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사회 진단 / 심각해지는 가족 해체 (3)조손가족
노인과 아이로 구성된 가족형태
조부모가 유일한 생계부양자로
경제적 어려움·정서적 불안 겪어
지자체 직접 나서 반찬 나누는 등
‘엄마 품’ 선물해보는 것은 어떨까

가수 아이유가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 때 저소득 조손가족 학생들의 학비와 생계비 지원을 위해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1억원을 기부했다는 뉴스를 듣고 마음도 참 예쁜 연예인이구나라는 생각이 든 적이 있다. 아이유는 지난해 3월초 대구·경북이 코로나19와의 전쟁을 혹독하게 치를 때 생계가 어렵게 된 취약계층의 방역물품마련과, 의료진의 모자라는 방호복 지원을 위해 2억원을 기부해 문밖 출입도 자유롭지 못했던 대구·경북 주민에게 큰 위안을 준 적이 있다.

아이유가 콕 집어 조손가족에게 기부를 한 이유를 알면 속이 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손가족은 대부분 부모의 이혼, 재혼, 사별 등의 이유로 조부모(65세 이상)와 손자·손녀(18세 미만)가 살아가는 가족 형태다. 물론 부모의 취업이나 자녀의 학업 등으로 인한 일시적인 경우도 있지만, 조손가족이 된 주된 배경은 ‘부모의 이혼 및 재혼’이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친부모가 있어서 자녀 양육비를 주는 경우는 전체 조손가족 4가구 중 1가구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있다.

조손가족은 대부분 경제적인 어려움과 양육부담으로 인한 건강악화, 일상생활의 제약 등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다. 노인이 유일한 생계부양자이기 때문에 코로나19 사태로 더욱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조손가족은 현재까지 제대로 된 통계가 없어 현황 파악 자체가 되지 않고 있다. 주변을 보면 분명히 많은 것 같은데 통계가 잡히지 않고 있다. 응답자의 답변에 따라 통계가 잡히는데 자발적으로 설문조사에 응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 조손가족은 전국적으로 약 5만3천 가구가 있으며, 대상 자녀수는 약 6만명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2010년 정부가 실태조사 보고서 형식으로 조손가족을 한 차례 파악했더니 가장 큰 문제는 역시 경제적인 어려움이었다. 당시 조손가족의 소득 수준은 월평균 59만7천원으로 국민 월평균 소득의 6분의1에 불과했다.

사회적 약자인 노인과 아이는 다른 계층에 비해 유독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에 충격을 많이 받는다. 특히 조부모들은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육체적 고통, 손자녀를 제대로 양육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죄책감 등으로 이중 삼중의 고통을 받고 있다. 요즘 길거리에서 부쩍 많이 눈에 띄는 폐휴지 줍는 노인들과 얘기해 보면 상당수가 손자녀 양육비를 벌기 위해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조손가족 할머니, 할아버지 40% 정도가 6개월 이상 만성질환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아이들 역시 학력 저하와 각종 범죄에 노출되는 등 사회문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일반가족이 갖는 정서적 안정감과 정체성, 성장모델을 찾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전남 장흥군은 몇 년 전부터 ‘어머니 품 보금자리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작은 관심이 아이들 삶에 큰 활력이 된다는 취지로 조손가족에 김치 나누기, 과자선물 등을 하며 엄마노릇을 하고 있다. 대구·경북도 이를 벤치마킹해서 조손가족 아이들에게 ‘엄마 품’을 선물해 보는 것이 어떨까. 조손가족 아이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은 혼자라는 쓸쓸함을 느낄 때라고 한다. /심충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