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죽장초 김판귀 교장 부부와 딸, 포항서 2대째 교육자의 길
“교사에게 거는 기대에 못 미칠 때도 많지만 조금만 더 믿어주길”

김판귀(왼쪽) 포항죽장초등학교 교장과 그의 딸인 김혜림 포항송곡초등학교 교사가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15일은 제40주년 스승의 날이다. 스승은 단순히 제자들에게 지식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닌, 삶의 지혜까지도 가르쳐 올바르게 이끌어주는 사람을 뜻한다. 세상이 바뀌면서 스승의 의미가 점점 퇴색하고 있지만 어려운 상황 속에서 사명감을 지니고 포항에서 2대째 묵묵히 교육자의 길을 걷고 있는 부녀 교사 가족이 화제다.

주인공은 김판귀(59) 포항죽장초등학교 교장과 김혜림(29·여) 포항송곡초등학교 교사.

이 가족은 김 교장의 아내인 최정희(57) 포항양서초등학교 교사까지 가족 4명 중 3명이 초등학교 교사로 성실히 근무하고 있는 ‘교사가족’으로 주변에 소문이 자자하다. 3명의 교사 경력을 모두 합하면 무려 73년이 넘는다.

김 교장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집이 가난했는데 집까지 찾아와서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주며 용기와 희망을 북돋아 주던 은사님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평생 잊을 수 없다”며 “내가 받은 은혜를 은사님께 직접 보답할 수 없지만, 교사가 되어 도움이 필요한 다른 아이들에게 내가 그동안 받은 은혜를 베풀며 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혜림 교사도 “어릴 적부터 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나도 커서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며 “교사가 된 후 지난 6년 동안 때묻지 않고 순수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면 내가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쳐 주는 것보다 배우는 내용이 더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김 교장 가족의 저녁 식사 자리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가족 구성원들이 초등학교 교사라는 공통분모로 엮여 있어 평소 근무하면서 좋은 점, 힘든 점 등을 쉽게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간 의견 충돌이 발생할 때도 있지만 김 교장은 아버지로서, 때로는 교사 선배로서 따뜻한 조언과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어쩔 땐 김 교장의 따끔한 충고에 딸인 김 교사의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한다.

김 교사는 “부모님 모두 30년 이상 교직에 몸담고 있어 경험과 노하우가 남다른 것 같다”며 “교직생활 중에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부모님이 폭넓은 시야로 여러 조언을 해주셔서 더 넓은 시각으로 아이들을 이해하며 사랑으로 가르칠 수 있게 됐다”고 웃었다.

김 교장 부녀는 “평소 마음을 꽁꽁 감추던 아이가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진심으로 다가와 줬을 때 교사로서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김판귀 교장은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전국에 있는 많은 교사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가 교사들에게 거는 기대에 못 미치는 뉴스들이 나올 때마다 위축되기도 하지만, 교사들을 조금 더 기다려 주고, 믿어주며 격려해 준다면 더욱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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