려 사당을 지었다고 전해진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6-05-18

[최병일의 일본여행] 전통과 현대의 절묘한 조합 나고야

일본 열도의 가운데, 지도를 반으로 접으면 정확히 겹쳐질 듯한 위치에 나고야가 있다. 이 도시는 오랫동안 ‘통과의 도시’였다. 도쿄와 오사카를 잇는 동맥 위에서, 사람들은 잠시 머물다 다시 떠났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나고야는 조용히 자신의 좌표를 바꾸고 있다. 더 이상 스쳐 지나가는 공간이 아니라, 일부러 내려 걸어야 할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그 변화는 단순한 개발이나 재생의 문제가 아니다. 도시의 본질, 즉 ‘무엇으로 기억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답은 의외로 오래된 역사 속에 있었다. △ 권력의 중심에서 시민의 공간으로, 나고야성 나고야의 중심에는 여전히 나고야성이 있다. 그러나 이 성은 단순한 유적이 아니다. 일본 통일 이후 권력의 상징으로 세워졌던 이 공간은, 지금은 시민의 일상과 관광이 교차하는 ‘열린 역사’로 기능한다. 이 성을 세운 인물은 도쿠가와 이에야스다. 그는 에도 막부를 열며 일본의 정치 질서를 재편했고, 나고야를 전략적 거점으로 삼았다. 교토와 에도를 잇는 길목, 물류와 군사가 오가는 중심에 성을 세운 것은 철저히 계산된 선택이었다. 성 위에 얹힌 금빛 샤치호코는 지금도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상상 속의 물고기 형상을 한 이 장식은 화재를 막는 의미를 지니지만, 동시에 권력의 과시이기도 했다. 지금의 시선으로 보면 다소 과장된 장식이지만, 그 시대에는 ‘보여주는 힘’이 곧 통치의 일부였다. 현재 나고야성은 복원과 논쟁의 한가운데 있다. 목조 천수각 복원 계획은 역사적 정체성을 회복하려는 시도인 동시에, 현대 도시가 과거를 어떻게 재현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성의 진짜 이야기는 성벽 밖에서 시작된다. 나고야성 아래 형성된 성하마을은 과거 무사, 상인, 장인들이 모여 살던 공간이었다. 권력의 중심을 둘러싼 생활의 층위가 이곳에서 만들어졌다. 최근 이 지역은 전통 목조건축을 복원한 거리로 재탄생했다. 단순히 건물을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당시의 생활 방식과 상업 구조를 재현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이곳에서 맛보는 나고야의 음식은 단순한 미식이 아니다. 된장을 베이스로 한 미소카츠의 진한 풍미, 장어를 세 번 다른 방식으로 즐기는 히쓰마부시의 섬세함은 이 지역의 기후와 생활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음식은 결국 그 땅의 역사다. △ 길 위에서 바뀌는 풍경, 다카야마로 나고야를 이야기할 때 도요타를 빼놓을 수 없다. 이 기업은 단순한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일본 제조업의 상징이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이 산업 도시가 점차 ‘문화의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고야역 일대의 재개발, 복합 상업시설의 확장, 그리고 전시와 공연 콘텐츠의 증가가 도시의 결을 바꾸고 있다. 이 변화는 겉으로는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천천히, 그리고 분명하게 도시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있다.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도시의 깊이는 드러난다. 나고야를 떠나 북쪽으로 향하면, 도시의 리듬은 점차 느려진다. 고속도로는 산길로 이어지고, 시야에는 콘크리트 대신 숲과 강이 들어온다. 그 끝에서 만나는 도시가 다카야마다. 히다 지방의 중심인 이곳은 ‘작은 교토’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담백하고 생활에 가까운 전통을 품고 있다. 다카야마의 핵심은 산마치 거리다. 에도 시대 상인들이 살던 이 거리는 지금도 거의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다. 나무로 짜인 격자창, 낮게 드리운 처마, 그리고 길게 이어지는 골목은 시간을 느리게 만든다. 이곳에서는 걷는 속도조차 달라진다. 거리에는 사케 양조장이 여럿 자리 잡고 있다. 그중 하라다 사케 양조장은 오랜 전통을 이어온 곳으로,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지역의 물과 기후가 만들어낸 술을 맛볼 수 있다. 사케의 향은 단순한 음료의 향이 아니다. 그것은 이 지역의 자연과 시간이 응축된 결과다. 다카야마의 아침은 미야가와 아침시장에서 시작된다. 강변을 따라 늘어선 노점에는 제철 채소와 수공예품, 그리고 따뜻한 먹거리가 놓인다. 이곳에서는 관광객과 주민의 경계가 흐려진다.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보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나누는 짧은 대화와 미소다. 여행이 아니라, 잠시 다른 삶에 섞여드는 경험에 가깝다. △ 더 깊은 산으로, 시라카와고로 향하다 다카야마에서 다시 길을 이어가면, 산은 더욱 깊어지고 계곡은 좁아진다. 그리고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는 곳이 시라카와고다. 이 마을은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으로 유명한 곳이 아니다. 유네스코가 이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이유는, 자연과 인간이 공존해온 방식 때문이다. 시라카와고의 상징은 갓쇼즈쿠리 가옥이다. 손을 모은 듯한 급경사의 지붕은 최대 3m에 달하는 눈을 견디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구조는 단순한 건축 기술이 아니다. 자연을 극복하려 하기보다, 자연에 맞춰 살아가는 방식의 결과다. 마을을 내려다볼 수 있는 오기마치 성터 전망대에 서면, 이 사실이 더욱 분명해진다. 논에 비친 지붕, 산을 감싸는 구름, 그리고 그 사이에서 이어지는 삶의 흔적이 하나의 풍경으로 완성된다. 마을 안쪽에 자리한 와다 가옥은 시라카와고의 생활사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이다. 넓은 내부에는 농기구와 생활 도구가 전시돼 있고, 2층에는 양잠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곳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한 시대의 경제와 삶이 응축된 공간이다. 시라카와하치만 신사는 이 마을의 또 다른 중심이다. 이곳에서는 매년 도부로쿠 마쓰리가 열리고, 지역 주민들은 전통을 이어간다. 동시에 이 신사는 애니메이션 쓰르라미 울 적에의 배경이 되며 젊은 여행자들의 발걸음을 이끈다. 전통과 현대가 충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겹쳐지는 장면이다. 시라카와고의 풍경은 완벽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현실적인 고민이 존재한다. 억새 지붕은 20~30년에 한 번씩 교체해야 하며, 이는 많은 인력과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다. 그러나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그 전통을 유지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세계유산이라는 이름이 보호막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부담이 되기도 한다. △ 세 개의 시간, 하나의 여행 나고야, 다카야마, 시라카와고. 이 세 곳은 각각 다른 시간을 살아간다. 나고야는 현재를 향해 나아가는 도시이고, 다카야마는 과거를 간직한 도시이며, 시라카와고는 자연과 함께 축적된 시간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이 세 곳을 잇는 여행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다. 일본이라는 나라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하나의 서사다. 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여행은 더 많이 보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이 느끼는 것이라는 사실을. 나고야의 속도, 다카야마의 결, 시라카와고의 고요함.그 세 가지가 겹쳐지는 순간, 여행은 비로소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된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쉽게 잊히지 않는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6-05-11

'가정의 달 5월' 경북 곳곳 축제 '풍성'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경북도 곳곳에서 다양한 축제들이 열린다. 영주시 순흥면 선비 세상 일대에서는 경북도 지정 유망축제인 ‘2026 영주 한국 선비문화축제’가 5일까지 개최된다. 소수서원과 선비 세상 등 영주의 문화관광 자원을 바탕으로 마련된 이번 축제에서는 영주향교 문화공연, 토크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되는 최태성 강사의 선비 아카데미, 선비 연희 등 전통 선비문화를 보고 배울 수 있다. 어린이날을 맞아 어린이 선비학교, 선비 소풍, 어린이 장원급제 등 영유아 동반 가정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형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영양군 읍내에서는 7~10일까지 ‘영양 산나물 축제’가 열린다. ‘별이 빛나는 밤에’ 콘서트와 1천219인분 비빔밥 만들기, 산나물 음악 축제 등이 펼쳐질 예정이다. 성주에서는 14~ 17일까지는 성주군 성밖숲 일대에 ‘성주 참외 & 생명 문화축제’가 열린다. 프로그램으로는 태봉안 행차 재현, 낙화놀이, 별 뫼 줄다리기 등을 볼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명예 문화관광축제인 ‘2026 문경찻사발축제’는 올해로 28회째로 오는 10일까지 문경새재 오픈세트장 일대에서 열린다. 축제에서는 찻사발 공모 대전, 도자 명품전, 국제작가교류전, 찻사발 빚기, 가족 도예 체험 등 체험 행사를 선보인다. 어린이날 당일에는 마술공연과 EBS 뮤지컬 ‘한글 용사 아이야’ 등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콘텐츠도 함께 운영된다. 황명석 경북도지사 권한대행은 “축제로 관광객 유입이 확대되고 지역 관광 소득 증대로 이어지도록 지역 고유의 역사와 문화 자원을 적극 알리고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6-05-11

안동 구미 등 여행하는 청소년 문화관광 체험여행 참가자 모집

한국관광공사(사장 박성혁)는 청소년 문화관광 체험여행과 관광취약계층 나눔여행에 참여할 기관 및 참가자를 오는 31일까지 모집한다. 이번 여행은 여행 기회가 부족한 청소년 및 장애인, 고령자 등에게 관광을 통한 성장과 휴식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여행은 6~ 11월까지 전국 단위로 운영되며, 청소년 4000 명과 장애인·고령자 등 800여 명을 포함해 총 4800여 명 규모다. 선정 기관 및 참가자에게는 교통, 식사, 숙박, 입장료, 체험비, 여행자보험 등 일체가 포함된 여행이 무상으로 제공된다. 청소년 문화관광 체험여행 ‘마음에는 쉼표, 꿈에는 느낌표’의 참가 대상은 방과후아카데미, 지역아동센터, 자립준비청년 지원기관,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시설 등이다. 공사는 전국 각지에서 출발하는 당일형 및 체류형 17개 코스를 마련했다. 참가 청소년들은 에듀·레저·힐링을 테마로 경주, 부여, 파주, 여수 등 다채로운 지역여행을 즐길 수 있다. 나눔여행 ‘함께 가는 여행, 함께 누리는 행복, 동행동행(同行同幸)’은 장애인, 고령자, 영유아 동반가족 등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참가자들은 전국 열린관광지를 거점삼아 1박 2일로 장애 유형별 맞춤 코스를 여행하며, 신규 열린관광지를 점검하는 ‘소비자 평가단’ 역할도 수행한다. 모든 일정에는 전문 인솔자가 동행해 안전한 여행 환경을 제공할 예정이다. 자세한 사항은 열린관광 모두의 여행 누리집(access.visitkorea.or.kr)에서 확인하면 된다. 문지영 한국관광공사 열린관광콘텐츠팀장은 “지난달 열린여행주간 나눔여행은 20: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관심이 뜨거웠다“라며, ”지난해 참여한 청소년 대상 조사에 따르면 단 하루의 여행만으로도 행복감이 확연히 높아졌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올해는 참가 대상과 코스를 대폭 확대해 여행 사각지대에 있는 5천여 명의 국민에게 선물 같은 경험을 제공하겠다”라고 밝혔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6-05-11

공간과 디자인의 매혹적인 결합…건축여행 떠나보자

“건축이 곧 여행이 되는” 장소가 있다. 풍경을 배경으로 서 있는 건물이 아니라, 그 자체로 목적지가 되는 곳들이다. 유리와 콘크리트, 나무와 빛이 빚어낸 공간은 때로는 도시의 시간을 압축하고, 때로는 자연과 인간의 거리를 다시 묻는다. 익숙한 여행 코스를 벗어나 건축을 따라 걷는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공간과 디자인의 매혹적인 결합이 새로운 여행의 경험을 하게 할 것이다. △ 공간이 말을 거는 순간, 뮤지엄 산 강원도 원주, 산자락 깊숙이 자리 잡은 ‘뮤지엄 산’은 예술품을 전시하는 공간이다. 전국에 수없이 많은 것이 미술관, 박물관이지만 뮤지엄 산은 건물부터 예사롭지 않다. 세계적인 건축 거장 안도 다다오의 작품이다. 안도 다다오는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일본 건축가다. 트럭 운전사와 복싱 선수 출신으로, 건축 교육을 받은 적이 없지만 일본의 ‘빛의 교회’와 ‘물의 교회’, 포트워스 근대미술관, 지추(地中)미술관 등을 만들었다. 국내에도 2008년 완공된 제주 휘닉스아일랜드의 글라스하우스와 유민미술관을 비롯해 본태박물관 등 그의 작품이 적지 않다. 뮤지엄 산은 그중에서도 백미로 꼽힌다. 8년에 걸쳐 지어진 뮤지엄 산은 노출 콘크리트, 높은 천장과 자연채광 등 안도 다다오의 특징(signature)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다. 뮤지엄 산에는 모두 네 개의 정원이 있다. 박물관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정원이 플라워가든이다. 이름 그대로 80만 포기의 붉은 패랭이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패랭이꽃밭 위에는 미국 조각가 마크 디 수베로가 1995년에 제작한 작품이 세워져 있다. 붉은색의 역동적인 조각상은 풍향계처럼 바람이 불면 윗부분이 움직인다. 플라워가든과 워터가든 사이를 잇는 것은 자작나무 숲이다. 360여 그루의 자작나무가 도열하듯 서서 관람객을 맞는다. 자작나무 숲 너머로 앤서니 카로 등 세계적인 조각가들의 작품이 전시된 조각정원이 보인다. 워터가든은 안도 다다오 건축의 특징인 물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곳이다. 연못 가운데 난 길 위로 마치 박물관의 정문 같은 거대한 붉은 조각품이 보인다. 알렉산더 리버만의 1998년 작품 아치웨이(Archway)다. 비스듬히 절단한 붉은 원기둥이 연못에서 얼기설기 솟아나 아치를 이룬다. 콘크리트 노출 벽과 자연광, 물과 하늘이 교차하는 이곳은 ‘전시를 보기 위해’ 방문하는 미술관이라기보다 ‘공간을 경험하기 위해’ 찾는 장소에 가깝다. 입구에서부터 이어지는 긴 동선은 일부러 불편하게 설계되어 있다. 걷고, 멈추고, 다시 걷는 사이 관람객은 자연스럽게 주변 풍경과 자기 내면을 동시에 마주하게 된다. 특히 명상관에 들어서는 순간, 외부의 소음은 완전히 차단되고 오직 빛과 침묵만이 남는다. 건축이 사람의 감각을 어떻게 재편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 바다 위에 세운 상상력, 스페이스워크 포항시 북구 환호공원에 있는 스페이스워크는 2021년 11월 19일 개장했다. 포스코가 2년7개월에 걸쳐 제작한 뒤 포항시에 기부한 스페이스 워크는 사람들이 작품 위를 직접 걸으면서 포항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체험형 예술작품이다. 변화무쌍한 곡선의 부드러움과 웅장한 자태가 돋보인다. 총 길이 333m, 최고 높이 25m에 이르는 스페이스 워크를 만들기 위해 317t의 철강재가 사용됐다. 설치 장소가 해안가임을 감안해 부식에 강한 프리미엄 스테인리스 강재를 썼다고 한다. 스페이스 워크는 지상에서 올려다보면 거대한 롤러코스터처럼 보인다. 철 구조물 트랙을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기니 울창한 숲과 포항시립미술관이 있는 환호공원, 오밀조밀 모여 있는 포항 도심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다 쪽 계단을 걸을 때는 영일만 바다 위를 유영하는 기분이 든다. 스페이스 워크를 걷다 보면 마치 무중력 상태의 우주를 유영하거나, 구름 위를 걷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소 겁이 날 수 있다. 트랙 위에 올라서니 바닥이 까마득하다. 조형물이 살짝 흔들리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출입구가 한 곳뿐이어서 오가는 방문객들의 동선이 겹친다. 이 때문에 올라가는 사람과 내려가는 사람이 자주 마주치는 것은 다소 아쉽다. 안전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법정 기준 이상의 풍속과 규모 6.5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동시 수용 인원을 250명 이내로 제한해 인원 초과 땐 출입 차단 장치가 자동으로 작동하도록 했다. 스페이스 워크는 독일 뒤스부르크 앵거공원에 있는 롤러코스터 형태의 세계적인 조형물 ‘타이거 앤드 터틀 - 매직 마운틴(Tiger & Turtle - Magic Mountain)’을 본떠 만들었다. 원조 격인 독일 조형물(높이 18m, 총길이 220m)보다 규모는 더 크다. 독일의 원조 조형물을 만든 세계적인 건축가 겸 설치미술가 하이케 무터·울리히 겐츠 부부가 스페이스 워크를 직접 만들었다.. 작가 부부는 포항을 세 차례나 방문해 이 지역을 이해한 뒤 포항만의 문화와 시민들의 특성을 해석한 8개의 디자인을 제안했다고 한다. 국내 조형·건축·미술 전문가와 포항시, 포스코 관계자로 구성된 자문위원단, 시민위원회가 최종 디자인을 결정했다. 스페이스 워크는 밤에 더 아름답다. 영일만 일몰이 바닷속으로 사라진 뒤 모든 관람객이 스페이스 워크에서 내려오자 눈부신 조명이 들어왔다. 스페이스 워크는 마치 하늘에 떠 있는 우주선처럼 영롱한 빛을 내뿜었다. 스페이스 워크 건너편 포스코 산업단지에서 뿜어내는 형형색색의 불빛과 함께 눈부신 빛의 오케스트라가 고요한 연주를 시작했다. △ 산업의 흔적이 문화가 될 때, 문화비축기지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맞은편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거대한 원형 구조물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이 낯선 풍경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게 된다. 산업시설인가, 예술공간인가. 정답은 그 사이 어딘가다. 문화비축기지는 본래 ‘마포석유비축기지’였다. 1973년 오일 쇼크 이후, 국가 비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조성된 시설이다. 아파트 5층 높이에 달하는 거대한 탱크 다섯 기(T1~T5)에 약 7000만 리터의 석유를 저장했다. 말 그대로 도시 한복판의 ‘에너지 저장고’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역할은 사라졌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둔 2000년, 안전 문제와 도시 재정비 계획에 따라 시설은 폐쇄됐다. 철거가 유력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다른 선택을 했다. 없애는 대신, 남기는 길. 그리고 그 위에 새로운 시간을 쌓기로 했다. 현재의 문화비축기지는 과거의 구조를 최대한 유지한 채, 기능만을 바꿔 재탄생한 사례다. 탱크 하나하나가 각각 다른 성격의 공간으로 변모했다. T1은 전시장으로, T2는 야외 공연장으로, T3는 내부를 비워 원형 그대로 보존된 공간으로 활용된다. 특히 T3에 들어서면 철제 구조물이 만들어내는 울림과 빛의 반사가 독특한 공간감을 형성한다. 이곳은 어떤 전시보다도 ‘공간 자체’가 가장 강력한 콘텐츠다. 눈길을 끄는 건 T6, 커뮤니티센터다. 이 건물은 기존 탱크를 해체하며 나온 철판을 다시 활용해 지었다. 녹슨 철판이 외벽을 감싸고 있는 독특한 외관은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드러낸다. 낡음이 오히려 디자인이 되는 순간이다. 원형 탱크 구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내부를 비워내고, 새로운 기능을 덧입혔다. 철제 구조물의 거친 질감과 현대적 설계가 공존하는 풍경은 과거와 현재가 충돌하는 듯한 묘한 긴장감을 만든다. 건축은 철거가 아닌 ‘재해석’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곳은 말없이 증명한다. 이곳은 카페, 생태도서관, 시민 커뮤니티 공간으로 운영된다. 과거 에너지를 저장하던 장소가 이제는 사람과 이야기, 문화의 에너지를 축적하는 공간으로 바뀐 셈이다.문화비축기지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재활용 건축’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곳은 도시의 기억을 지우지 않고 보존하는 방식에 대한 하나의 답이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6-04-27

경북 안동 월영교체 등 서체로 만나는 '로컬여행'

경북 안동의 월영교체등 다양한 서체들이 지역의 풍경과 삶이 담긴 문장으로 되살아나 관람객들을 찾는다. 한국관광공사(사장 박성혁)는 오는 6월 21일까지 서울 중구 하이커그라운드 4층에서 지역 서체와 관광을 결합한 기획전시 ‘텍스트힙(Text-Hip) X 로컬여행’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텍스트힙’과 필사 트렌드를 지역 관광과 접목해, 관람객이 지역 서체를 읽고 쓰며 해당 지역의 매력을 간접 체험하도록 기획됐다. 전시는 각 지역의 풍경·사람·특산물을 담은 7개 구역으로 이뤄졌다. 관람객은 스탬프·엽서·필사 체험을 통해 나만의 ‘수집 노트’를 완성하는 여정을 경험하게 된다. 전시장에서는 강원 속초 ‘바다 바탕체’, 경북 안동 ‘월영교체’ 등 전국 109종의 지역 서체를 한자리에서 만나, 지역의 풍경과 사람들의 삶이 담긴 문장을 직접 읽고 쓰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이하정 펜화일러스트와 협업한 펜화 드로잉 엽서 작성, 멀티스탬프 체험,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한글 타투 체험 등 다양한 체험형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공사는 한국 관광의 감성과 하이커그라운드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반영해 개발한 전용 서체 ‘하이커 폰트’도 이번 전시를 통해 최초로 공개한다. 관람객은 전시장에서 하이커 폰트를 활용한 필사 체험을 직접 해볼 수 있다. 아울러, 전시에서 선보이는 지역 서체와 하이커 폰트는 전시장 내 QR코드를 통해 누구나 무료로 활용할 수 있다. 윤성욱 한국관광공사 관광홍보관운영팀장은 “관람객들이 활자를 통해 지역을 새롭게 발견하고, 실제 로컬여행으로 발걸음을 잇는 특별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6-04-27

에어비앤비, K-컬처 기반 '코르티스 서울 비밀공간' 선보여

글로벌 숙박·체험 플랫폼 에어비앤비가 K-컬처 기반 팬 경험을 앞세운 새로운 형태의 여행 콘텐츠를 서울에서 선보인다. 글로벌 크리에이터 크루 코르티스와 협업한 ‘코르티스의 서울 비밀공간’ 프로젝트다. 음악 세계관을 오프라인 체험으로 확장해 팬과 여행자를 동시에 겨냥한 점이 특징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코르티스 미니 2집 ‘GREENGREEN’ 발매를 기념해 기획됐다. 타이틀곡 REDRED를 중심으로 한 ‘Green vs. Red’ 콘셉트를 공간 전반에 구현하고, 팬 참여형 프로그램을 통해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기존 공연이나 팬미팅과 달리 체험·숙박·팝업을 결합한 ‘복합형 여행 콘텐츠’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프로그램은 세 가지 방식으로 운영된다. 먼저 오는 28일 진행되는 ‘에어비앤비 오리지널 체험’은 최대 30명을 대상으로 한다. 참가자들은 코르티스 멤버들과 직접 만나 블록 쌓기 게임, 페인트 존, UV 단서 찾기, 메일룸 빙고 등 인터랙티브 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공간 곳곳을 이동하며 한정 키캡과 기념품을 수집하는 방식으로, 자기 표현과 탐색을 결합한 참여형 구조다. 숙박형 프로그램은 29일부터 1박 일정으로 진행된다. 단 1팀(2명)만 참여할 수 있으며, 체험 공간을 단독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모든 콘텐츠를 자율적으로 경험할 수 있지만 아티스트와의 직접 만남은 포함되지 않는다. 대신 체험 기념품과 별도 굿즈가 제공된다. 일반 방문객을 위한 팝업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5월 1일부터 7일까지 운영되며, 1,000명 이상이 참여 가능한 대규모 공간 공개 형태다. 사전 예약을 통해 입장할 수 있으며, 아티스트 참여 프로그램은 제외된다. 체험 및 숙박 예약은 4월 21일 오후 12시부터, 팝업 예약은 4월 23일 오후 12시부터 각각 전용 페이지에서 진행된다. 모든 프로그램은 선착순 방식으로 운영되며 교통과 숙박은 별도로 제공되지 않는다. 이번 프로젝트는 K-컬처가 글로벌 여행 수요를 견인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에어비앤비에 따르면 한국을 방문했거나 방문을 계획 중인 여행객의 94%가 K-컬처가 여행 관심에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업을 단순 이벤트를 넘어 ‘체험형 관광의 진화’로 평가한다. 콘텐츠 IP와 공간, 팬덤을 결합한 이번 시도는 향후 관광 산업이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6-04-27

정호영·김성운 국내 유명 셰프들 바다로 간다

정호영, 김성운 국내 유명 셰프들이 바다로 간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이하 공사)는 해양수산부와 함께 오는 5월 한 달간 해양관광 활성화 캠페인 ‘바다가는 달’을 추진한다. 지난해 지역 고유의 해양 관광자원을 활성화하기 위해 처음 선보인 바다가는 달 캠페인은 올해 ‘5월은 바다가는 달, 파도 파도 색다른’이라는 슬로건 아래 한층 다채로워졌다. 국민들이 연안 지역에 오래 머물며 바다와 지역의 매력을 깊이 즐길 수 있도록 체류형 혜택을 대폭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먼저, 공사는 특별한 미식 경험을 선사하는 1박 2일 이벤트 ‘셰프의 바다 밥상’을 선보인다. 이번 행사는 정호영 셰프와 함께하는 동해안(5.9~10), 김성운 셰프가 동행하는 서해안(5.30~31) 여행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참가자들은 셰프가 안내하는 현지 수산시장 투어, 제철 해산물 만찬, 아침 맛집 방문까지 깊이 있는 지역 식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참가 신청은 캠페인 공식 누리집에서 가능하며, 회차별 25명씩 선발한다. 아울러, 공사는 각 연안 지역의 특색을 살린 32개의 특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군산 섬 트레킹, 울진 바닷가 음악회 등 레저, 치유, 미식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테마 상품으로 우리 바다의 매력을 알린다. 5월 한 달간 바다 여행 경험 공유 SNS 이벤트, 안전한 바다 여행 퀴즈 등 다양한 참여형 이벤트도 함께 이어진다. 지난 15일부터는 알뜰한 바다여행을 돕는 해양관광 상품 할인전도 진행 중이다. 연안 지역 숙박 시 최대 3만 원 할인, 연박 시에는 최대 5만 원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해양 레저 체험과 관광 패키지 상품도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자세한 캠페인 내용은 공식 누리집(바다가는달.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6-04-27

‘고양이 같은 봄’, 봄향취 따라 여행을 떠나자

어느새 봄의 중턱이다. 한반도 전체가 봄에 취해있다. 봄은 고양이라고 말한 어느 소설가의 말은 봄의 본질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꿰뚫어 보고 있는 듯하다. 나른하면서도 앙큼하고 고양이의 털처럼 부드럽다. 서울에서 제주까지 봄의 향취가 남아 있는 곳을 따라 봄여행을 떠나보자. 봄은 짧으니까. △ 한국적인 궁궐의 매혹 창덕궁의 봄 창덕궁이 가장 아름다운 시기다. 낙선재 일원에 활짝 핀 홍매화는 궁궐안을 환하게 만들었다. 어느새 붉은 빛 매화가 눈처럼 떨어지고 있다. 요즘 세간에 화제가 된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단종이 즉위한 곳이 바로 창덕궁이다. 창덕궁은 인위적으로 땅을 고르지 않고 산자락의 굴곡을 그대로 살려지은 궁궐답게 이곳의 꼿들은 마치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듯 자연스럽다. 지붕의 유려한 곡선과 단청의 오방색이 꽃의 색과 어우러질때 이곳이 왜 가장 한국적인 궁궐이라 불리는지 깨닫게 된다. 창덕궁 깊은 곳 성정각 앞뜰에 홍매화 고목이 있다. 홍매화는 매화나무에 피는 장미과의 갈잎 나무로 분홍의 색을 띠는 것을 홍매화라 부른다. 무려 400년의 수령을 자랑하는 성정각 자시문 앞 홍매화는 선조때 명나라 사신이 보내온 성정매로 추위로 인해 일부가 고사하여 수령에 비해 크기는 작은 편이다. 그러나 여러 겹의 홍매가 흐드러지게 피어난 모습은 기품있고 우아하다. 봄이 되면 궁궐 전각과 후원에 매화 뿐만 아니라 다양한 꽃들이 자태를 뽐내며 화사게 피어난다. 이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우면 조선 후기 4대 문장작 중 한명인 월사 이정귀는 “이렇게 기품있는 매화는 처음본다”고 감탄했다. △ 순후한 봄의 향기 순천 낙안읍성 순천은 느리고 고요하다. 황토색 얼굴을 하고 있는 순천의 봄은 마치 고양이처럼 수시로 오묘하게 바뀌어 간다. 순천만의 장엄한 일몰을 보고 낙안읍성에서 지나간 세월을 복기하고 있으면 시간은 늘어진 그림자처럼 넉넉하고 순후한 미소를 짓곤 한다. 전국에 민속마을이 여러 곳이 있지만 낙안읍성은 다른 어떤 지역보다 정감이 간다. 용인,제주민속마을 같이 전시용이나 안동하회마을과 같이 양반마을도 아닌 그저 대다수의 우리 서민들이 살아왔던 옛 그대로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낙안읍성을 관람하는 방법은 출입문을 통해 직진하면서 사이사이로 보여지는 다양한 풍물들을 감상하는 것도 있고 성곽에 올라서서 길을 따라 한 바퀴 둘러보며 전체 모습을 한 눈에 조망하는 방법도 있다. 낙안읍성은 순후하다. 초가지붕으로 이어져 있어 자칫 초라해 보일 수도 있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라졌던 마을의 모습들을 보면 마치 타임슬립 하여 과거로 돌아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낙안읍성은 조선 인조 4년에 임경업 장군에 의해서 석성으로 중수되었다. 본래 낙안읍성은 조선 태조 6년 왜구의 침입이 극성을 부리자 토성을 쌓았던 것이 시작점이었다. 남부지방 특유의 주거양식인 툇마루와 부엌 토방 그리고 장독대까지 서민들의 체취가 고스란히 묻어 있어 마치 고향마을에 온 듯한 푸근함을 느낄 수 있다. △ 지리산의 봄 이원규 시인은 지리산을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마음을 지닌 곳”이라고 표현했다. 지리산은 우리 역사의 희로애락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리산의 수많은 능선과 계곡 소와 담을 품고 있지만 그중 백미로 치는 곳은 단연 전북 남원의 뱀사골이다. 빽빽하게 들어선 원시림 속에 유유하게 흘러내리는 물줄기, 구절양장 같은 계곡에 짙푸른 녹음으로 물들여진 골짜기들은 마치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답다. 비단 자연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뱀사골은 품고 있는 얘기 또한 풍성하다. 뱀사골은 이름 그대로 ‘뱀이 죽은 골짜기’라는 뜻이다. 1300여년 전 송림사라는 절에 해마다 칠석날이면 스님이 신선이 된다며 산에 들어가 돌아오지 않았다. 한 고승이 이를 이상하게 여겨서 주변 사람에게 알아보니 신선이 되는 것이 아니라 뱀사골에 살고 있던 거대한 이무기에게 산 채로 제물이 됐던 것이다. 고승은 그해에 제물로 뽑힌 스님의 옷에 독을 묻혀 산으로 올려보냈다. 다음날 선인대에 올라가 보니 이무기가 승려를 삼키지 못하고 죽어 있었다. 이후 이무기가 죽은 골짜기라는 뜻의 뱀사골이 됐다는 것이다. 뱀사골 들머리 마을은 뱀에게 잡아 먹혀서 온전하게 신선이 되지 못하고 반만 신선이 됐다 하여 반선(半仙)마을이라 불리게 됐다고 한다. 뱀사골이어서 그런지 이 지역의 소나 계곡은 뱀과 관련된 명칭이 많다. 이무기가 용이 돼 하늘로 오르다 떨어진 자리가 움푹 파이며 소가 되었다는 탁용소나 뱀이 꿈틀거리는 모양의 뱀소가 그것이다. 계곡을 지나면 다시 소가 이어진다. 어머니처럼 살포시 안아주는 지리산을 떠나기에는 이미 산에 너무 길들여 있기 때문이다. 길을 따라 나서려는 지리산이 누군가를 호명하는 듯하다. 돌아서 계곡을 보니 흐르는 물과 산뿐이다. 그림자 지는 길을 따라 산을 내려오면 지리산이 토닥거리며 정겹게 등을 두드려 주는 것만 같다. △ 제주의 진짜 얼굴 용연의 황홀한 풍경 제주의 물빛은 늘 바다에서 완성된다고 믿기 쉽다. 그러나 그 시작은, 의외로 고요한 계곡의 숨결 속에 있다. 용연은 바로 그 경계에 선 장소다. 산등성이에서 흘러온 맑은 물이 바다와 조용히 악수하는 자리, 민물과 바닷물이 뒤섞이며 만들어내는 색감은 이름 그대로 ‘용이 머무는 연못’이라는 상상을 자연스럽게 불러낸다. 낮의 용연은 투명하다. 에메랄드빛 물 위로 숲의 그림자가 번지고, 물길을 가로지르는 용연구름다리는 붉은 정자와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완성한다. 바람이 스치면 나무는 흔들리고, 물은 그 흔들림을 고스란히 받아 적는다. 이곳이 예부터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던 자리였다는 기록은 과장이 아니다. 자연이 이미 완벽한 무대를 마련해 두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용연의 진짜 얼굴은 해가 지고 나서 드러난다. 다리에 불이 켜지면, 공간은 갑자기 현실에서 한 발짝 물러선다. 물 위에 비친 형형색색의 빛은 잔잔한 호수와 겹쳐지며 몽환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제주 올레 17코스를 걷는 여행자들이 이곳에서 발걸음을 늦추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걷는다는 행위가 ‘머무는 시간’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이 풍경 뒤에는 오래된 이야기가 흐른다. 가뭄이 극심하던 시절, 한 심방의 기우제가 이곳에서 펼쳐졌다는 전설이다. 쉰 자에 이르는 짚 용을 만들어 물에 담그고, 일주일 동안 하늘에 비를 청했다는 이야기. 끝내 절망 속에서 신들을 돌려보내려던 순간, 사라봉 위로 작은 구름 하나가 피어올랐고, 곧 하늘이 무너지듯 비가 쏟아졌다고 전한다. 그날 이후 사람들은 이곳을 단순한 계곡이 아니라 ‘응답하는 장소’로 기억하기 시작했다. 용연에서 차로 10분 남짓이면 용두암과 관덕정에 닿는다. 하나는 용이 바다를 향해 고개를 든 형상이고, 다른 하나는 제주의 시간을 가장 오래 붙잡고 있는 건축물이다. 이 세 장소를 잇고 나면, 여행자는 비로소 제주를 ‘보았다’기보다 ‘읽었다’는 감각에 가까워진다. 최근 제주가 내놓은 디지털 관광 멤버십 ‘나우다’는 이런 공간을 조금 더 가볍게 접근하게 만든다. NFT 기반 관광증 하나로 공영 관광지 27곳을 무료 혹은 반값에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행의 문턱을 낮추는 시도다. 그러나 용연만큼은 가격의 문제가 아니다. 이곳은 입장료보다 ‘시간’을 내야 하는 장소다. 바닷바람이 조금 잦아드는 저녁, 구름다리 위에 서서 물을 내려다보라. 그 순간, 제주라는 섬이 왜 수많은 이야기와 전설을 품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용이 실재로 존재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지금도 이곳에 서면 누구나 한 번쯤 그 존재를 믿게 된다는 사실이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6-04-20

코레일관광개발, 기차여행에 ‘K리그 직관’까지

코레일관광개발(대표이사 직무대행 이우현)이 한국관광공사(사장 박성혁), 한국프로축구연맹(총재 권오갑)과 손잡고, K리그 경기 관람과 기차 여행을 결합한 ‘K리그 연계 지역관광 활성화 시범 사업(K리그 트립데이)’ 상품을 15일부터 본격 출시한다. 이번 시범 사업은 지난해 ‘2025년 여행가는 가을’ 캠페인의 일환으로 한국관광공사와 공동으로 기획했던 ‘스포츠(축구)열차 in 울산’ 연계 기차 여행 상품이 축구팬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은 데 힘입어, 그 규모와 대상을 확대하여 운영하게 되었다. 상품은 스포츠 관람과 지역관광을 동시에 즐기려는 팬들의 수요를 반영하여, ‘열차 + 지역관광 + 축구 관람’을 원스톱으로 연계했다. 목표 고객층을 세분화하여 △원정 팬 대상 ‘단체 풀 패키지(당일)’ △홈팬 대상 세미패키지(당일 및 1박 2일)‘ 두 가지 트랙으로 나뉘며, 내달 2일(화) 울산 HD FC 경기를 시작으로 총 12회에 걸쳐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원정 팬 대상 ‘단체 풀 패키지’는 수도권 팬들이 전용 열차를 타고 원정 응원을 떠나는 콘셉트다. 열차+연계교통+전문가이드 구성을 통해 축구와 지역관광을 동시에 즐길 수 있으며, 참여 고객 대상으로 특별한 이벤트도 제공될 예정이다. 홈팬 맞춤형 ‘세미패키지(자유여행)’는 왕복 열차표와 경기 좌석은 물론, 평소 경험하기 힘든 구단 밀착형 혜택을 담았다. △경기 전 선수단과 직접 만나는 ‘하이 파이브 이벤트’ △스타디움 투어 △구단 역사박물관 관람 등 각 지역 구단의 특색을 살린 이벤트가 포함된 실속형 상품이다. 경기 전후로는 지역 명소를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어 스포츠 투어의 묘미를 더한다. 이우현 코레일관광개발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지난해 울산 상품의 운영경험을 바탕으로, K리그의 뜨거운 열기를 열차 안으로 옮겨와 팬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하고자 한다”라며, “이번 시범 사업을 시작으로 스포츠와 철도를 결합한 새로운 관광 모델을 정착시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라고 밝혔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6-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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