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사회 진단 / 심각해지는 가족 해체 (4)자녀학대
구미 여아·원주 3남매 사건 등
친부모·입양부모가 학대 주범
보건복지부, 2019년 자료 분석
부모학대 75.6%·재학대 94.5%
가정으로 돌아가도 ‘위험’ 여전
소유물 여기는 가치관 바꿔야

지난 2월 10일 구미의 한 빌라에서 발생한 3세 여아 사망사건은 가족해체에 따른 자녀 학대 사건의 전형으로 보인다. 사망한 지 오래돼 미라상태로 발견된 시신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이 빌라 아래층에 살고 있는 아이의 외할머니 석모(49)씨이며, 유전자 검사결과 석씨가 아이의 친모로 밝혀지면서, 현재까지 이 사건은 미스테리로 진행 중이다.

최근 구미 여아 사망사건과 같이 가족학대로 숨지는 아이들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그리고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사건의 범인들이 모두가 친부모, 양부모, 계모, 계부 등 피해 아이의 아버지, 어머니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하고 있다.

지난 2016년 9월에는 친아버지가 어린 세 자녀를 학대하다가 두 아이를 살해한 뒤 암매장한 ‘원주 3남매 사건’이 발생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당시 어머니도 남편과 같이 아이들을 학대하고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6월에는 천안에서 동거남의 아들(9)을 훈육한다며 여행용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40대 여성에게 징역 25년이 선고됐다. 이달 초에는 입양한 두 살 딸이 자꾸 칭얼거린다며 손과 구둣주걱으로 얼굴과 머리 등을 때려 의식불명 상태에 빠트린 아버지가 경찰에 붙잡혔다. ‘정인이 사건(지난해 서울 양천구에서 8개월의 여자 아이를 입양부모가 장기간 학대하여 16개월이 되었을 때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이 발생한 지 7개월 만에 또다시 입양아동 학대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2019년 아동학대 사건(3만45건)의 가해자 75.6%는 부모였다. 피해 아동을 재학대(3천431건)한 행위자 역시 부모가 94.5%를 차지했다. 5년 내 재학대받은 아동은 2천776명이고, 가정으로 돌아간 학대피해 아동 8명 중 1명은 다시 위험한 상황에 놓이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아동학대로 고통받다 세상을 떠난 아이는 42명으로 그 중 19명은 1세 미만인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는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지난 1월 아동학대에 대한 대책을 대대적으로 발표했지만, 아이 학대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자녀 학대는 아이의 성장에 엄청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단순한 신체적 손상에 그치지 않고 자아 기능 손실, 트라우마, 자학적·파괴적 행동 등의 심리적 후유증도 나타난다. 학대받은 아동 2명 중 1명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전문가들은 피해 아이에 대한 사후 치료·관리가 장기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하고, 피해 아이의 형제·자매, 동거 아이까지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자녀 학대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부모들의 자녀관이 달라져야 한다. 우선 자녀를 소유물로 보는 권위적 가족문화가 없어져야 한다. 그리고 부모로서의 책임감과 역량을 갖추지 못한 채 가장(家長)이 된 사람들을 파악해서 이들에게 체계적인 교육과 상담을 해야 한다.

/심충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