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청 미
제 살 버리고 산란 끝낸 갈대들
지느러미 털고 일어서는 새순에
껍데기마저 내어주고 함초롬히 웃고 있다
꿈을 버리지 않는 강물
한 뿌리가 썩어 다른 뿌리 살 되는
갯벌 속으로, 속으로 흐르다보면
제 뿌리에 가 닿으리라
산 것과 죽은 것 하나 되어
합삭(合朔)의 시간
썩은 살을 버리고
투명한 날개 파닥이는 강물이 빛난다
순천에서 생명운동을 하는 시인이 순천만 갈대밭에서 한 뿌리가 썩어 다른 뿌리의 싹으로 태어난다는 삶과 죽음이 하나 되는 합삭(合朔)의 시간을 염원하고 있음을 본다. 삶과 죽음을 이원적으로 보지 않고 하나의 현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소멸은 소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소멸의 끝을 물고 새로운 생성의 길이 열린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