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분석
여당, 진영 논리로 양극화 진단
부자·기업인 세습에 책임 돌려
국가 부채 결국 청년 세대의 빚

지난 6일 열린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세습 자본주의, 자산 양극화라는 단어에 대해 어떻게 느끼느냐”고 김 후보자에게 물었다. 김 후보자는 이에 대해 “세습, 양극화 그런 단어가 (마음이)아프다. 대한민국에서 우리가 합의한 헌법정신과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사회양극화에 대한 집권여당의 인식이 이보다 더 선명하게 표현된 장면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우리 사회 양극화 주범을 사회적으로는 부자, 경제적으로는 기업인 세습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표현한 질의답변이다. 사회양극화마저 진영논리로 진단하고 있는 것이다. 김 후보자는 양극화가 헌법정신에 맞지 않는다고도 했다. 양극화를 야기시킨 주체들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헌법 제1조 1항을 위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주장을 곱씹어 보면 사회양극화가 헌법정신에 위배되니 이를 해소하기 위한 법률이나 정책은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추진돼야 한다는 소리로 들린다.

현재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의 소득분배를 보면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15%, 상위 10%가 47%를 가져간다. 청년 4명 중 1명은 놀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는 커지고 있다. 자신이 벼락거지(부동산, 주식 등 자산가격이 올라 상대적으로 갑자기 빈곤해진 사람)가 됐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양극화가 문재인 정부의 최대약점으로 부상한 만큼,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권여당이 상황을 역전시키기 위한 포퓰리즘을 쏟아낼 것이 뻔하다.

여당 대권주자 중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가장 먼저 “모든 신생아가 사회 초년생이 됐을 때 20년 적립형으로 1억원을 지원하자”는 말을 꺼내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청년들에게 세계 여행비 1천만 원을 지원해주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그러자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군 가산점’ 대신 “제대할 때 3천만원을 장만해 드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하지만 수혜 당사자들은 솔깃하게 들린다. 민주당 의원들도 포퓰리즘 법안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코로나 방역 조치로 영업 손실을 본 소상공인에게 임대료를 최대 절반까지 깎아주는 ‘임대료 멈춤법’, 코로나 피해 소상공인의 은행 대출을 전액 탕감하는 법안까지 상정됐다. 경기도는 이재명 도지사의 대표적인 정책인 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대출을 위해 총 13조3천627억원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국제사회는 지금 우리나라 빚이 심각한 상태로 접어드는 것을 눈여겨 보고 있다. 우리나라 부채비율이 공기업부채까지 합치면 올해 60%를 넘어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가계와 기업부채도 심각하다. 사상 최악인 국가 부채 수백조 원은 결국 청년 세대가 갚아야 할 빚이다.

양극화 사회에선 살기가 힘들어진 약자들의 요구가 더욱 거세진다. 대선이 당장 코앞에 다가왔으니 현 정권이 이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아마 집권여당이 먼저 표를 얻기 위해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나라는 부존자원이 없어 기업이 해외에서 돈을 벌어들이지 않으면 하루도 먹고 살 수 없다. 양극화해소를 비롯해 나라를 정상적으로 돌려놓을 주체는 기업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 정권은 반(反) 기업법들을 손바닥 뒤집듯 쉽게 처리하고 있다. 기업인들은 요즘 경제부처 사무관도 상전처럼 받들어야 한다며 아우성이다. 우리나라 수출 1위 기업인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은 감방에 있다. 기업의 상속세율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고 있다. 사회양극화를 진영논리로 풀어나가는 현 집권세력이 차기 정권까지 장악할 경우 우리나라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르헨티나 등 남미의 많은 나라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심충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