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KCI 대표 김규식

포항에서 라이브 커머스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김규식 대표.
포항에서 라이브 커머스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김규식 대표.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초년생으로 현실의 벽에 좌절하고 ‘내가 뭐하러 공부를 했나’하는 자괴감에 빠지는 나이 20대. 때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고민하기도 하고, 소소한 행복을 맛보며 넌지시 웃음을 보이기도 하는 나이 20대. 그 20대의 나이에 경북 최초의 라이브 커머스(실시간 동영상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방송)를 업으로 하는 회사의 대표인 청년이 있다.

주인공은 1993년생인 김규식(28) 대표. 라이브 커머스와 마케팅, 무역을 주로 하는 ‘KCI’라는 회사의 어엿한 대표다. 현재 직원만 6명이며, 모두 도시에서 포항으로 이주한 청년들이다. 김규식 대표의 이력도 20대 청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화려하다. (재)환동해산업연구원 이사로 선임됐으며, 중국 비즈니스 협회의 이사도 겸하고 있다. 또 칭다오 도시개발구 협회 정회원이기도 하다.

 

포항이주 직원 6명과 라이브 커머스 회사 운영
설머리 물회지구·대구 약령시 청년몰 홍보 등
각종 상품 실시간 동영상 판매, 방송효과 대박
“창업 3년째… 쇼호스트들 中 진출 목표입니다”

 

영천 중소기업 방송.
영천 중소기업 방송.

“처음에는 경상북도의 도시청년시골파견제의 도움을 받아 해삼을 중국에 수출하는 무역업을 했어요. 중국 절강이공대학에 교환학생으로 있으면서 인맥을 만들기도 했고, 코이카 활동을 했던 경험을 살려서 무역업을 했죠. 처음에는 성과가 좋았어요.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다른 분야로 눈을 돌려야 했죠.”

현재 김규식 대표의 라이브 커머스 사업은 확장 추세다. 전문 쇼호스트 20여 명과 팀 계약을 했다. 이 중에 2명은 중국어가 가능한 전문 쇼호스트다. 이번 달에만 포항의 설머리 물회지구와 대구 약령시 청년몰을 홍보하는 라이브 커머스 방송을 진행했다.

“올해 포항 설머리 지구의 횟집 한 곳을 대상으로 라이브 커머스 방송을 했어요. 근데 방송을 시작하고 10분도 안 돼서 480만원 가량의 매출이 일어났어요. 그야말로 센세이션이었죠. 물론 저희도 그만큼 매출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하지만 라이브 커머스의 시장이 커지면서 기대를 뛰어넘었죠. 방송의 효과가 좋았기 때문에, 9월 14일에는 설머리 물회지구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라이브 커머스 방송을 했어요.”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날도 마찬가지였다. 경북 성주에서 올라온 판매자들이 딸기로 만든 제품을 한가득 들고 사무실을 방문했다. 그리고 스튜디오 안에서 방송을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닌가.

“저분들도 도시청년시골파견제로 시작한 분들이세요. 딸기청 등의 제품인데 오늘 라이브 커머스로 판매를 하려고 합니다.”

 

KCI의 우수 기술기업 인증서.
KCI의 우수 기술기업 인증서.

□대구 청년, 포항에서 기지개를 켜다

그렇다면 20대 청년 김규식 씨는 어떻게 해서 포항으로 오게 된 것일까. 사실 김규식 대표는 현재 포항에 큰 연고가 없다.

“사실 어머니와 아버지의 고향이 포항이에요. 하지만 전 대구가 고향이구요. 그런데 아직 대학을 졸업하지는 않았어요. 창업을 할 당시에 한 학기가 남았었지만, 경상북도의 도시청년시골파견제에 지원하면서 휴학을 해야 했죠. 아직도 휴학생 신분이죠.(웃음) 그때 선택한 아이템이 해삼이었어요. 2019년이었죠. 당시에 저희 회사는 무역을 주로 했어요.”

김규식 대표에 따르면, 초창기 해삼 무역은 ‘쏠쏠’했다. 중국의 인맥 덕분인지 주변의 도움도 상당했다. 하지만 갑자기 코로나19가 터지면서 해삼 사업은 타격을 받았다.

“지금도 해삼 무역을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코로나19 이전 만큼은 아니죠. 그때 생각한 것이 경북의 중소기업과 중국의 기업을 연결하는 바이오 매칭 사업을 생각했어요. 생각보다 좋았어요. 작년에는 DGIST의 해외 바이오 매칭 사업을 주관하기도 했고, 경일대학교 산학협력단과 해외전시관 사업을 했어요. 또 포항시 사회적기업협의회의 해외전시관 사업도 주관했구요. 그리고 올해는 무역 플랫폼인 알리바바 닷컴에 입점했죠.”

“사업이 잘되니까 국내 온라인 유통 사업에도 도전을 해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경상북도에는 괜찮은 아이템이 많거든요. 보통 소상공인들과 제조업의 스타트업 기업들은 판로 개척이 제일 힘들잖아요. 그것을 내가 한 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죠. 그리고 열심히 하니까 주변에서 많이 도와도 주셨구요.”

이렇게 김규식 대표의 도전이 성공하면서 그의 회사는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투자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물론 그의 꿈이 크기 때문에 투자 제의는 모두 거절했다고 한다. 현재 직원은 모두 6명이다. 직원들의 고향도 대부분 서울과 대구다. 김규식 대표의 포항 정착이 또 다른 청년의 유입을 가져온 셈이다.

그런데 이러한 김 대표는 욕심이 많다. 사실 생긴 모습만 봤을 때는 순딩이었다. 약간은 통통한 느낌에 아기자기한 부분도 보였다. 다만, 말과 행동에는 자신감이 넘쳐 흘렀다. “저희가 2019년부터 사업을 시작했어요. 그리고 올해는 라이브 커머스 쪽으로 투자도 많이 했구요. 직원들이 대부분 중국어를 할 수 있어요. 최종적으로는 쇼호스트들을 중국에 진출시키는 것이 목표에요. 한국의 제품을 중국어로 중국에 판매를 하는 거죠. ‘왕홍’이라고 한국으로 비유하자면 유튜버 또는 쇼호스트가 있어요. 대형백화점의 경우에는 유명한 왕홍을 초대해서 하루 매출 5천억원을 기록하기도 하거든요. 잘 될 것이라고 봅니다.”
 

포항 소상공인 방송.
포항 소상공인 방송.

□맞춤형 인프라 필요, 청년들이 사업하기 좋은 경북이었으면

그런 그에게 물었다. 평범한 대학 생활을 마치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이 부럽지 않냐고 말이다.

“저는 지금이 정말 좋아요. 만족하고 있죠. 하지만 사업을 하는데 있어 수도권이 인프라가 부럽기는 해요. 포항이 시골은 아니지만, 서울만 가면 제품 생산을 위한 인프라가 정말 좋아요. 지역에서는 제품을 만들기 위한 인프라가 정말 부족하죠. 라이브 커머스도 마찬가지에요. 실제로 저희는 지금도 일산이나 서울에 가서 촬영하는 일이 많아요. 가수 등 유명인들을 초청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죠. 지역에서는 그분들을 모셔오기가 힘들어요. 그분들을 포항에 부르기 위해서는 출연료로만은 안되거든요. 교통비에 숙박비 등등 지출이 많아요.”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김규식 대표의 사무실과 스튜디오를 둘러봤다. 직원들은 라이브 커머스 방송을 위해 알록달록한 소품들을 만들고 있었다. 마치 기성 제품과 같은 퀄리티였지만, “모든 것을 직원들이 직접 제작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다만 스튜디오는 조금 좁아 보였다. 사무실 한 켠에 방송용 조명과 무대를 만들고 작은 카메라를 이용한 방송을 하고 있었다.

다만, 회사가 커지면서 직원 충원을 고민하고 있다는 김규식 대표. 그에게 청년들이 로컬로 부르기 위한 대책을 물었다.

“가장 큰 문제가 대한민국은 너무 획일적이에요. 제조업에 치중된 것이죠. 모두 4차 산업, 6차 산업 등에 한정되어 있어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소비자들이 최소한 한 번은 사용을 해봐야 하잖아요. 그 제품이 퀄리티가 좋은지 좋지 않은지 알려면 말이죠. 그런데 이 제품을 판매를 하지 못해요. 그리고 회사는 도산하죠. 사실 지역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계속 반복되고 있어요. 결국은 판로가 있어야 하죠. 누구든지 사줘야 하는데, 살 사람이 없으면 안되잖아요. 그런데도 한국은 제조업에만 치중하고 있어요.”

그리고 더 충격적인 이야기도 있었다. 바로 김규식 대표의 KCI가 경북 최초의 전자상거래 온라앤 판매 부분 인증기업이라는 사실이었다. 시작한지 만 3년이 안되는 기업인데 말이다.

“경상북도에서 저희가 라이브 커머스 업체로는 처음으로 알고 있어요. 기술평가 인증기업으로는 유일하구요. 저희가 라이스에서 우수기업으로 인증을 받았어요. 경북에서 전자상거래의 온라인 판매 부분에서 인장을 받은 것은 저희가 처음이죠. 이제 사업을 시작한 시간이 3년도 안되는 데 말이죠. 사실 조금더 신경을 써주셨으면 좋겠어요. 정책적으로 말이죠. 저희 같은 기업들이 오래 살아남고 성과를 보이기 위해서는 맞춤형 지원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거든요.”

그래서 물었다. 포항 영일대 해수욕장 주변에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전문적인 촬영장소가 있다면?

“그러면 정말 좋죠. 일산이나 서울에 출장을 갈 일이 많이 줄어들거든요.” /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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