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혁 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

스포츠계의 학교폭력 사건을 기폭제로 ‘학교폭력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가 연예인과 일반인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최근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도 어린 시절 학교폭력 가해자였다고 밝혔다.

“요즘 왕따라고 해서 아이들끼리 편을 만들어 누군가를 괴롭히는 문화가 있는데 과거에도 유사한 일들이 많았다. 나도 시골에서 올라온 처지라 질서에 편입하기 위해 당연히 센 놈들을 따라다녔다”며 “부끄러운 가해자 중 한 명이었다.”고 밝혔다.

학교 폭력이 발생한 당시에는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인 경우가 많고, 시간이 많이 지나 증거 확보가 어려우며 증거가 있다고 하더라도 공소시효가 지나 형사 처벌이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지금은 피해자가 피해사실에 대해 소셜 미디어에 글을 업로드 하고 이슈화시키며 심지어 여론재판까지 이뤄지고 있다.

스포츠계 학교폭력의 사례로 크게 이슈화된 이다영, 이재영 선수의 학교폭력 형태를 살펴보면 지금도 어디에선가 이런 피해는 일어날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피해자들에게 강제로 돈을 걷고, 피해자와 그들의 가족들까지 욕하는 것은 물론, 새로 산 물건을 빌려 달라 강요하고 심부름을 시키고 이에 불응하면 칼을 갖다 대며 협박까지 했다고 한다. 또한 ‘더럽다’, ‘냄새 난다’라는 폭언은 물론 본인들만 가해자가 되고 싶지 않아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나쁜 행동을 강제로 시키기까지 했다고 한다.

서울시교육청에서는 학교 운동부 폭력 예방 및 근절 대책으로 학교폭력 가해 학생으로 조치를 받게 된 학생 선수는 일정 기간 훈련·대회 참가 등 학교운동부 활동을 제한하고 특히 전학이나 퇴학 조치를 받게 된 중·고등학생은 체육특기자 자격을 상실시킨다고 한다.

이달부터는 ‘학교체육진흥법’ 시행령이 개정되면 출입구 등 기숙사의 사각지대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된다고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으로는 미흡해 보인다.

사회 이슈가 되어 대통령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 체육 분야 그늘 속에선 폭력이나 체벌, 성추행 문제 등 스포츠 인권문제가 제기되어 왔다”며 “이런 문제가 근절될 수 있도록 특단의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지시 한번으로 뿌리 깊은 문제가 근절되지는 않을 것이다.

연예계에서도 학교폭력 미투가 불거져 논란이 되고 있다.

어떤 배우는 일부 학교폭력을 인정하면서 드라마 방영 중 주연배우가 교체되는 초유의 사태를 몰고 왔고 30억 손해배상소송까지 진행 중이라고 한다. TV조선 ‘미스트롯2’ 참가자도 학교폭력을 인정하며 자진하차 했고 여러 연예인들에 대한 학교폭력 논란이 잇따라 불거졌다.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가해자 중심으로 사회 이슈가 되고 있지만 단순히 제도적 처벌과 피해자와 가해자만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보다는 방관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방관자들은 폭력현장에서 침묵함으로 암묵적으로 폭력을 용인하고 집단 따돌림, 학교폭력 상황을 지속시키며 가해자의 사회적 지위를 인정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가해자의 요구에 따라 동조해 또 다른 가해자가 될 수도 있고, 동시에 피해자로 바뀔 수 있는 과도기적 특성의 소유자일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학교에서도 가해자, 피해자 위주의 학교폭력상담보다는 예방적 측면에서 방관자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

직장 내 괴롭힘, 따돌림도 존재하기에 학교폭력과 같은 문제는 학교나 학생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사회의 전반적 문제가 투영된 것이기에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가정, 학교, 청소년기관을 비롯한 민간단체, 지역사회 모두가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연대하는 공동의 노력을 통해서만 근절될 수 있다.

약자, 피해자를 볼 때 공감과 분노, 죄의식, 죄책감을 느끼며 인권과 폭력에 대한 인식개선과 태도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가정교육과 사회교육이 함께 체계적으로 행해져야 한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는 고려아연 회장과 사돈지간이고 고려아연은 낙동강 상류 환경문제의 대명사인 영풍제련소가 속한 영풍그룹의 핵심 회사이다. 김부겸 후보자는 지금까지 영풍제련소 환경문제에 방관자의 모습이었다. 어린 시절 기존 질서에 편입하기 위해 센 놈들을 따라 다녔다며 학폭까지 고백한 김 후보자, 이젠 영풍제련소의 환경오염 문제에 대해서도 진솔한 입장을 밝혀야 할 때다.

적어도 일국의 국무총리가 되려는 인물이라면 방관자가 돼선 안 된다. 방관자를 총리로 두면 국민이 너무 서글퍼지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