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에릭 와이너 지음·어크로스 펴냄
김하현 옮김·인문·1만8천원

“충분히 좋음은 안주한다는 뜻이 아니다. 자기변명도 아니다. 충분히 좋음은 자기 앞에 나타난 모든 것에 깊이 감사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완벽함도 좋음의 적이지만, 좋음도 충분히 좋음의 적이다. 충분히 오랜 시간 동안 충분히 좋음의 신념을 따르면 놀라운 일이 생긴다. 마치 뱀이 허물을 벗듯 ‘충분히’가 떨어져 나가고, 그저 좋음만이 남는다.”

스토아 철학자로 알려진 에픽테토스가 했다는 이 말은 삶에 찾아오는 모든 난제들에 무조건 맞서 싸우라고 강요하지 않고, 당신에게 맞서 싸울 중요한 것들을 파악하라고, 그리고 맞서 이겨내면 삶의 많은 것들이 우리 통제 바깥에 있지만, 우리는 가장 중요한 것을 지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는 ‘나 자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인생이 호락호락하지 않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나?

신간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어크로스)는 로마 제국 제16대 황제이면서 후기 스토아학파 철학자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부터 프랑스 철학자 몽테뉴까지 유명 철학자 14명의 사상을 토대로 삶의 지혜를 탐구함으로써 이같은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저자는 전미 라디오 방송국(NPR)의 해외특파원으로 활동한 에릭 와이너로 세계적인 논픽션 작가이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앞서 국내 번역 출간된 ‘행복의 지도’와 ‘신을 찾아 떠난 여행’, ‘천재의 발상지를 찾아서’를 썼다.

책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철학자들을 만나러 떠나는 여행기이자, 그들의 삶과 작품 속의 지혜가 우리 인생을 개선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저자는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도 철학적인 문제라고 말하면서 아우렐리우스의 삶을 예로 든다. 아우렐리우스 역시 침대에서 “5분만 더”를 외친 평범한 사람이었는데, “굳이 왜 그래야 하는가”에 대해 스스로 납득할 만한 자기 생각과 기준을 찾아 침대에서 나오는 데 성공했다고 말한다.

또 ‘쾌락의 철학자’로 불리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에피쿠로스를 언급하면서는 “우리에게 해롭지 않은 것을 두려워하고 필요하지 않은 것을 욕망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무엇을 원하고, 그것이 진짜 욕망에 따른 것인지 점검해보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 외에도 폭력이란 ‘상상력의 실패’라고 이야기하며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알려주는 간디부터 걷기란 “자극과 휴식, 노력과 게으름 사이의 정확한 균형”이라는 관점을 제시해주는 루소까지, 지혜를 사랑했고 그 사랑이 전염성을 품고 있었던 열네 철학자들의 말과 생각이 우리에게 덜컹덜컹 기차의 속도로 다가온다.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명언 ‘너 자신을 알라’를 언급하면서 충분히 많이 안다고 생각하고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는 이들조차도 언젠가 다가온 즐거움, 괴로움 앞에서 나 자신을 잊고 엉뚱한 행동을 하지 않았는지 되묻는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에게 운명같이 다가올 ‘나이 듦’에 대해 보부아르가 남긴 열 가지 이야기는 이 책의 백미다.

보부아르의 ‘잘 늙어갈 수 있는 열 가지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과거를 받아들일 것

2. 친구를 사귈 것

3. 타인의 생각을 신경 쓰지 말 것

4. 호기심을 잃지 말 것

5. 프로젝트를 추구할 것

6. 습관의 시인이 될 것

7. 아무것도 하지 말 것

8. 부조리를 받아들일 것

9. 건설적으로 물러날 것

10. 다음 세대에게 자리를 넘겨줄 것

단순명쾌한 삶의 해결책이 아니라 자신만의 삶의 지혜를 오래된 철학자의 경험을 통해서 찾고자 하는 이에게 권하는 이 책은 우리가 오늘날 혼란스러운 세상을 항해할 때 중요한 표지판이 돼줄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