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사회 진단 / 심각해지는 가족 해체 (5)노인자살
노인 10.9% “극단적 생각 해봤다”
연령 높아질수록 자살률도 올라
고령자 경제적·사회적 성취 위해
일자리 사업 추진 등 적극 나서야

청송군은 지난달 주왕산면 상평리 마을회관에서 ‘생명사랑 마을 조성사업 설명회’를 열고 상평리 전 가구에 농약안전보관함을 나눠줬다. 가정불화나 우울증 등으로 농약을 마시고 자살을 시도하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농촌지역 가족해체의 그늘이 짙어지면서 요즘 어느 시·군을 막론하고 노인자살 문제가 심각하다. 얼마 전 경북 북부권에 있는 한 종합병원 관계자로부터 “제초제와 같은 농약을 먹고 자살하려다 우리 병원에 실려 오는 노인들이 한 해 평균 수백 명에 이른다. 세상이 왜 이렇게 절망적으로 변하는지 모르겠다”는 얘기를 듣고 가슴 아팠던 기억이 난다. 그는 “농촌사회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아픈 부모 부양을 둘러싸고 가족 간 불화가 생기는 경우가 많고, 일상생활 속 갈등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노인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고 했다.

노인통계와 관련해 우리나라는 두 가지 부분에서 OECD 국가 중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노인 자살률과 빈곤율(44%·2017년 기준)이다. ‘100세 시대’가 축복이 아닌 지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사망 원인 통계에 따르면, 2019년 전체 자살률(인구 10만 명 중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 수)은 26.9명이다. 연령이 많을수록 자살률은 높아지고 있다. 10대 5.9명, 20대 19.2명, 30대 26.9명, 40대 31명, 50대 33.3명, 60대 33.7명, 70대 46.2명이고, 80대는 67.4명이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노인실태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노인의 자살률이 왜 높은지를 추측해볼 수 있다. 노인의 10.9%가 60세 이후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고, 주된 이유로는 경제적 어려움(40.4%)이었다. 그다음은 건강(24.4%), 외로움(13.3%), 부부·자녀·친구와의 갈등 및 단절(11.5%), 배우자·친구 등의 사망(5.4%) 순이었다. 도시에 살고 있는 노인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자살을 생각했고, 농촌에 거주하는 노인은 건강과 부부·자녀·친구와의 갈등 및 단절을 비관했다.

2025년에는 우리나라 국민 5명 중 1명은 65세 이상 노인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앞으로 노인문제가 더욱더 심화될 것을 예고하는 통계다. 지난 2018년 보건복지부는 자살률 1위 국가의 오명을 벗겠다며 다양한 대책을 발표했다. 2017년 24.3인 자살률을 2022년까지 17(2019년 OECD 평균 자살률은 11.3)까지 줄이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하지만 자살률은 줄지 않고 계속 늘고 있다.

노인 자살률은 사회의 통합과 해체의 정도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특정 공동체의 정신적 건강상태를 나타내 주기 때문이다. 노인자살률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킨 일본과 핀란드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해법이 있다. 바로 지역 공동체의 역할이다. 공동체의 안전망이 촘촘할수록 자살을 비롯해 다양한 영역에서 노출되는 위험요소를 빠르게 찾아내서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다. 특히 각 시·군차원에서 마을별로 시행하고 있는 노인 일자리 사업은 자살예방을 위한 최적의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참여 어르신들의 빈곤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해 줄 뿐만 아니라 사회적 역할도 부여해 우울·고독·상실감을 해소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심충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