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일대서 발견, 별다른 보존 대책 없어 훼손 위기 처해
환경부 보호구역인 거제시 하청면 자생지에 버금가는 수준 확인
사찰도 선덕여왕 피부병 낫게 했다는 약수 샘 솟아 학계 관심 높아

포항시 북구 흥해읍 천곡사 전경 /향토사학자 황인 씨 제공

1천여 년간 자생해온 포항시 북구 흥해읍 도음산 자락 대한불교 조계종 천곡사 인근 계곡의 고란초 군락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9일 향토사학자인 황인 씨 등에 따르면 환경부와 산림청이 각각 보호야생식물 제4호와 희귀 및 멸종위기식물 제99호로 지정한 고란초의 군락지가 20여 년 전에 천곡사 일대에서 발견됐지만 보존 대책 등이 마련되지 않아 훼손될 위기에 처해 관계기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천곡사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임금이자 신라 27대 선덕여왕이 고란초 군락지가 있는 포항의 천곡령 아래의 약수로 목욕을 해 오랫동안 고생하던 피부병이 낫자 그곳에 절을 짓도록 했다는 설화가 전해지고 있어 학계의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는 사찰이다.
 

천곡사 고란초. /향토사학자 황인 씨 제공
천곡사 고란초. /향토사학자 황인 씨 제공

이때의 약수가 지금 경내에 있는 ‘석정(石井)’이라는 이름의 샘에서 솟아나는데, 이 우물은 신기하게도 정월 대보름이면 물이 한 번씩 용솟음을 쳤으며 가뭄이 아무리 극심해도 물이 마르는 법이 없다고 한다. 또한 우물물이 스스로 자정력(自淨力)을 보이는 것도 특징이다. 날씨가 차가워지면 뿌예졌다가 따뜻해지면 2.2m 우물 깊은 밑바닥의 모래알 하나하나를 셀 수 있을 만큼 수정같이 맑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토사학자 황인 씨에 따르면, 천곡사 계곡 약수가 흐르는 벼랑에 청초한 자태를 드러내는 고란초 군락지는 지난 2001년에 발견됐다고 한다. 천곡사 아래 1.2㎞ 거리에 이르는 계곡에서 발견된 수백 포기의 대규모 고란초 군락지는 1995년 환경부가 고란초 보호구역으로 지정한 거제시 하청면 자생지에 버금가는 것으로 평가된다. 해마다 그 수가 줄어들자 멸종 위기 식물 제99호로 지정된 고란초는 충남 부여읍에 있는 고란사 뒤 절벽에 자라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천곡사 고란초. /향토사학자 황인 씨 제공
천곡사 고란초. /향토사학자 황인 씨 제공

도음산 자락의 천곡사 계곡은 천혜의 자연 보고로도 유명하다. 흥해읍 천곡사 일대는 포항시 두호동과 경주시 양북면 송전리, 울산의 신현리와 함께 화석 산지가 많은 곳으로 여기에서는 많은 바다 생물과 식물 화석들이 발견된다. 이에 향토사학자 황인 씨와 천곡사 주지 정오 스님은 환경부에 천곡사 고란초 군락지 일대에 대한 보호구역 지정을 요청해 이 지역 인근에 주민들의 등산 등으로 서식 환경이 훼손될 우려를 예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도로변이라는 지리적 조건 때문에 머지않아 훼손될 개연성이 높아 조속한 시일 내에 관계 당국이 보호구역으로 지정해줄 것을 건의하고 있다.
 

선덕여왕이 천곡령 약수로 목욕 후 몸 닦는 모습이 그려진 천곡사 벽화. /향토사학자 황인 씨 제공
선덕여왕이 천곡령 약수로 목욕 후 몸 닦는 모습이 그려진 천곡사 벽화. /향토사학자 황인 씨 제공

한편 고란초는 고사리목 고란초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식물로 학명은 Crypsinus hastatus (THUNB.) COPEL.이다. 지난 1993년 환경부가 특정야생동식물 목록에 포함시켜 채취와 이식, 유통, 보관 등을 금지한 희귀식물이다. 고란초는 사람들은 대개 고란사에서만 자란다고 알고 있으나, 전국의 공중의 습기를 받을 수 있는 강가 절벽이나 바닷가 숲속 등 적지에서 자라는 모습이 이따금씩 발견된다. 백제의 궁녀들이 임금에게 바칠 물을 고란정에서 받아갈 때 고란초 잎을 한두 개씩 물 위에 띄웠다는 전설도 전해지고 있다. /윤희정기자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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