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원<br>수필가
박창원
수필가

내연산은 동해안을 대표하는 관광지다. 많은 문화재를 간직한 고찰 보경사가 있고, 삼십 리에 이르는 긴 계곡을 따라 발달한 12폭포와 선일대를 비롯한 빼어난 경승지가 있어 사시사철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 내연산보경사를 찾아가다 보면 보경사군립공원이란 표지판을 만난다. 사람들은 이 표지판을 보고 포항시가 군(郡)이 아닌데, 웬 군립공원이냐고 의아해 한다.

보경사가 군립공원으로 지정된 것은 38년 전이다. 당시 연간 30만 명 이상이 찾을 만큼 동해안 최대의 관광지였던 내연산보경사는 1983년 10월 1일 영일군에 의해 군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문제는 1995년 포항시·영일군이 통합된 후에도 여전히 군립공원이란 명칭을 쓰고 있다는 데 있다. 사람들은 시·군이 통합됐으면 당연히 시립공원으로 고쳐야지, 통합된 지 27년이 된 지금도 왜 군립공원으로 놔두고 있느냐는 의문을 갖는다.

법 조항 때문이다. 종전의 자연공원법에는 “자연공원이란 국립공원·도립공원·군립공원 및 지질공원을 말한다.”고 해 놓고, 이 중 군립공원은 시·군 및 자치구의 자연생태계나 경관을 대표할 만한 지역으로서 시장·군수 또는 자치구의 구청장이 지정·관리하는 공원이라고 정의해 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6년 자연공원법 일부가 개정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군립공원은 군수가, 시립공원은 시장이, 구립공원은 자치구 구청장이 각각 지정·관리한다.”로 바뀌었다. 그래서 최근 포항시는 시립공원으로 명칭을 변경키로 하고, 시립공원에 어울리는 새 이름을 정하기 위해 5월 14일까지 온라인, 오프라인 상에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설문조사의 공원명칭 선택항목에는 보경사시립공원, 내연산시립공원, 내연산보경사시립공원, 진경산수시립공원, 내연산폭포시립공원 등이 올라 있다. 보경사가 들어간 이름이 2개나 되는데, 1983년 군립공원을 지정할 때의 명칭이 보경사군립공원이어서 자꾸 사찰명을 염두에 두는 모양이다. 하지만 전국의 자연공원 중 사찰명이 들어간 경우는 거의 없다. 설악산국립공원, 지리산국립공원, 가야산국립공원, 속리산국립공원, 팔공산도립공원, 선운산도립공원, …. 유명한 사찰을 낀 명산들이지만 그 어디에도 사찰명이 들어간 곳은 없다. 그러기에 보경사군립공원을 대체할 새 이름에 ‘보경사’는 넣지 않는 게 맞다.

내연산은 사실 도립공원 급이다. 과거 역사가 그렇고 현재의 자연경관과 문화적 요소가 그렇다. 내연산을 전국에 알린 것은 조선시대 명사들의 글과 그림이었다. 울진의 선비 해월 황여일은 ‘유내영산록(遊內迎山錄)’을 통해, 우담 정시한은 ‘산중일기(山中日記)’를 통해 내연산의 명성을 알렸다. 그림으로써 내연산의 아름다움을 세상에 전한 사람은 겸재 정선이다. 정선은 1733년부터 2년 간 청하현감을 지내는 동안 ‘내연삼용추도’ 등 내연산을 소재로 4점의 그림을 그려 남겼다. 이렇듯 현재의 12폭포를 중심으로 한 수많은 명소와 문화재, 관광객 수 면에서도 보경사는 도립공원 급이다. 차제에 내연산을 도립공원으로 격상시키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