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5월 학교에는 소설보다 시와 수필이 더 융성했으면 좋겠다. 학생들의 마음엔 시적 감수성이 가득한 시(詩)가, 교사들의 마음엔 깊은 관조(觀照)가 있는 수필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학생의 마음에 꼭 시의 강이 흘렀으면 좋겠다. 그 강에서 잃어버린 오감을 되찾아 오월을 느꼈으면 좋겠다. 그래서 어떤 어려움이 와도 이겨낼 행복 가득한 추억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아빠, 느티나무는 늙은 티를 내는 나무라서 이름을 그렇게 지었나 봐요.” 필자는 지난주 사전답사로 백두대간 수목원을 다녀왔다. 거기에는 자연과 교감을 나누는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이 많았다. 아이들은 호기심을 가득 안고 마음껏 수목원을 활보했다. 부모들은 아이의 질문에 답하느라 바빴다. 위의 말은 어느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의 말이다.

학생의 창의적 표현을 듣는 순간 필자는 마음이 환해졌다. 학생의 말은 그대로가 시였다. 분명 지금 학생들의 마음에도 엄청난 시적 감수성이 샘솟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시를 배우면 배울수록 학생들에게서 시는 사라졌고, 지금은 멸종 상태다. 그러면서 학교도 사막이 되었다.

학생들의 감성을 되살릴 수 있는 것은 교사다. 그러기 위해서 교사에게 제일 필요한 것은 관조(觀照)의 자세다. 관조를 사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지혜로 모든 사물의 참모습과 나아가 영원히 변하지 않는 진리를 비추어 봄.” 관조의 대표 문학은 자아 성찰의 수필이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 참 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 아아 고마워라 스승의 사랑 아아 보답하리 스승의 은혜”

교사의 전신은 스승이다. 스승은 “가르쳐 올바르게 이끌어주는 사람”이다. 그 옛날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신 스승을 위해 제자들은 소리높여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스승이 사라지고, 시험을 위한 교과 지식만 전달하는 교사만 남은 지금 학교에는 스승을 위한 노래 대신 청탁 금지법만 남았다. 학생의 마음이 변했듯이 교사의 마음 또한 변했다. 교사의 마음에서 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점점 줄고 있다. 교사가 제일 부담스러워하는 것이 학생이라고 한다면, 믿겠는가? 그런 교사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교사가 교육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가 학생이라는 사실에 하늘이 무너져 내린다. 그 무너진 하늘에 교육도 깔려버렸다.

하지만 필자는 이 나라 교사들에게는 스승 DNA가 있다는 것을 믿는다. 무너진 교육을 일으켜 세울 힘 또한 교사에게 있다. 이 나라를 이만큼 발전시킨 국민을 길러낸 사람이 바로 이 나라 교사다. 그들의 이야기는 그대로가 수필이었다.

5월 학교에는 시험 점수를 걷어내고 부모님과 선생님, 친구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가득 담긴 학생들의 시(詩)가 노래로 넘쳤으면 좋겠다. 그 전에 교사들부터 스스로 성적을, 시험을 던져버리고 오롯이 학생들의 마음에 시의 씨앗을 심는 수필가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마음과 마음을 잇는 스승의 은혜 노래가 교정 가득 행복하게 울려 퍼졌으면 정말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