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이건희 미술관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기증한 국보급 미술품을 국민이 감상할 수 있도록 전시공간을 별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리자 대구시가 이의 유치에 나선 것이다. 현재 이건희 미술관 유치전에는 대구를 비롯 부산, 광주, 세종, 창원 등 다수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건희 미술관 건립에 따른 명분과 여건을 대구시만큼 잘 갖춘 곳은 없다.

대구는 삼성과 뿌리깊은 인연을 가진 곳이다. 고 이병철 회장이 삼성그룹의 모태인 삼성상회를 1938년 이곳 인교동에서 창업했다. 이건희 회장이 태어난 곳도 중구 인교동이다. 삼성의 주력산업으로 출발한 제일모직이 이곳에 설립됐고 지금도 그 자리에는 삼성이 조성한 삼성창조캠퍼스가 위치해 있다. 프로야구 삼성라이온스가 대구 연고팀으로 활약 중이다. 미술작품의 기증자인 이건희 회장의 고향이자 삼성그룹의 정신적 고향이기도 하다. 타시도와는 비교할 수 없는 오랜 연고를 지닌 도시다.

또 대구는 1920년대부터 서울, 평양과 더불어 한국 근대미술의 3대 거점도시로 역할을 했다. 일제시대에도 이상정, 이여성 등의 작가들이 맹활약을 했으며 이후 이쾌대, 이인성, 김용준 등 대구 출신의 걸출한 작가들이 국내 화단을 개척해 갔다. 특히 이번에 기증된 작품의 50% 이상이 근대미술품인 것으로 알려져 이건희 미술관이 유치되면 대구는 기존의 대구미술관에다 올 하반기 착공 예정인 간송미술관과 연계돼 고전-근대-현대가 아우르지는 보기 드문 문화명소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수도권에 모든 것이 쏠려있는 일극체제의 기형적 구조를 갖고 있다. 문화예술 분야도 마찬가지다. 수도권의 문화콘텐츠산업 매출액이 우리나라 전체의 85%를 차지한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은 4개의 미술관을 운영 중이나 그 중 3군데(과천관, 덕수궁관, 서울관)가 수도권에 있고 뒤늦게 건립한 청주관도 수도권에 인접해 있다. 민간차원에서 운영되는 리움미술관과 호암미술관도 수도권에 있다. 문화의 수도권 편중은 국토의 불균형만큼 심각하다. 지역이 갖는 상대적 박탈감도 그만큼 크다. 이건희 미술관은 문화의 불균형 해소 차원에서라도 지방에 건립되는 것이 마땅하다. 그 중에서도 당위성과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은 대구가 으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