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건희 회장 기부 국내·외 거장 미술작품 1천500여 점 구성
시 “근대미술 발상지인 대구가 제격”… 전국 지자체 유치 경쟁

대구시가 한국 미술사를 새롭게 쓰게 될 것으로 점쳐지는 ‘이건희 미술관’의 대구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대구시는 7일 유치전략 실무협의회를 시작으로 삼성가가 기증한 국내외 거장들의 근·현대 미술작품 1천500여 점으로 구성된 ‘이건희 미술관’ 대구유치를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이건희컬렉션을 두고 현재 대구를 비롯해 세종시, 광주시, 대전시, 수원시, 경남 의령군 등 전국 지자체마다 유치전에 나서고 있다.

대구시는 고 이건희 회장의 출생지이자 한국 근대미술의 발상지인 대구가 이를 유치해 삼성의 나눔의 정신을 기림과 동시에 국가균형발전의 모범사례를 만들고자 한다고 당위성을 설명했다.

수도권 집중 현상 해소 역시 당위성에 포함됐다.

현재 국내 유일 국립미술관인 국립현대미술관은 4개관으로, 과천관(1986년)·덕수궁관(1998년)·서울관(2013년)이 수도권에, 청주관(2018년)이 충청권에 있다. 리움미술관(서울 용산구)과 호암미술관(경기도 용인) 등 민간 미술관도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등 근대 미술의 발상지인 대구에 국립 ‘이건희 미술관’을 세워 전 국민이 고르게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1938년 삼성 창업자 고 이병철 회장은 삼성그룹의 모태인 삼성상회를 대구 인교동에서 창업했으며, 삼성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제일모직터에는 삼성이 조성한 삼성창조캠퍼스가 위치해 지역 청년창업가 활동의 요람이 되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 근대미술의 발상지이자 현재도 그 명맥을 잇고 있는 비수도권 최대 예술문화도시인 대구는 1920년대 일제강점기라는 암울한 시대 상황 속에도 이상정, 이여성, 박명조, 서동진 등의 선각자들이 한국 근대미술의 새 지평을 열었다. 이후 지역 출신의 이쾌대, 이인성, 김용준 등 걸출한 인물들이 한국화단을 개척는 등 대한민국 근대미술의 메카였다.

게다가 한국 3대 공립미술관으로 자리잡은 대구미술관 외에 올해 하반기 착공 예정인 대구간송미술관이 개관하고 추가로 ‘이건희 미술관’이 자리잡게 되면, 대구는 고전-근대-현대미술을 잇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문화명소가 될 것이라 기대된다.

대구시는 삼성과의 인연, 접근성, 근대미술의 저력 등 모든 면에서 대구가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판단하고, 7일 ‘(가칭)국립 이건희 미술관’ 대구유치추진위 구성 및 추진전략 논의를 위한 실무협의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유치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향후에는 정부의 정책방향을 예의주시하며 탄력적으로 대처해 나갈 계획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는 1938년 고 이병철 회장이 삼성상회를 창업했고, 서울·­평양과 더불어 한국 근대미술의 3대 거점으로 기능을 해왔다. 만약 이건희 컬렉션이 한곳에 모여 국민들께 선보인다면 그 장소는 당연히 대구여야 할 것이다”면서 “대한민국 근대미술의 기반을 다져온 대구의 문화적 저력을 바탕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찾아오는 대한민국 문화명소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곤영기자 lgy1964@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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