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의료보험에 대한 법 제정을 놓고 찬반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민간보험사 쪽은 또 다른 통제라며 반대하고, 시민단체 등은 공보험인 건강보험을 강화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찬성한다.

우리나라에서 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과의 상관관계가 공론화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려면 국민의료비 지출의 적정성과 효율성을 위해 민간의료보험과의 관계 정립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에서 암에 대해 보장성을 높이면 민간의료보험의 암 상품 구매는 줄어드는 것.

그런데 양측의 경계가 모호하면 소비자들은 이중삼중의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할 수밖에 없다. 서구유럽 국가들은 물론, 일본과 대만도 공 보험에서 지급하는 진료비의 비중이 전체 진료비의 80%를 넘는 등 이들 국가들은 민간의료보험에 대한 엄격한 통제시스템을 갖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공 보험이 보장해 주는 필수의료에 대해서는 민간의료보험이 허용되지 않는다.

공 보험의 본인부담금을 보상해 주는 보험 상품은 판매가 불가능한 것이 대표적 일례이다. 이는 공 보험을 철저히 보호하고, 국민의료비의 과도한 지출을 막기 위해서이다.

미국은 선진 국가 중 유일하게 공보험이 없는 나라로 민간의료보험에 의존하고 있다. 그에 따른 보험료와 의료비 지출은 상상을 초월한다. 국내총생산의 15%가 넘는 7천억 달러를 의료비로 지출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미국도 민간의료보험에 대하여 상품표준화, 가입차별금지, 지급율 하한선 규제 등 엄격한 규정을 적용하고 있는 현실이다.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전체 진료비 중에서 건강보험이 지급하는 진료비 비중은 60%대에 머물고 있어 OECD국가 중 멕시코 다음으로 환자부담율이 높은 반면 민간의료보험시장은 연 10조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건강보험 재정 22조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이다.

민간의료보험이 과거 건강보험의 낮은 보장성을 보완해 왔다는 긍정적인 면에도 불구하고, 무규제에 가까운 혜택과 높은 보험료 수입으로 매년 15%씩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반면에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적었다. 100원의 보험료를 내면 60원만 되돌려 받는 낮은 지급율과 취약한 보장성이 대표적이다.

OECD 발표에 따르면 2004년도 우리나라의 국가총생산 대비 의료비지출은 5.3%에 불과하다. 서구유럽 국가들의 8%내지 9%에 비하면 증가의 여지가 많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나라와 이들 국가와의 차이인 3% 가량의 공백을 공 보험과 민간의료보험 중 어느 쪽으로 치중하느냐에 따라 결과도 크게 달라진다.

그래서 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의 올바른 관계정립이 더 절실한 것이다. 이해 당사자들이 눈앞의 손익에 급급해 극한으로 치달을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서라도 좀 더 긴 안목으로 보아야 하는 이유이다.

/황태진 기자

    황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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