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종 섭

강 언덕 위에는 맑은 영혼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아버지와 아들이 손잡고 가는

역사처럼 강물이 흐른다

흐르는 시간 속으로

우리네 웃음과 눈물도

녹아 흘러 내일을 잇는다

어제와 오늘을 씻어 가는 저 결

무심한 듯 담담한 듯 한결같이 넘실댄다

누가 세월을

흘러가는 강물이라 했던가

세월은 늘 거기에 있는데

흘러가는 것은 우리네 삶의 흔적

욕망과 쾌락의 껍질들

그러나 강은 늘 새롭게 몸을 씻고

언제나 기다리고 그곳에 있느니

이 시를 쓴 경주의 중견시인인 김종섭은 안타깝게도 얼마 전 쓸쓸한 가을바람에 실려 우리 곁을 떠났다. 우리네 웃음과 눈물이 녹아 흐르는 강물처럼 그는 그렇게 가버렸다. 우리네 삶의 흔적, 욕망과 쾌락의 껍질을 품고 강물은 무심한 세월 속으로 흐르는 것이다. 어쩌면 그가 말한 맑은 영혼처럼 물안개 피어오르는 피안의 강 언덕에 한 송이 들꽃으로 피어났는지 모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