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정치에는 두 가지의 핵심적 과정이 있다. 하나는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나를 뽑아준 유권자에게 책임을 다하는 과정이다. 선거 과정에 내세운 약속이 바로 공약(公約)이며 공약을 잘 이행하는 것이 책임있는 정치다.

책임정치는 선거 때만 하는 것이 아니다. 선거직에 선출된 이후 평상시에도 책임을 느낄 줄 알아야 민주주의 정치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권력을 거머쥔 정치가가 선거 과정에 공언했던 약속을 내팽개친다면 왕권정치와 다를 바없다.

정치가 책임을 지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유권자에게 돌아온다. 미국이 재앙적 코로나19를 경험한 것은 전임 대통령인 트럼프의 무책임한 정치적 스탠스에 있다. 노마스크와 코로나 위험의 심각성을 고의로 축소하거나 제대로 대응하지 않아 미국에서만 20만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세계 2위의 인구 대국인 인도에서 하루 40만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코로나 참사가 일어난 것도 정치인의 무책임에 있다. 선거를 앞두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제하지 못한 정치인의 수수방관이 사태를 키웠다. 정치적 포퓰리즘으로 표를 얻겠다는 생각에 국민의 안위는 물론 국가의 장래도 무시했다.

포퓰리즘이 이렇게 무서운 결과를 낳는 것은 남미 등의 사례에서 이미 많은 학습을 했다.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들의 정책제안이 기가 차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학진학을 않는 사람에게 세계여행비 1천만원을 지급하자고 하자 이낙연 전 대표는 군복무자에게 3천만원의 사회출발자금을 지급하자고 했다. 이에 뒤질세라 정세균 전 총리는 신생아에게 1억원짜리 미래통장을 주면 어떠냐고 했다. 이쯤되면 포퓰리즘도 도를 넘은 수준이다. 무책임한 정치라 비난받아도 마땅하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