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희 진

오랜 기억이 묻힌 거리로 돌아왔을 때

대지를 뒤엎던 싱싱한 청춘은 흘러가고

자갈치 바람이

남포동 사람의 물결이

온종일 쟁기질을 하던

당당한 우리의 발소리는 어디로 갔나

지난 시간이 불쑥불쑥 밀고 들어와

나의 궤적을 쫓고

아무것도 아닌 모든 것들은 방황하며

추억을 전송하고 삭제한다

떠나지 않은 채 그리운 것들이

새에 편입되어 하늘을 날고 있는

저물지 못하는 추억의 거리에서

기억이 기억을 키운다

싱싱한 청춘의 푸른 시간들은 흘러가버리고 낡고 저물어가는 시간에 얹혀가며 쓴 노 시인의 회고의 시다. 아름다운 시간들을 떠나보내고 상실감과 허무감에 젖어 있지만 ‘저물지 못하는 추억의 거리에서’처럼 그냥 쓸쓸한 노년의 시간에 머물러 있는게 아니라 지난 추억의 시간들을 하나씩 뜨겁게 불러내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