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간 가량 마취서 못 깨어나
종합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져
병원 측선 “과다출혈이 원인”

포항의 한 병원에서 지방제거 수술을 받다가 숨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9일 포항남부경찰서에 따르면 A씨(44·여)는 지난 6일 오후 8시께 포항시 남구 소재 한 병원에서 복부지방 흡입술을 받은 후 마취에서 깨어나지 않는 등의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인근 종합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이날 A씨와 동행한 언니에 따르면 오전 10시께 병원에 도착, 기본 검사 후 수술에 들어간 A씨는 수술 후 2시간 여가 지난 오후 4시까지도 마취상태가 지속됐다.

곁에서 지켜보던 언니가 “좀 이상하다”고 했지만 의료진은 ‘깨우면 된다’고 말했다. 언니가 계속해서 동생을 깨우자 잠시 일어나기도 했던 A씨는 이내 의식을 잃었고 이후에도 이같은 과정을 수차례 반복했다. 시간이 흘러 오후 8시가 지나자 A씨의 입술은 핏기 없이 새파래졌다. 놀란 의료진은 심장압박 등의 응급조치를 하면서 119에 신고했다. 119구급차가 A씨를 싣고 인근 종합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8시 30분께. 이 병원 의료진이 긴급조치에 나섰지만 A씨는 다음날인 지난 7일 새벽 3시 30분께 사망했다. 종합병원 의료진 측은 사망원인을 일단 과다출혈로 추정했다.

유족들은 명백한 의료사고라면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수술 후 장시간이 지나 마취에서 깨어나지 않고 있음에도 최소한의 조치도 소홀히 했을 뿐만 아니라 바로 옆에 있는 종합병원에 조금이라도 빨리 후송했더라면 살 수 있었는데 이를 외면,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것이다.

A씨의 유가족 측은 “병원 측이 수술 전에 ‘복부지방 제거 수술과정에서 핏줄을 다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내시경 등의 의료장비를 비치했다’고 했으나 사실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면서 “의사가 감각으로 수술을 하는 과정에서 핏줄을 건드렸고 이것이 과다출혈로 이어진 것 같다”고 주장했다.

또 출혈이 있음에도 투석도 하지 않아 화를 키웠다고 덧붙였다. 숨진 A씨는 4세 딸을 두고서 변을 당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A씨는 결혼 11년 만에 어렵게 이 딸을 낳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과실 여부를 가리기 위해 10일 A씨를 부검키로 했다.

또 지난 8일부터 병원 관계자들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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